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가 13일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는 13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구 위원장을 향해 "재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갑질 문제를 철저하게 감독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재벌 대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가 제안한)수수료 인상을 거부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양벌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카드사들은 자동차·통신·호텔·대형유통사 등과 카드 수수료율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2월초 전업계 카드사 8곳은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일부 대형 가맹점들에 '카드 수수료율을 0.2~0.4%포인트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정부발(發) 카드 수수료 개편으로 수익성 악화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가맹 해지'를 무기로 카드사를 압박했고, 8개 카드사 모두 울며 겨자 먹기로 현대차의 조정안(수수료율 1.89%)을 받아들였다. 

노조는 그 협상 이면에 금융위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재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갑질 문제는 여신금융법 18조3항에 의해 금지돼 있으나, 금융위는 현대차가 카드 가맹점 해지 등을 무기로 카드사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금융당국의 가이드를 지키기 위해 맞서고 있는 카드사에게 현 수준에서의 원활한 협상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다른 노조 관계자 역시 "제보도 들어오고 있고, 정황들이 충분히 있다"며 "겉으로는 법과 원칙을 이야기 하면서 물밑으로는 협상을 종용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노조가 우려하는 부분은 앞으로 이어질 다른 가맹점들과의 협상이다. 노조 측은 "현대차에 이어 이마트도 카드사들에 수수료율 동결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카드사들이 한발 물러선 만큼, 앞으로 타사와의 협상에서도 카드사는 우위를 점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노조는 금융위에 △실효성 있는 조치 실행과 제도 보완 △카드수수료 하한선(최저 가이드라인)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현재 여신금융법 18조3항에 따르면 재벌 가맹점은 우월적 지위로 부당하게 낮은 카드 수수료를 책정해선 안 되며, 이를 어길 시 70조 벌칙 규정에 따라 1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재가 가해진 사례는 없다.

노조는 "금융위원회는 말뿐이 아닌 실효성 있는 조치 실행과 제도 보완을 통해 현 수수료 사태를 만든 책임자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며 "재벌 가맹점의 횡포로 비정상적으로 책정된 수수료율을 바로 잡기 위해 카드수수료 하한선을 도입, 불평등한 수수료 체계를 평등하게 바꾸는 해결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현재 카드사와 수수료 협상을 진행 중인 재벌 대기업들에 대해 수수료 인상을 적극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카드사 위기로)구조조정이 예견된 상황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초대형 가맹점 협상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재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갑질 문제가)재발되지 않도록 당국의 역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정회의를 열고 연매출 5~10억원 자영업자에 적용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기존 2.05%에서 1.40%로, 10~30억원 자영업자는 2.21%에서 1.60% 인하하는 카드 수수료 개편안을 합의했다. 

대형 가맹점을 제외한 매출액 500억원 미만 일반 가맹점에 대해서도 평균 수수료율을 2.00% 이내로 유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사업자와 개인택시 사업자도 우대수수료 대상에 포함했다.
 

금융위원회는 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 확대로 카드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연간 4198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출처: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규제영향분석서). 10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할인율 5.5%를 적용해 현재 가치로 3조3383억원 수준이다.
 

한편 카드사 경쟁력 강화 TF는 이달 21일과 28일 두 차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재벌 가맹점의 갑질 방지 내용을 추가로 요구할 것이란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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