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서 ‘최윤지’ 기자 연기
빼곡하게 노트해놓은 김소진 대본 보며 놀라
정남규 모티브인 남기태 취재, 가장 어렵게 촬영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대한민국 최초 프로파일러라는 특별한 소재, 제작진의 젊은 감각, 연기의 神이라 불리는 배우들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주목받았던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극본 설이나/연출 박보람/제작 스튜디오S). 지난 12일 종영한 작품에서 출연한 수많은 기자 중 유일하게 취재 윤리가 올바른 ‘최윤지’ 기자를 연기한 배우 공성하. 종영 인터뷰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최윤지’ 캐릭터를 구축하고 이해하기 위해 거친 과정을 소개했다.

배우 공성하. 사진=더웨이컴퍼니 제공
배우 공성하. 사진=더웨이컴퍼니 제공

”20년 전과 현시대에 활동한 두 다른 기자를 인터뷰하며 과거에는 기자와 형사와의 관계가 요즘보다 더 돈독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접했어요. 과거엔 형사와 기자가 서로 상부상조했던 부분을 들으며 ‘최윤지’ 기자가 분석팀을 통해 정보를 얻어 기사를 쓰는 것 이상으로 분석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극 후반부에 프로파일러에 대한 기사를 쓰게 되며 많은 이들에게 분석팀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게 되어 뿌듯했죠. 기자 캐릭터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모든 과정이 제겐 새로운 삶을 알아가는 의미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캐스팅이 되고 공성하는 평소 정말 좋아했던 배우 김소진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두근거렸었다. 다만 현장에서 극중 ‘최윤지’와 광수대 소속 배우들이 나누는 대사 비중이 작아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같은 날 촬영 현장에 있게 되는 날이면 김소진의 연기하는 모습을 열심히 관찰했다. ‘츤데레’ 신기호 국장 역의 배우 하도권과의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하도권과는 처음 만났지만 연기를 하면서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워낙 케미가 좋아 감독도 엄지를 치켜들었다.

”한 번은 분장 버스에서 대사가 안 보일 정도로 빼곡히 노트 해놓은 대본을 발견했는데 김소진 선배님의 것이었어요. 너무 빼곡해서 읽히지 않는 정도였는데 ‘이렇게나 디테일하게 준비를 하시는구나’ 하고 감탄을 했던 적이 있어요. 연기할 땐 정말 카리스마가 넘치는 선배님이세요. 하도권 선배님은 촬영 두 번째 날에 케미가 워낙 좋다 보니 ‘두 번째 봤는데 케미가 좋으면 세 번째 만날 땐 로맨스야’라며 웃음기 가득하게 이야기하시는데 정말 털털하시고 유머 있는 분이라고 느꼈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다른 작품에서 다시 뵙고 싶습니다.“

배우 공성하. 사진=더웨이컴퍼니 제공
배우 공성하. 사진=더웨이컴퍼니 제공

공성하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촬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정남규의 모티브인 '남기태'(김중희 분) 취재를 하는 장면이다. 극중 ‘최윤지’ 기자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다가 남기태를 바라보는 유가족들을 보게 된다. 촬영장의 상황은 실제 과거 현장에 있던 사람인 것 같이 소름이 돋는 분위기였고 마음도 아팠다.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도 이렇게 마음이 좋지 않은데 당시 그 사건을 겪었던 가족들과 피해자들은 어떤 심정일지 가늠이 안 됐다. 현실에서 있을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다. 며칠 동안 어떤 허무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공감하며 기사를 작성하려는 최 기자의 행위조차 남겨진 이들의 상처를 복기하게 만드는 일은 아닌가 고민스러울 정도였다.

”간접적으로나마 사회부 기자를 체험하며 바뀐 고정관념이 있다면 기록을 하고 전달을 하는 일이 그동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새롭게 깨달은 것입니다. 사실 만을 전달하는 게 아닌, 사회에 울림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자분들의 기사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게 되었고요. 쉽게 하려면 쉽게 글을 쓸 수 있겠지만 ‘좋은 기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 외로운 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각박한 상황 속에서도 옳음을 유지하고 바른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기자분들에 대해서 존경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장 즐겁게 촬영한 장면은 12부 마지막 최 기자가 이사한 집 옥상에서 다 함께 옥탑 파티를 하던 장면이다. 드라마 촬영이 끝나갈 때 즈음이었고, 분석팀과 광수대 형사들 모두가 있는데 함께 할 수 있어서 실제로 마지막을 축하하는 느낌이 들었다. 연기자 공성하로서도, 극중 캐릭터 최윤지로서도 뿌듯한 순간이었다.

”그날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참 좋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제 노트에 ‘언젠가 현장에서 꼭 뵙고 함께하고 싶다고 꿈에 그리던 선배들에게 집들이 초대하고 즐거워하는 장면을 촬영한 날이다. 내 꿈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나 봐!’라고 적었어요.“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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