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홍콩 캐세이퍼시픽 항공에 저가 항공사(LCC)인 HK 익스프레스를 매각한 중국 복합기업 하이항(海航·HNA) 그룹이 도이체방크와 힐튼 호텔, 홍콩의 부동산 투자회사 등을 차례로 매각한다. 

HNA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610억 달러(약 69조3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풀며 해외 기업과 자산을 사들여 규모를 키웠다. 2016년 중국 기업의 해외 M&A 중 13%가 HNA일 정도로 몸집이 커지며 한때 M&A 신흥 강자로 주목받았지만 전락도 빨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경영난에 빠진 HNA는 지난 27일 49억3000만 홍콩달러(약 7125억원)에 HK 익스프레스를 매각했다. 

올 들어 홍콩의 카이탁(啓德) 공항 철거부지는 물론 홍콩국제건설투자관리집단을 미국 투자펀드 블랙스톤에 매각하는 등 자산매각을 가속하면서 시장에서는 “과욕으로 궁지에 몰린 HNA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이후 자산매각 규모는 약 450억 달러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QUICK 팩트세트와 미 조사회사 딜로직에 따르면 HNA가 2015년부터 3년간 빌린 차입금은 총 457억 달러로 대부분 신용력이 낮은 기업을 위한 ‘레버리지드론’(Leveraged loan)이었다. 부채 규모는 약 19조엔(약 196조원)에 달한다. 이 중 4300억엔(약 4조4340억원)은 올해 상환 기한을 맞았다. 

신문은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과 유착 관계였던 HNA 공동 창업자 천펑(陳峰)이 이를 내세워 부채 규모를 키웠다”며 “2017년 중국 당국이 부채에 의존하는 중국 기업의 경영을 압박하자 경영 악화에 시달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2017년 10월 왕 부주석이 최고 지도부에서 물러나고 지난해 7월 공동 창업자인 왕젠(王健)이 급사한 것도 경영 혼란에 박차를 가했다는 지적이다.

올초 HNA 파산설이 나돌자 그룹은 성명에서 “파산설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이미 지나 안정적인 국면에 진입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천펑 회장 역시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자금 부족을 해소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자산매각을 통해 부채를 해결한 것”이라며 “본업인 항공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나머지 사업은 단호히 처분해 유동성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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