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사상 최대 4조7000억 달러 예산안 제출
2020회계연도 국방비 5% 늘리고 비국방 예산 삭감
“미국에 무책임하고 냉소적인 비전” 비난도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국방비를 비롯한 세출 5% 증액을 요구하는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예산안을 미 의회에 제출했다.

CNN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건설될 국경장벽 건설비용 86억 달러를 포함해 4조7000억 달러(약 5315조7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했다. 

‘더 나은 미국을 위한 예산’이라는 이번 예산안은 비국방 분야 예산을 삭감하고 국방비를 대폭 늘린 것이 특징이다. 국방비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75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반면 연방정부의 각 기관에 대해서는 5%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세출 총액이 4조7000억 달러 이상인 반면 대규모 감세로 세수는 줄어들어 재정적자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미 연방정부의 세입은 3조6000억 달러 수준”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커진 재정적자가 2015년 약 4400억 달러까지 개선됐지만 2019년부터 4년 연속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러스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대행은 “향후 15년 내에 재정적자를 해소할 것”이라며 2034년까지 재정균형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8년의 임기 동안 정부 부채를 모두 없애겠다고 큰소리치던 트럼프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미 연방정부 부채는 현재 22조 달러 규모다. 뉴욕타임스는 “15년간 재정 균형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미 사상 최대에 달한 정부 부채가 2026년에는 30조 달러를 넘는다면서 올해 3930억 달러 수준인 미 국채 이자비용이 2027년에는 7800억 달러를 넘어 국방비를 웃도는 비정상적 규모로 확대된다고 전했다. 

CNN은 일단 2020년 재정적자가 1조10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안에 하원 과반을 차지하는 민주당이 반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 소속 존 야무스 하원 예산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안은 인적 손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위험하다”며 “미국에 무책임하고 냉소적인 비전”이라고 비난했다.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확대되면서 미 언론들은 오는 10월에 또 다시 연방정부 셧다운이 재연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0월에 시작하는 예산 회계연도에 앞서 9월까지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셧다운은 물론 최악의 경우 미 국채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의회 타협안을 수용하며 35일간의 사상 최장기간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해제했지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통령 권한으로 장벽건설 비용을 충당하는 강경책을 발동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무효화 결의를 진행 중인 민주당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공동 성명에서 “의회는 국경장벽 예산을 거부했고 다시 시도한다면 또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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