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소재 지닌 ‘소년심판’, 세계적인 흥행 예상 못 해
‘지금 하는 작품이 인생작’이라는 생각으로 임해
어린 시절의 상처 지닌 이들이 작품을 접하고 치유 받길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균형 잡힌 시각으로 소년범죄의 현주소를 보여주며 뛰어난 몰입감과 현실감을 선사한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이 작품은 소년범죄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대화의 장을 열었다. 지난달 25일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상위 10위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은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에서 2주 연속 정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인기를 끌었다. '소년심판'의 호성적은 K-콘텐츠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좀비, 크리쳐, 로맨스 외에도 다양한 장르에서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연출자 홍종찬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연출자 홍종찬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의 연출자 홍종찬 감독은 그동안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프', '그녀의 사생활' 등의 작품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곳에 가려진 이면을 조명해왔다. 기자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작품이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만큼 많은 관객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은 아닐 거라 생각해 이런 큰 흥행은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연출자로서 작품이 히트하고,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넷플릭스 시청자들도 많이 시청해주길 바라는 소망이 있었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진지하고 다소 어두운 톤으로 전개되는 만큼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기에 세계적인 인기와 흥행은 의외의 결과로 다가왔다.

”단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의미로 ‘재미’라는 표현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 딸이 작품을 보고 ‘재미있게 봤다’고 해줘서 기뻤어요. 가족 단톡방에서 처음으로 누나, 형들이 ‘이런 작품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해줬는데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는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 ‘전작에서 했던 걸 반복하지 말자’, ‘항상 새로운 연출적인 시도와 전작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자’는 각오로 작품에 임합니다. 언제나 ‘지금 하는 작품이 최고의 인생작’이라 생각하고 작업을 하고 있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메인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메인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은 중죄를 짓고 법정에 선 소년범들에 대한 재판과 재판 이후의 이야기까지 세밀하게 그린다. ‘소년범죄’라는 어려운 주제에 대해 사회 구성원 모두 각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작품이 가진 사회적 함의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것이 작가, 감독, 배우들의 공통된 목표였다. 홍종찬 감독도 작품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소년들을 생각하고, 소년들의 주변을 보게 되니 자연스레 그가 살아온 어린 시절부터 지금 그가 서 있는 환경까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마치 극중 ‘차태주’(김무열)의 대사와 같이 ‘가정폭력이나, 어렸을 때 상처나 아픔의 기억이 있는 사람은 거기서 더 자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극중 여러 소년범이 등장하는데 소년범들이 마음 깊은 곳에 지닌 상처나 치유되지 않은 감정이 마음속에 있는 과거의 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접하는 시청자들에게도 아직 치유되지 않은 유년 시절의 상처나 자기도 모르는 아픔이 있다면 이 작품을 보면서 소년범, 심은석이나 차태주를 보면서 같이 치유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에 관한 댓글 중 ‘유년 시절 때 아픔이 있었는데 아직도 제대로 극복해내지 못한 것 같다’는 내용을 보았는데 굉장히 마음이 아프게 다가왔어요. ‘소년심판’이 조금이나마 그런 분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아픔을 해소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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