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래 처음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
단기금리 높고 장기금리 낮은 ‘역 일드커브’ 나타나
미 연준 기준금리 동결·인하가 시장 불안 초래 지적도
장단기 금리 역전 10일 지속 시 311일 후 경기 침체 전례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뉴욕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물 국채수익률(금리)이 하락해 3개월물 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역전 현상’이 나타나며 시장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2007년 이후 처음 나타난 장단기 금리 역전은 불황의 전조”라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거래된 10년물 금리는 장중 2.41%로 약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발표된 3월 유로존 제조업 경기지수(PMI)는 물론 미국의 제조업 PMI도 크게 악화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채권은 만기가 길 수록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Recession) 우려, 다시 말해 ‘R’ 공포가 커지면서 10년물 금리는 미국 재무부 3개월 채권(TB) 금리인 2.46%를 밑돌았다.

일각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불안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경기 전망을 하향조정한데 이어 올해 기준금리 인상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연준이 완전한 비둘기파로 돌아서면서 시장에서는 정부만 알고 있는 악재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금리 동결 방침이 장기금리 하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연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은행은 차익금을 벌기 어려워진다. 이를 반증하듯 22일 뉴욕증시에서 씨티그룹 주가가 4% 이상 하락하는 등 대형 은행주 매도가 눈에 띄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에서 경기 불안이 확대될수록 수익률 곡선(일드커브)은 단기금리가 높고 장기금리가 낮은 ‘역 일드커브’를 그리게 된다”며 미국 비안코 리서치 조사 결과를 인용해 “과거 50년간 미국에서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역전 상태가 10일 지속되는 경우 311일 후에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 일드커브에 대해 확대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매킨토시 WSJ 칼럼니스트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밑도는 현상은 불황 예고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연준의 금리 동결·인하를 반영한 결과”라며 “경기 둔화의 신호일 수 있지만 불황을 확신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역시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은 적다”고 일축했다. 에반스 총재는 2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과 관련 “긴장은 해야 하지만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질 때마다 우리는 성장이 둔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확대 해석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또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2% 정도로 전망하며 “성장률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난 7분기와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미 금융시장에서 불황의 전조로 여겨지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지만 시장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극단적인 비관은 삼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