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만신창이 된 몸과 마음, 잃어버린 목표의식은 은퇴로 이어져
뚜렷한 주관 갖고 미래 계획해나가는 것과 선배들의 조언 큰 도움 돼
베뉴총괄담당관으로 참가한 평창올림픽서 만난 조직위원회 동료와 결혼
국제스포츠행정가로서 은퇴 선수에게 전문성 있는 역할 해주고 싶어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고기현 선수뿐 아니라 빙상계 전체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었다. 일반적으로 시즌이 끝나면 1~2주 후 다시 소집해 훈련을 시작하는데 여러 잡음으로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훈련하지 못하고 쉬어야 했다. 기존 지도자들이 교체되고 새로운 지도자들로 구성돼 소집된 대표팀은 특정 대학 파벌, 지도자들의 구타파문이 일어나는 등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많았다.

2017년 올림픽대비 테스트이벤트 종료 후 올림픽조직위원회 동료(이현우, 권욱선 베뉴매니저)들과 함께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사진=고기현 선수 제공
2017년 올림픽대비 테스트이벤트 종료 후 올림픽조직위원회 동료(이현우, 권욱선 베뉴매니저)들과 함께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사진=고기현 선수 제공

어린 나이에 이룬 꿈과 올림픽 이후 찾아온 슬럼프

“구타 파문이 있었던 2003년 시즌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았고 결국 문제가 커져서 대표팀 훈련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훈련으로 인해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의 상처가 컸어요. 시즌 중간에 새로운 감독체제로 바뀌면서 비로소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상태는 호전되는 듯 했으나 훈련하는 도중 넘어져 펜스에 부딪히며 왼쪽 어깨가 탈구되는 심한 부상을 당했다. 팔을 조금만 움직여도 어깨가 빠져서 다시 맞추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매일 진통제를 복용하며 버티는 게 쉽지 않았다. 이미 올림픽을 준비하며 잔 부상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의 영향도 컸지만 평생을 ‘올림픽메달리스트’가 되기 위해 달려온 ‘목표’를 이루고 나니 오히려 ‘꿈이 없는 것’이 막막했다.

“매일 자기 전 ‘온종일 훈련만 하다가 죽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 정도로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의 연속이었고 이 모든 과정의 끝은 ‘올림픽 금메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저를 올림픽에 한 번 반짝 등장했다가 은퇴한 선수로 기억하시거나 조기 은퇴한 선수로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죠. 대중의 관점에서 당연히 그렇게 느끼실 수 있겠다고 생각은 들지만 속상한 것도 사실입니다.”

2003년 ISU 세계 쇼트트랙 팀 선수권대회 종합 1위, 2003년~2004년 ISU 쇼트트랙 월드컵대회 1차~5차 여자 3000m 계주에서 연달아 우승한 후 2004년 ISU 세계 쇼트트랙 팀 선수권대회 종합 1위를 달성한 고기현 선수는 이듬해 세화여자고등학교 졸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선수 은퇴를 했다. 연세대학교 사회체육학과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간 그녀는 졸업 이후 쇼트트랙 국내 심판 수업을 받았다.

여러 심판 포지션 중에도 그녀가 택한 것은 빙상 위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트랙 안에서 심판을 보는 레프리(Referee) 포지션이었다. 이 포지션은 선수 출신만 가능했기에 그 의미가 특별했다. 다만 심판은 대회가 열리는 겨울 시즌에만 활동할 수 있는 특성상 심판을 하나의 직업으로 삼기는 어렵다. 또한, 2~3일에 걸쳐 긴 시간 동안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고되다. 하지만 그녀는 종목에 대한 애정과 여러 방면으로 종목 발전 및 유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녀는 국내를 넘어 8년 차 국제심판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강릉아이스아레나 베뉴총괄매니저 재직 당시 경기 종료 후 강릉아이스아레나베뉴팀 동료들과 함께. 사진=고기현 선수 제공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강릉아이스아레나 베뉴총괄매니저 재직 당시 경기 종료 후 강릉아이스아레나베뉴팀 동료들과 함께. 사진=고기현 선수 제공

