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닥터'서 흉부외과 펠로우 안태현 역할 맡아
첫 제안 당시 '낭만닥터 김사부 2' 캐릭터 겹쳐 고사
의상·분장 등 '현실적인' 의사 모습 보이려고 노력해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신들린 의술의 오만한 천재 의사와 사명감이라곤 1도 없는 황금 수저 레지던트, 배경도 실력도 극과 극인 두 의사가 바디를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메디컬 스토리를 그린 tvN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연출 부성철/ 극본 김선수/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본팩토리).

지난달 22일 종영한 이 작품은 방영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일정과 겹쳤지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큰 호평을 얻으며 흥행가도를 달렸다.

극중 여러 캐릭터 중에도 은상대병원 흉부외과 최고의 써전이자 교수인 '차영민'(정지훈)의 충직한 후배 펠로우 4년차 안태현은 출연부터 아슬아슬한 캐릭터였다. 그가 어떤 결정을 할지에 따라 은상대의 수뇌부, 영민의 수술, 자신의 행보 등 드라마의 판로가 결정되는 많은 것이 있었다.

드라마 '고스트 닥터'에서 극중 '안태현' 역을 맡은 배우 고상호. 사진=tvN 제공
드라마 '고스트 닥터'에서 극중 '안태현' 역을 맡은 배우 고상호. 사진=tvN 제공

'안태현'이 처한 상황에서 타의에 의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더해지는데 이런 부분이 현실적으로 보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배역을 연기한 배우 고상호는 기자에게 "작품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정말 많이 등장하다 보니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작품 안에서 안태현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 그리고 현대인을 대변하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캐릭터 연출에 관해 설명했다.

"처음 4회 대본을 읽었을 때 캐릭터 각자의 개성도 뚜렷하고 너무 잘 읽히는 이야기였어요. 다만 이 작품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연기했던 '양호준'과 같은 의사 역할이고 비슷한 결을 갖고 있다 보니 감독님께는 죄송하지만 고사했어요. 그런데 얼마 후 감독님이 다시 연락을 주셔서 '이 역할을 꼭 맡았으면 좋겠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고민 끝에 또 다른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어요.“

배우 고상호. 사진=피엘케이굿프렌즈 제공
배우 고상호. 사진=피엘케이굿프렌즈 제공

전작인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의 양호준과 안태현이 의사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겪는 상황이 전혀 달라 안태현이 처한 상황에 집중하려 했다. 양호준과 달리 안태현은 실력이 부족한 의사가 아니기도 하다. 고상호는 차영민 밑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버텼던 그에겐 환자를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소신을 지닌 인물이라 생각했다.

"아주 현실적인 의사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 했어요.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았고 수염을 기른다거나 헤어스타일도 따로 하지 않는 등 외적인 부분들에 신경을 안 썼습니다. 의상도 의사가운 아니면 수술복뿐이죠. (웃음) 안태현에게 의사가운은 의사가 가진 소명 그 자체를 보여주는 막중한 책임감이 담긴 유니폼으로 여기고 지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극이 점점 진행되면서 안태현이 겪는 다이내믹한 감정변화들을 흐름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드라마 '고스트 닥터'에서 극중 '안태현' 역을 맡은 배우 고상호. 사진=tvN 제공
드라마 '고스트 닥터'에서 극중 '안태현' 역을 맡은 배우 고상호. 사진=tvN 제공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실력도, 인성도 좋지 않은 외과의 캐릭터 양호준을 연기했을 당시 극중 박민국(김주헌)이 '머저리 같은 놈'이라며 크게 분노하는 모습과 차은재(이성경)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는 장면에서 많은 시청자가 환호성을 질렀다. 드라마 '빈센조'에서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자 같지만 결국 승진을 위한 욕망 앞에서 비리를 저지르는 검사 정인국을 연기했다. 세 편의 드라마가 흥행하며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데 연달아 '밉상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미지가 자리 잡는 것에 아쉬움은 없을까.

드라마 '고스트 닥터'에서 극중 '안태현' 역을 맡은 배우 고상호. 사진=tvN 제공
드라마 '고스트 닥터'에서 극중 '안태현' 역을 맡은 배우 고상호. 사진=tvN 제공

"연달아 비슷한 결이 있는 인물을 맡는다는 게 당연히 부담스럽고 어려웠는데, 선역이 있으면 악역도 항상 따라오기 마련이잖아요. 어떤 역할이든 제가 작품에 도움이 된다면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인데 그런 모습들을 인상 깊게 봐주시는 것 같아 배우로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안태현이 배신하고 자수하는 모습들이 작품의 큰 흐름에 영향을 끼치다 보니 제가 이 역할을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어요. 이제까지 보여진 건 저의 10%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다른 이미지들이 훨씬 많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기에 묵묵히 맡은 배역에 충실하다 보면 점점 다양한 역할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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