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정치인 연기 후 '정치가 무섭구나' 생각
'김운범'은 '킹메이커' 위해 판 깔아주는 역할
변성현 감독과 세 작품 연달아 작업한 페르소나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영화 '자산어보'로 제4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제41회 황금촬영상, 제8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제16회 대한민국대학영화제, 제42회 청룡영화상까지 남우주연상 5관왕을 달성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배우 설경구가 영화 '킹메이커' 속 ‘김운범’ 역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킹메이커'는 곧은 신념과 뜨거운 열정을 지닌 채 선거에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과 승리를 위해 촘촘하고 치밀한 전략을 펼치는 천재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전쟁처럼 치열한 선거판에서 함께 달리는 드라마를 그렸다.

‘킹메이커’는 제70회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과 주요 제작진이 재회한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오는 26일 '킹메이커'의 개봉을 앞두고 화상으로 기자를 마주한 설경구는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놨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 극중 '김운범'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킹메이커' 스틸. 극중 '김운범'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설경구는 이번 작품에서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기 위해 도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좌절하는 '대통령 후보'를 연기했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되기 전의 모습도, 후의 모습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모든 사람의 관점이 다르기에 '대통령의 덕목은 이것이다'며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설경구는 극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를 인용해 그의 의견을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운범'이나 '서창대'의 대사가 아니라 조우진 씨가 맡은 '이 실장'이 극중 "당신의 대의가 '김운범'이면 나의 대의는 각하다. 정의는 승자의 단어다"라며 말을 하는데 그 대사가 와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치가 참 무섭구나'라고 느껴져요. 정치인은 덕목 이전에 ‘각자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그 '정의'라는 게 다 다르므로 '참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 극중 '서창대'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과 '김운범' 역을 맡은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킹메이커' 스틸. 극중 '서창대'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과 '김운범' 역을 맡은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본디 지난해 12월 29일 개봉을 발표했다가 무기한 연기했던 영화 ‘킹메이커’. 만약 예정했던 대로 작년에 개봉했다면 설경구의 2021년 필모그래피에 올랐을 두 작품은 '자산어보'와 '킹메이커'다. 그가 두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의 공통점은 극 안에서 큰 판을 깔아주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제목이 '킹메이커'인 이번 작품의 경우 극중 '킹메이커'인 '서창대' 역의 이선균 씨가 복잡한 감정에 휘둘릴 때 '킹'이 되려는 '김운범'이 극 안의 큰 기틀을 잡아 흔들리지 않게 받혀주는 거예요. 제가 작업했던 사람들은 모두 그렇지만 이선균 씨가 사람이 참 좋아요. 후배이지만 정신력도 강하고 단단하니 기복이 없는 사람이라 아주 즐겁게 촬영을 했어요.“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킹메이커' 개봉 이후 또다시 변성현 감독과 영화 '길복순'을 촬영한 설경구. 배우 전도연, 설경구, 이솜, 구교환 등이 주연진으로 출연한 '길복순'은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앞두고 있다.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까지 벌써 세 작품에서 만나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가 된 설경구는 '불한당'을 작업하며 쌓은 '신뢰'를 함께 작업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사담을 나누면서 제가 농담으로 '제 나이대 역은 무조건 내게 다 와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나랑은 이제 만날 일 없을 것이다'며 반강제 협박을 한 적이 있어요. (웃음) 영화 '길복순'의 제목은 전도연 씨가 맡은 캐릭터의 이름인데 저의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길복순'은 읽었을 때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그동안 받아본 대본 중 가장 상업적인 작품이기도 했고 또 '또 다른 변성현의 맛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분량은 적어도 출연을 선택했어요. 서로 인연이겠죠.“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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