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실제 사건 다룬 만큼 판타지적 연출 고민
'킹' 아닌 그림자 '킹메이커' 통해 영화적 메시지 전달
'작품마다 스타일리시' 평가는 연출보다 미술감독 덕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영화 ‘킹메이커’의 변성현 감독이 ‘킹’이 아닌 ‘킹메이커’에 이끌린 이유를 사연을 소개했다. 정치물의 흔한 클리쉐는 주인공이 우상화돼 히어로물이 된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만난 변 감독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서 ‘엄창대`라는 인물에 대해 접하고 흥미를 갖게 되었다.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으면서 이면에 있는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기사화된 사건을 기준으로 두고 `그 일이 왜 일어났는가`는 과정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그러나 실존 인물,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연출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영화 '킹메이커' 글로벌 포스터.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킹메이커' 글로벌 포스터.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극중 `김운범`의 자택에 폭파사고가 일어나요. 영화적으로만 본다면 그 사건으로 인해 극이 전환되는 계기가 되기에 큰 폭발이 일어나야 해요. 그런데 실제 사건의 기사를 보면 `커다란 굉음이 들렸고 크게 파손된 부분이 없다`고 기록돼 있어요. 하지만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실제 사건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촬영할 때는 카메라가 집안 바깥에 자리해 굉음 때문에 유리가 파손되고 새가 날아가는 것으로 연출했어요. 극의 전개로 본다면 훨씬 극적이게 연출돼야 했는데 그렇다고 이미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거짓으로 표현하기도 어려웠어요.“

영화 '킹메이커' 스틸. 극중 '서창대' 역의 배우 이선균과 '김운범' 역의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킹메이커' 스틸. 극중 '서창대' 역의 배우 이선균과 '김운범' 역의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극중 `서창대`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은 실존 인물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어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며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선균이 변 감독에게 물은 질문 중 하나는 ``서창대`가 왜 `김운범`의 그림자여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실존 인물 `엄창대`의 배경과 극중 `김운범`을 `킹`으로 만들고 싶어 하면서도 `킹메이커`로서의 `그림자` 역할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서창대` 아이러니한 캐릭터는 영화를 이끄는 수단이었다. 변 감독은 세상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면이 있을 거로 생각하기에 그 갈등 지점에 서 있는 `서창대`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개인적으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존경할만한 인물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영화를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저의 개인적 존경심과는 별개로 그분을 작품 안에서 우상화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랬기에 그분을 `킹`으로 만들려는 `킹메이커`를 통해 `목적과 수단에 대한 정당성`에 관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했습니다. 정치적인 것뿐 아니라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연 옳은 목적에는 올바르지 않은 수단도 정당한가`라는 메시지라기 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저도 찾지 못했지만요.“

영화 '킹메이커' 제작발표회 당시 배우 설경구, 변성현 감독, 배우 이선균.  작품은 작년 12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미뤄져 지난 1월 26일 개봉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킹메이커' 제작발표회 당시 배우 설경구, 변성현 감독, 배우 이선균.  작품은 작년 12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미뤄져 지난 1월 26일 개봉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개봉 당시에도 그렇고 이번 `킹메이커`도 평단과 언론에서 `스타일리시한 작품`이라 표현과 칭찬을 하세요. 이건 한아름 미술감독님의 미술 때문에 제가 덕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변성현=스타일리시'라고 공식이 만들어지는 것도 제가 보여주려는 드라마적인 것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기에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작품을 연출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 `배우들의 감정 전달` 등 배우가 우선입니다. 개인적으로 `배우의 감정 전달`이 연출자로서 저의 장점이라 생각하고요.“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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