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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이현영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손해배상한도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와 현산 컨소시엄은 당초 6일까지 계약서 조건 협상을 마치고 12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12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산이 단독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배타적 협상 기한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연내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앞서 진행된 예비실사에만 7주가량을 소요한 만큼 이번 인수·합병(M&A)에서는 아예 본실사를 생략했다.

   

통상 M&A 추진시 한달 정도 본실사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속도감 있는 협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정작 본협상 과정에서 계약서에 명시하는 우발 채무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한도를 놓고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가격조정한도는 당초 금호 측에서 매각에 나선 후보들에게 3%로 정하자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본협상에서는 논의 끝에 5%로 정하기로 양측이 대략 합의한 상태다.

   

문제는 손해배상한도에 관한 부분이다. 현산 컨소시엄 측은 기내식 사건 등의 향후 여파를 고려해 특별손해배상한도를 10%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호 측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산 컨소시엄 측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업과 관련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확인하고 제재를 추진함에 따라 이후 과징금 등의 유탄을 맞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재인수할 때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을 지주사로 싸게 넘겼다는 의혹도 손해배상한도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주 가격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놓고도 이견이 엇갈렸지만 이는 대략 현산 컨소시엄의 요구대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과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발행할 보통주(신주)를 함께 인수하는 방식으로, 현산 컨소시엄은 구주를 사는 데 3천200억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 측은 구주 가격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참작한 4천억원대를 주장했으나 이 같은 요구가 협상 테이블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주 인수는 2조원 이상 할 것 같다. (그러면)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좋아질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박 전 회장이 자산총액 5천500억원 규모의 금호리조트를 추가로 현산 측에 요구했지만 이 요구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SPA 체결이 연말로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협상 진행이 지지부진하면서 최근 현산 컨소시엄 측은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금호 측에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내용 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협상 자체가 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적어도 협상 자체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호 관계자는 "협상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이견 조정 과정일 뿐"이라며 "양측 모두 판 자체를 흔들 생각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정된 기간 내에 마무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구주 가격에 대해서도 양쪽 당사자들이 알아서 합리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산 컨소시엄은 연내 SPA 체결을 마무리한 뒤 내년 1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주 발행가 책정 등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

   

한편 구주 매입과 산업은행 차입금 상환까지 마치면 약 1조4000억원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구조 개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장·단기 차입금과 사채 규모가 1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에는 여전히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장거리)과 저비용항공사(단거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차원에서 체질 개선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이 확보됐다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산의 항공업에 대한 이해도와 HDC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에 대한 의구심이 상존하고 있어 인수 후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 계획과 전략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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