쇼트트랙 경기는 변수가 매우 많은 종목이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석연치 않은 오심으로 인한 피해도 받았던 바 있다. 현재는 반칙의 여지가 있을 시 트랙 가운데 위치한 주심이 두 명의 보조심판과 1명의 비디오 심판의 의견을 받아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고 선수가 맡은 레프리는 그만큼 부담감이 큰 위치이기 때문에 풍부한 경험과 사례분석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엔 기술의 발달로 관중까지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선수들의 충돌 순간을 보여줍니다. 정확한 규정을 기반으로 판단을 내려도 보이는 것에 따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심판으로 국내 여러 대회에 참가하면서 그녀는 후배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반갑다. 경기 전후로 선수들의 상황과 그들이 느낄 것에 누구보다 공감하지만, 작은 부분에서라도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심판으로서는 다가가기가 조심스럽다. 고기현 선수가 대회 진행을 하며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또 하나는 ‘부상’이다. 대회를 진행하며 여러 선수의 부상을 직접 목격할 때 가장 안타깝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쇼트트랙은 기본적으로 빠른 속도로 여러 선수가 경쟁하고, 특히 여러 선수가 뒤엉켜 넘어졌을 경우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부상 방지를 위하여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올림픽의 ‘베뉴총괄담당관’이 되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은 선수로서 참가한 올림픽 이후 제 인생에서 두 번째로 특별한 올림픽대회입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의 경우 선수로서 참가만 했다면, 2018년 평창 올림픽은 스포츠행정인력으로 경기장의 부지만 있을 때부터 많은 선수의 꿈인 올림픽 무대가 만들어지고, 계획 수립단계부터 운영까지 끝마친 대회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가 선수 생활을 했던 종목인 쇼트트랙, 전 세계적으로 팬층이 두꺼운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을 총괄했기 때문에 더욱 특별했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열린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지금의 남편인 이승훈 평창올림픽플라자 총괄매니저와 함께. 사진=고기현 선수 제공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열린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지금의 남편인 이승훈 평창올림픽플라자 총괄매니저와 함께. 사진=고기현 선수 제공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서울특별시 체육회에서 인턴으로 1년간 행정 경험을 쌓고, 2013년 대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담당자로 근무를 하던 중 고 선수는 우연히 평창올림픽대회와 패럴림픽대회 베뉴매니저 모집공고를 봤다. 이전에 평창과 강릉의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조직위원회의 쇼트트랙 스포츠매니저로 일한 경험이 있었던 그녀는 무엇보다 올림픽메달리스트로서 좋은 경험이 되겠다고 생각했기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입사 초기엔 ‘베뉴매니저’라는 호칭 때문에 시설 관리자로 오해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림픽 준비 시기별로 조직위원회와 IOC 간의 승인을 통해 포지션이 정해지는 단계가 있다. 그가 처음 부여받은 정식직책은 ‘베뉴이벤트매니저(Venue Event Manager)’로 업무는 베뉴(Venue: 올림픽과 관련된 시설과 공간)에서 치러지는 기획 행사를 운영하는 것이다. 2013년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대회 문화체육부 장관 표창, 2015년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장 표창을 수여 받으며 능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두고 강릉아이스아레나의 베뉴총괄담당관(VGM: Venue General Manager)으로 임명됐다.

베뉴총괄담당관은 흔히 한 회사의 CEO 혹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로 설명할 수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은 당시 설상과 빙상을 포함 총 10개의 경기베뉴, 올림픽스타디움과 같이 2개의 공공베뉴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 베뉴담당관을 주축으로 베뉴팀(예: 강릉아이스아레나 베뉴팀)이 구성되며 고 선수는 강릉에 있는 빙상 베뉴인 ‘강릉아이스아레나’의 담당자로서 베뉴팀을 지휘했다.

