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한진칼이 서울고등법원의 항고 인용 결정에 따라 오는 29일 주주총회 안건에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측 주주제안을 삭제키로 했다.

이에 따라 KCGI로부터 경영권 압박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최측근인 석태수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할지를 놓고 KCGI와 '표 대결'이 예정돼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임·횡령으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해임하자'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제안한 국민연금의 보다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위협도 부담이다.

22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25민사부는 21일 한진칼이 KCGI의 그레이스홀딩스를 상대로 낸 가처분 이의 신청을 인용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가 세운 투자목적회사로,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12.01% 보유한 2대 주주다.

그레이스홀딩스가 이번 주총에 제안한 안건은 공석이 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서울대 경영대학 조재호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를, 감사에 이촌회계법인 김칠규 회계사를 각각 임명할 것과 이사의 보수 한도 총액을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이자는 것 등 7가지다.

법원이 한진칼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한진칼은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KCGI 측이 제안한 안건을 상정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KCGI와 이견이 엇갈리는 안건이 있어 주총 당일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대표적인 게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다. 석 대표는 대한항공 평사원으로 입사해 전문경영인 자리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조 회장은 석 대표를 위해 대한항공 전문경인 부회장직까지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이 비(非) 오너 일가에 부회장 직함을 부여한 유일한 사례다.

이에 KCGI는 석 대표가 조 회장의 사람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KCGI는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석 대표는 한진해운의 대표이사로서 한진해운을 지원해 한진그룹 전체의 신용등급 하락을 야기한 장본인이자, 최대주주의 최측근이다. 향후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고 전체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반영할 후보자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한진칼 주주들에게 석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위임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제안한 정관변경 안건도 걸림돌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임원이 횡령·배임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 임원직에서 자동 해임된다’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제출했다. 현재 조 회장은 배임·횡령 등 각종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28.7%, KCGI가 12.8%, 국민연금이 6.7%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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