[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일본 기업에 스마트폰 부품 공급을 2배 정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전자부품·반도체 업체들은 화웨이의 발주 증가가 반갑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말려들 위험이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화웨이가 신형 스마트폰 생산이 본격화하는 초여름까지 일본 부품 업체에 대한 발주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 재고를 늘려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무라타제작소(村田製作所)는 통신용 부품 발주량이 2배 정도 늘어나 출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전자부품 업체 로옴(ROHM)도 오는 5월까지 IC(집적회로)와 카메라 관련 부품 공급을 늘린다.

교세라도 콘덴서 등 회로부품에 대한 일부 추가 발주를 요청받았고 도시바메모리는 플래시메모리 제품 공급 일정을 앞당겨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4월 대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ZTE(중싱통신)의 미국 기업 거래를 7년간 금지하며 파산 위기에 몰렸다”며 스마트폰용 반도체 조달이 여의치 않아 경영 위기에 빠진 ZTE처럼 되지 않기 위해 일본은 물론 대만 업체에서도 조달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들은 장기화하던 미중 무역협상이 최근 긍정적인 분위기로 돌아서며 낙관적 결과를 점치는 시선도 늘고 있어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주 안에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우리가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모든 관세와 무역 장벽이 사라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무역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부할 것”이라며 “상황은 좋지만 제대로 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정부기관에서 화웨이·ZTE 등 중국 5개 업체의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2019년도 미국방권한법’을 통과시키자 화웨이가 미 행정부를 제소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하이테크 마찰 문제는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부품 수주가 줄어들어 일본 기업의 생산 여력은 충분하지만 자칫 미국과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어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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