하나의 베뉴팀은 IF(International Federation: 국제연맹)와 협업하여 경기운영과 선수구역을 담당하는 스포츠매니저를 포함, 모든 관중구역을 담당하는 이벤트서비스매니저, 시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경기장운영과 시설 매니저, 전지기기와 통신 등을 관리하는 테크놀로지매니저 등 약 30개 주요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올림픽 준비 기간에는 평창에 있는 사옥(HG)에 거처를 두고 각자의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분야별로 수립된 운영계획을 3단계에 걸쳐 종합 수립하고 종목별 테스트이벤트를 통해 실제 올림픽경기와 같은 수준으로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국제대회를 선별하고 개최하여 테스트를 거친다. 이후 베뉴총괄담당관인 고기현 선수가 지정한 이동날짜에 맞춰서 모든 베뉴팀 구성원이 베뉴에 모여 근무를 하게 되고, 지속적인 베뉴팀 회의를 통해 운영계획을 수정하며 보완하여 최종적으로 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 기간 동안 분야별 매니저, 단기채용인력과 협력업체, 자원봉사자까지 하루 최대 1천 5백여 명의 인력이 머물렀으니 규모가 상당했고, 수용 인원이 1만2000명인 베뉴가 연일 만석을 기록하며 방문한 모든 고객(올림픽 임원, 미디어 관계자, 선수, 관중 등)에 대한 서비스제공까지 포함한다면 베뉴팀 구성원 모두가 하루에 20시간에 달하는 근무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역할을 다해서 올림픽을 치러냈습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 그의 주요 역할은 운영구역과 관중구역을 포함,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근무하는 모든 인력의 역할과 일정을 점검하고 방문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확인하며, 대회운영의 전체적인 일정과 흐름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또한 그 안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크고 작은 상황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지휘부와 즉각적인 보고체계를 통해 해결해나갔다.

근무하는 동안 힘든 상황이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에 선수 경험과 조직위원회 입사 전 경력을 토대로 그녀에게 익숙했던 경기운영만 담당했으면 좋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었다. 막중하고 무거운 임무를 맡아 부담이 컸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베뉴팀의 구성원들의 도움 덕에 무사히 역할을 해내 갔으며 근 5년간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포츠 행정가로서 이루 표현이 불가한 성장을 이루었고, 그 과정에서 반려자도 만났으니 의미가 넘치는 올림픽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IOC/POCOG 지휘부 참석 Farewell party 당시 토마스바흐 IOC 위원장, 남편인 이승훈 평창올림픽플라자 베뉴매니저와 함께. 사진=고기현 선수 제공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IOC/POCOG 지휘부 참석 Farewell party 당시 토마스바흐 IOC 위원장, 남편인 이승훈 평창올림픽플라자 베뉴매니저와 함께. 사진=고기현 선수 제공

아버지와 남편이 똑같은 이름을 가진 운명의 ‘훈장 부부’

고 선수는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근무하고 약 1년 후 합류한 남편 이승훈 씨를 처음 만났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면서 7살의 나이 차이가 무색하게 빠른 속도로 친해졌다.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 스포츠매니저를 역임한 재원이었던 이승훈 씨는 당시 혼자서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그녀에게 믿음직스러운 지원군이 돼 주었다. 마치 결혼을 할 만난 사람을 만난 것처럼 1년 반 남짓한 시간 안에 만남부터 결혼까지 모든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될 인연은 이렇게도 이루어지는구나, 신기했어요. 재미있는 건, 가족들이 처음 다 같이 만난 자리에서 저희 아버지와 남편의 호적상 이름과 현재 사용하고 있는 두 개 다 같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어요. 저희 아버지는 호적상 ’승훈’, 실제로는 ‘정식’이라는 존함을 사용하시는데 남편은 호적상 ‘정식’, 실제로는 ‘승훈’이라는 이름을 쓰거든요. ‘이것이 진짜 운명이구나’ 싶은 각인을 ‘딱’ 찍는 계기가 됐죠.”

당시 고 선수의 남편의 직책은 평창올림픽플라자의 베뉴총괄담당관이었다. 평창올림픽플라자는 올림픽과 패럴림픽과 관련한 여러 시설을 모아 놓은 곳으로 약 2만 평 부지 위에 올림픽 스타디움, 메달 플라자, 올림픽홍보관 등을 구성, 올림픽 개·폐회식과 메달 수여식을 비롯해 각종 체험행사, 공연, 전시가 열린 복합시설이다. 남편은 평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주요 베뉴를 담당했고, 아내는 강릉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경기장인 아이스아레나를 담당했던 관계로 부부는 올림픽 동안 얼굴을 거의 보지 못했지만 ‘성공적인 올림픽’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평창에서의 경험은 서로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승훈 씨는 올림픽 폐막 후 공로를 인정받아 체육훈장 기린장의 수훈자가 됐다.

