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9년 만에 복귀작 선봬
2011년부터 시나리오 작업, 난관 극복하고 제작
사회적논쟁 피할 수 없어, 활발하게 의견 나누길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근래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흥행한 영화 '자산어보', '모가디슈', '인질', ‘킹메이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킹덤' 시리즈, 'D.P.', ‘지옥’, ‘고요의 바다’ ‘옷소매 붉은 끝동’, '지금 우리 학교는' 의 공통점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존재하는 영상, 웹툰, 소설, 역사 등 기반이 된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노벨 문학상 후보이자 현대 중국 문학계의 대표적인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옌롄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영화의 원작 소설은 출판 후 금서로 지정됐다. ‘21세기를 뒤흔든 금지된 이야기’라는 파격적인 스토리를 다룬 영화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69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장철수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복귀작이다. 23일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장 감독은 “10년을 넘기지 않고 차기작을 선보일 수 있어서 다행이고, 그 사이 건강하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개봉 소감을 밝혔다.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론칭포스터.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론칭포스터.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2010년 첫 장편 영화 연출작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로 제63회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비롯해 대종상 신인감독상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장철수 감독. 그는 데뷔 후 연출자로서 '특정 성향' 혹은 '특정 성격'의 작품성을 지닌 감독으로 규정되거나 틀에 박히지 않으려 노력했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과 비슷한 장르의 작품 제안이 많이 들어왔지만 고사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 작품만 연출해도 '그런 스타일을 지닌 감독'으로 연출자를 규정하려는 게 있어요. 만약 두 작품을 연달아 비슷한 작품을 연출하게 되면 완전히 자신이 만든 틀에서 못 벗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려고 해도 사람들의 선입견은 고정돼버리죠. 저는 첫 작품 이후 두 번째 작품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연출하려 했습니다. 두 번째 작품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상업영화였고요. 이번 영화는 대중성과 예술성이 잘 혼합된 작품이라 생각해 선택했습니다.“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스틸. 극중 '무광' 역을 맡은 배우 연우진.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스틸. 극중 '무광' 역을 맡은 배우 연우진.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영화는 제작되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겪었다. 본디 장철수 감독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개봉된 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소설을 접하고 바로 차기작으로 점찍었다. 2011년부터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하고 캐스팅과 제작사 등을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장 감독이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반응은 '과연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제작될 수 있겠느냐', '불가능한 이야기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그 와중에 연출을 제안받았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큰 흥행을 이루며 또 한 번 이름을 각인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얻었지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제작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았어요. 그런데 2014년 연우진 배우를 만났고, 그때 '어떻게든 이 작품을 만들자'라며 논의를 나눴어요. 대중에게 보여지기엔 이번 작품이 세 번째 작품이지만 그 사이 무수한 실패가 있었습니다. 영화는 제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로 정말 중요한 작품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고 어려운 제작 환경이었지만 주어진 것에서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연출자 장철수 감독.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연출자 장철수 감독.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장 감독은 14일 개최된 시사회 당시 영화를 통해 '1970년대 현대인의 자본주의를 표현하는 것'의 의미를 언급했다. 장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고 칭찬만 받으려했다면 만들지 못했을 거라 말한다. 여러 비난을 받고 욕을 먹고 비웃음을 살 수도 있겠지만 그런 모든 걸 감수하고 영화를 만든 이유는 관객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운 과정을 지나 이 작품을 만들었지만 영화나 원작 소설의 작품성을 떠나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소재를 다뤘다는 건 여과 없는 사실이다. 그에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작품이 사회적으로 논쟁을 피할 수는 없어 보여요. 다만 이것이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정체성이고 또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었는데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도 있지만 모두가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의견이 나뉘면서 서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가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우리 영화는 완전히 대중적인 영화가 아니다', '논쟁이 되고 자기 얘기를, 자기주장을,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영화다'라고 보고 활발하게 논쟁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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