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영국 하원이 테리사 메이 총리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이어져 온 브렉시트 향방이 ‘노딜’이냐 ‘연기’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AFP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633명의 영국 하원의원은 12일 밤(한국시간 13일 새벽) 의사당에서 열린 브렉시트 합의안 2차 승인투표를 찬성 242표 반대 391표로 부결시켰다. 표차는 149표로 1월 15일 1차 투표의 230표차보다 낮았지만 여당인 보수당에서 85명이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지며 표차를 키웠다.

2차 승인투표를 하루 앞두고 의회 승인의 걸림돌이 됐던 EU와의 ‘안전장치’(backstop·백스톱)에 대한 변경을 얻어냈지만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셈이다.

메이 총리는 전날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수정에 합의하고 원만한 브렉시트를 촉구했지만 두 번째 시도 역시 부결로 끝났다.

영국과 EU집행위가 합의한 것은 백스톱 기한을 법적으로 보증하는 것으로 영국이 영원히 EU의 관세동맹에 갇혀 구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하는 것이다. 안전장치 관련 분쟁이 벌어질 경우 독립된 제3자 중재기관에 중재를 제기해 영국은 안전장치를 중단할 수 있고 2020년 12월까지 영국과 EU가 안전장치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이 기존의 브렉시트 합의안 연장선상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부결 가능성이 점쳐졌다. 여기에 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상이 “여전히 영국이 EU 동의 없이 안전장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국제적으로 합법적인 수단’은 없다”고 기름을 끼얹자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일제히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전 세계의 관심은 13일에 실시될 합의 없는 EU 탈퇴, 즉 노딜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표결에 쏠리고 있다. 이 역시 부결될 경우 14일에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연기 방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진다.

영국 내에서는 13일 노딜 브렉시트 표결이 부결돼 ‘브렉시트 연기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의회에서도 경제에 가져올 타격을 우려해 노딜 브렉시트는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이 총리는 부결이 결정된 후 다소 불편한 표정으로 “나는 아직 EU와 합의를 통해 브렉시트를 하는 것에 열정을 쏟고 있다”면서 “브렉시트 연기는 해결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며 의회가 새로운 제안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 총선 실시도 요구했다.

BBC는 야당을 중심으로 메이 총리 퇴진과 2차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기한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브렉시트 향방을 둘러싼 영국 내 혼란이 여전해 원만한 탈퇴는 이미 어려워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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