“제가 선수 시절의 공로로 받은 2008년 체육훈장 청룡장과 남편의 기린장을 함께 걸고 ‘훈장 부부’라고 자축하며 멋진 사진으로 남겨뒀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 성공개최 훈장 수여식에서 남편 이승훈 씨는 체육훈장 기린장을 수훈했다. 사진=고기현 선수 제공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 성공개최 훈장 수여식에서 남편 이승훈 씨는 체육훈장 기린장을 수훈했다. 사진=고기현 선수 제공

국제스포츠행정가로서 그녀가 만들어나갈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미뤄졌던 2021~2022년 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이 지난달 말 펼쳐졌다. 이번 선발전은 내년 있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전을 겸한 것으로 올림픽메달리스트인 황대헌, 곽윤기, 심석희, 최민정, 김아랑을 비롯해 이준서, 박장혁, 김지유, 이유빈 등 새로운 기대주가 내년 올림픽 출전을 확정지었다. 올해 초 대한빙상협회 이사로 선임된 고 선수는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 경기 진행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동료 임원들과 기획하고 경기를 참관했다.

고기현 선수는 과거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교육과 관련된 업무를 하던 동료가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행사에 함께 참여했던 것이 인연이 돼 (사)패션커넥티드의 창립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사)패션커넥티드를 통해 평창 올림픽 개최 전, 여러 학교를 직접 찾아가서 특별 강의를 하고, 여러 가지 체험행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알리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물품을 후원해주는 역할을 담당했고,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같은 맥락을 이어받아 많은 학생이 학교와 평소 생활에서 건강하게 스포츠를 즐기고 스포츠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IOC 유승민 선수위원을 주축으로 은퇴선수 및 스포츠 관계 종사자들이 모여 청소년과 장애인, 소외계층 스포츠 지원, 생활체육 및 전문체육의 발전, 은퇴선수들을 위한 스포츠 환경 구축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 사단법인 두드림스포츠의 글로벌 교육 부위원장의 직책을 맡아 활동 중이다.

“두 단체는 선수, 학생을 대상으로 제가 멘토로서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과 스포츠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펼친다는 취지에 공감하여 함께 참가하게 됐습니다.”

2020년 로잔 동계청소년올림픽 대회 한국선수단 임원으로 참가했을 당시 로잔 선수촌에서. 사진=고기현 제공
2020년 로잔 동계청소년올림픽 대회 한국선수단 임원으로 참가했을 당시 로잔 선수촌에서. 사진=고기현 제공

2024년에 있을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으로 임명돼 이미 지난해부터 평창 올림픽에서의 경험과 더불어 선수단 임원으로서 참여했던 2020년 로잔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의 바탕으로 올림픽 행정인력으로서 동년배 스포츠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본보기가 돼 주는 고 선수는 분야에 관심을 갖는 후배들에게 ‘현장에서 발로 뛰는 배움’과 ‘분야에서 가장 잘해온 것’에 주목하기를 조언한다.

“은퇴 이후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 역시 은퇴선수를 위한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만 해도 그저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려는 마음에서 시작했었는데 다른 체육 단체나 국제스포츠이벤트 조직에서의 업무들을 거치면서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의 사무업무와 현장에서 준비하는 것들을 직접 몸으로 뛰며 운영하는 현장업무가 병행되는 역할에 대해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또한, 저는 제가 잘 알고 있는 출신 종목과 관련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선수 시절 쌓아온 경험과 경력들이 더없이 큰 도움이 됐고, 그 종목들에서 최고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에 있어 제 의견이 인정받고 수렴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 부분은 엄청난 장점이지만,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의견과 결과는 신중히 해야 합니다. 물론, 일해나감에 있어 느끼는 보람과 배움은 분명하므로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2020년 스위스 로잔 IOC 헤드쿼터의 건물 내 올림픽메달리스트 싸인 존에서 사인 행사에 참가했을 당시. 사진=고기현 선수 제공
2020년 스위스 로잔 IOC 헤드쿼터의 건물 내 올림픽메달리스트 싸인 존에서 사인 행사에 참가했을 당시. 사진=고기현 선수 제공

고 선수는 앞으로 예정된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비롯해 2024년 강원동계유스올림픽과 여러 국제 이벤트들을 통해 국내 스포츠가 나아갈 방향과 확신과 기회를 찾는 것을 계획한다. 동시에 그는 실제 경험을 토대로 유소년 선수의 선수경력 이후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모색하고 많은 선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꿈꾼다. 고 선수가 ‘국제스포츠행정가’로서 만들어 걸어갈 길이 올림픽만큼 영광스럽고 금메달처럼 빛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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