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의 모든 세트 제작과정에 참여해
제작진 역할 마다하지 않고 직접 빗자루 들어
누구보다 '현장 이해도' 높은 제작자라 자부해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한국 최초의 SF물인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제작의 출발부터 모든 걸음이 도전이었다. 한국인이 밟아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 생경한 달과 달이 품은 비밀을 형상화하는 긴 과정에서 여러 도전과 실패를 거듭했다.

역대급 규모의 달 표면과 우주선, 발해기지 세트를 비롯해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이용한 버추얼 프로덕션 기법으로 리얼함을 끌어올린 시각특수효과(VFX)까지 2년에 걸친 프리 프로덕션과 1년여 동안의 후반 작업을 거쳤다.

화상 인터뷰를 통해 기자를 마주한 제작자 정우성은 "'결과물의 완성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까', '시청자에게 불편함이 없어야 할텐데'라는 생각과 실행의 연속이었다"며 프로덕션 비하인드 과정을 소개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2차 메인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2차 메인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달 지면은 시멘트를 베이스로 실제와 유사하게 제작된 월면토를 활용해 만들었다. 착륙선은 3개월에 걸쳐 만들어진 대형 세트로 크레인으로 세트를 들어 올려 기울일 수 있게 튼튼하고 견고하게 지었다. 모든 것이 기밀에 부쳐진 임무를 수행하는 곳인 만큼 그 어떤 외부 자극에도 손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기지의 주요 콘셉트였다.

튼튼하고 무거워 보이는 재질감을 이용해 비밀을 안은 거대한 요새처럼 보이게 했고 천장 대부분을 의도적으로 낮게 만들어 폐쇄되고 갑갑한 느낌을 살렸다. 이 모든 과정에 함께한 정우성은 촬영 때마다 앞장서서 달 표면에 남은 발자국을 지우며 미술팀 제작진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촬영현장.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촬영현장. 사진=넷플릭스 제공

먼지가 많은 현장에서 정우성이 ’발자국 200만개를 쓸었다‘고 할 정도로 열정을 쏟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도전'이었다. '고요의 바다'가 지닌 세계관이 있었지만 그게 완벽히 구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적지 않은 예산으로 최대한 현실감 넘치게 세트를 구현했지만 부족함이 분명 있었다.

“'달'의 화면을 담아낼 땐 크로마키나 LED 패널이 전부인 배경에서 달 지면의 흙과 비슷한 색의 흙을 배합해 그 위에 지구인들의 발자국을 하나하나 담아내는 과정을 거쳤어요. '열정'이라기 보다는 '촬영에서의 효율성을 어떻게 올릴까', '촬영을 위해 주어진 시간 안에서 얼마나 극대화된 장면을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고 그런 지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험이 많은 제가 현장에서 '빗자루'를 직접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빗자루는 달로 가는 티켓이었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자 정우성.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자 정우성. 사진=넷플릭스 제공

정우성은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을 제작자로 마주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 동료 배우로 마주했다면 캐릭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교감을 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렇지 못한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테두리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위로되는 부분이라면 동료들이 어떻게 직업에 임하고 또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느끼게 된 긍정적인 요소다.

“저는 현장에서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제작자로서의 제 역량을 입증해나가야 했어요. 사실 모든 제작자가 그렇진 않죠. 이번 작품에서는 모두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만큼 제작진과 배우 사이 어떻게 개입을 해야 할지, 개입해도 되는지, 받아들이는 대상의 마음이 어떨지 여러 고민이 있었을 거예요. 저는 오랜 시간의 현장 경험을 통해 현장의 언어, 현장의 소통 방식, 현장의 어울림을 이해할 수 있었던 제작자였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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