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작업 설렘과 부담감 공존
제작진과 배우들 공개된 작품 좋아해 줘서 보람차
데뷔 후 꾸준히 한 작품 이상 발표, 원동력은 ‘재미’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각자의 주관이 뚜렷한 네 명의 지방법원 소년부 판사들이 마주하는 소년범죄와 소년범. 그중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누구보다 사건의 진실에 파고들며 맹점을 찌르는 모습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지난달 25일 공개된 시리즈는 국내외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2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책상, 꽃무늬 찻잔, 서류, 감사패, 사진 등 캐릭터 성격을 돋보이게 하는 소품, 진정성 있는 배우들의 연기, 현직 판사와 변호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세세하게 자문하며 사실성을 토대로 극적인 가공을 더한 법원 세트는 ‘웰메이드’ 호평을 자아냈다. 연출자 홍종찬 감독은 기자에게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의 첫 만남과 제작기를 소개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전에 친분이 없이 처음 호흡을 하는 것이어서 부담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가장 걸출한 연출가들과 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고 지금도 그렇게 하는 분들이고요. 그렇지만 저는 연출가로서는 신인이고, 부족함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들과의 작업이 설레긴 했지만, 행복하고 즐겁게 작업을 마치더라도 결과물로도 배우들을 만족시키고 보답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무명의 연출과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저를 어떻게 바라볼까 생각하며 부담이 되었어요. 작품이 완성되고 네 배우, 조연 배우들, 신인 배우들까지 모두 진심으로 작품을 좋아해 줘서 큰 보람이고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홍 감독은 ‘소년심판’을 작업하며 본 배우 김혜수를 소개했다. 연기자의 태도나 연기를 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쏟아내고 본인을 캐릭터로 끝까지 몰아붙이면서 극중 판사 ‘심은석’이 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많이 하는 걸 보고 정말 많이 배우고 감탄했다. 30년 이상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을 도맡았던 연기자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테이크를 더 가도 힘들다는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더 많이 놀랐다.

”김혜수 배우를 보며 더 자극을 받았던 것 같아요. ‘내가 더 정신을 차리고 연출로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압박이 생겼죠. ‘소년심판’이 공개된 후 작품을 보고 좋아해 주셔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이 공개된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홍 감독은 다음 달 25일 드라마 연출작인 tvN '링크:먹고 사랑하라, 죽이게' 첫 방영을 앞두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침체기가 있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입봉 후 매년 한 작품 이상 연출작을 발표하고 있다. 그가 꾸준히 작품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재미’다. 작품을 만들어서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기에 쉬지 않고 계속하게 된다. 더불어 새로운 이야기를 찾고, 새로운 동료들, 연기자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크다.

홍 감독은 ‘소년심판’이 넷플릭스에서 제작되며 연출자로서 첫 OTT 진출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고 새로운 도약을 했다. 그는 이번 계기를 통해 미장센이나 영상미가 필요한 작품, 박하고 작은 캐릭터에 집중하는 드라마, 판타지 장르,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작품과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새로운 이야기, 캐릭터, 작품에 도전하고 다양한 장르를 모두 잘 소화할 수 있는 연출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연출자 홍종찬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연출자 홍종찬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20대 때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을지 고민했을 때 영화감독이 그저 멋있다고만 느꼈어요. 하지만 고민할수록 작품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면서 사람들의 마음, 생각, 가치관을 바꾸고, 울림과 재미 그리고 치유 등 시청자들에게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일이 가치 있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면서도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새로운 것들을 계속 찾게 되니까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힘들어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고 싶은 열정이 다시 생기죠. ‘드라마'란 제 삶의 놀이터이고, 책임이고, 무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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