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4~5번의 연설 촬영, 부담과 스트레스
'김운범' 연기하며 '대선주자'의 '외로움' 느껴
영화제서 수상할 때마다 '신인상' 받는 마음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오는 26일 영화 '킹메이커' 개봉을 앞두고 배우 설경구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킹메이커’는 승리에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동반되어야 하는 정치인 ‘김운범’의 소신과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서창대’의 모습이 맞물리며 선거 전쟁에서 일어나는 뜨거운 드라마를 그렸다. 영화는 60~70년대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전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의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미뤄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게 된 '킹메이커'의 “치열한 선거 전쟁, 쇼인가 정치인가”, “정치인과 선거 전략가”, “치열한 선거 전쟁이 시작된다”, “승리를 위한 신념이 부딪힌다” 등의 카피는 같은 뜻을 품었지만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을 통해 현시대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 '킹메이커'에서 극중 '김운범'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의 캐릭터 포스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킹메이커'에서 극중 '김운범'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의 캐릭터 포스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설경구와 이선균은 치열한 선거판의 중심에 있었던 두 남자로 분해 복합적이고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는 동시에 끈끈한 유대와 새로운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특히 극중 강직한 신념을 가진 '김운범' 역의 설경구는 캐릭터 설정을 위해 사투리를 익혔고 상황에 맞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늘렸다가 줄이는 세심한 노력을 했다. '김운범'이 5시간 동안 연설하는 '필리버스터' 장면은 영화상에서 몇 초 만에 빠르게 보여주기에 오디오가 들어가지 않음에도 설경구는 해당 필리버스터 장면의 연설문을 모두 외워와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도 섬세한 노력을 기울이는 설경구의 열연은 영화와 몰입감을 생동감 있게 만든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킹메이커'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설경구는 극중 4~5차례 있는 '김운범'의 연설 장면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컸다. 변성현 감독은 '목포역 장면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그 장면을 촬영하기 두 달 전부터 스트레스가 크게 다가왔다. 양수리 야외에서 세트를 만들고 촬영한 날은 엄청난 폭염이 있던 날이었다

"조금 날짜를 미루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세트 설치와 철회 등의 일정조율 때문에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최소한의 보조출연자 분들이 계셨지만 이 군중이 얼마나 어떻게 CG로 완성될지 상상도 안 되더라고요. 연설하고, 설득하고, 선동하는 장면을 케이블로 연결된 카메라가 서서히 제 앞으로 오는 걸 정확히 계산해 어느 구간에 정확히 멈춰 서서 촬영을 해야 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무엇보다 폭염에 안 더운 척을 해야 하는 것도 고역이었어요."

영화 '킹메이커' 스틸. 극중 '김운범'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킹메이커' 스틸. 극중 '김운범'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김운범'은 본인의 주장만 펼치는 '대선주자' 같으면서도 안으로 들어가 보면 참모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입장이라 소소한 대사보다는 리액션이 많고 홀로 있는 장면이 많은 캐릭터이다. 설경구는 '김운범'을 연기하며 외로웠고 자연스레 '대선주자의 화려한 이목'보다는 '대선주자가 외로울 수 있겠다'는 걸 느꼈다.

변성현 감독은 '큰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김운범' 캐릭터 구축과 연출 방향에 대해 언급했지만 설경구는 '대통령 후보 김운범'이 아닌 '인간 김운범'에 집중하여 연기했다. '큰 인물일 수 있으나 그도 한 명의 인간이었다'고 생각을 했다.

"크게 보였다면 변성현 감독의 연출이겠고요. 저는 ''김운범'이 대선후보다'라는 거창한 목적의식을 가지지 않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물론 욕심이 있어서 그 지점까지 올라왔겠지만 '김운범'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저의 출발점은 지극히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람이었고 출세욕, 권력욕을 위해 대권에 도전한 것이 아니었어요. 극중 체육관에서 야당의 대선후보로 선정되었을 때도 무언가 대단한 인물이 되어서 상황을 즐긴 게 아니라 '인간 김운범'으로 대하며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했어요.“

영화 '킹메이커' 스틸. 극중 '김운범'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킹메이커' 스틸. 극중 '김운범'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를 시작했을 때 영화제에서 상을 많이 받으면서 '영화에 출연하면 상을 이렇게 받는구나', '해외 영화제를 이렇게 가는 거구나'며 엉뚱한 생각을 했었어요. 그땐 너무 힘들어서 못 나간 영화제도 있을 정도로 초청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뚝 끊기더라고요. 10여 년간 수상을 못 하다가 '불한당'으로 수상을 했고 또 작년에 감사하게도 많은 상을 받았어요. 이전엔 멋모르고 상을 받았다면 지금은 책임감을 느끼고 신인상 받듯 더 떨리는 마음으로 받게 되더라고요. 상 받으려고 작품을 하는 건 아니지만 늘 최선을 다하게 돼요. 지난 12월 한 달 내내 저답지 않게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킹메이커' 홍보를 열심히 했어요. 다시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여러분 '킹메이커'를 향한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설경구의 주연작 영화 '킹메이커'는 오는 1월 26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하며 후속작 영화 '야차', '길복순' 등의 촬영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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