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B컷'서 톱배우 출신 정치인 아내 '민영' 연기
영화 '짐승' 이후 10년 만의 스크린 복귀
대학 선배 김동완, 촬영장서 많은 조언과 배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누구나 스마트폰을 비롯해 스마트 기기를 다양하게 접하는 시대에 현실과 밀착되어 있어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B컷'은 유력 대선후보의 은밀한 비밀이 담긴 스마트폰이 유출되면서 벌어지는 디지털 범죄 스릴러로 유력대선후보의 거취를 둘러싼 절체절명의 위기 속 B컷을 사수하기 위한 다양한 사건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배우 전세현은 극중 경쟁자가 없는 독보적인 배우였던 정치인 아내로 사설 스마트폰 수리업자 '승현'을 만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민영'을 연기했다. 오는 30일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자를 만난 그는 "짧은 일정 안에 촬영해야 했어서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다"며 아쉽고도 떨리는 소감을 밝혔다.
"10여 년만의 스크린 복귀인데 '내가 연기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아직도 얼떨떨해요. 극중 '민영'은 전직 톱스타였고 지금은 유력 대선 후보이자 국회의원 '김태산'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데 앞에서는 웃고 있지만 뒤에서는 상상도 못 할 아픔과 고통으로 살아가요. 사실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고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이 어려운 장면도 있지만 표현이 쉽지 않은 캐릭터예요. 무엇보다 '오랜만에 내가 영화로 복귀하고 또 좋은 평을 듣고 싶은데 과연 좋은 평을 끌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감독님께서 '잘할 수 있을 거다'며 격려해주셔서 출연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먼저 다가와 주지 않으면 동료들과 친해지지 못한 채 작품이 끝날 때도 있거든요. 김동완 배우님은 워낙 열정적이세요. 첫날 다가와서 ''민영' 캐릭터와 비슷할 것 같으니 영화 '택시드라이버'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작품 추천을 가장 먼저 해주시더라고요. (웃음) 연극과와 영화과로 전공은 다르지만 학교 동문이에요. 현장에서도 '상명대 선후배끼리 만났네'라며 사람들이 말하기도 했어요. 촬영 일정이 짧았기도 했지만 자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전화로라도 대본 리딩을 한 번 더 해보자'며 많은 배려와 도움을 주셨어요,"
영화 'B컷'에는 디지털 범죄, 정치적 계략, 폭력 등 다양한 범죄가 그려진다. 특히 망가진 휴대전화의 수리를 맡기면서 스캔들이 펼쳐지는 것은 무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세현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평소 겁이 많은 그는 집의 화상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여놓고 휴대전화 교체 시에도 내용물은 자동 시스템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일일이 전 기기에서 새 기기로 전송해 보관한다. 그는 작품을 촬영하며 자극적이지 않은 듯한 디지털 범죄가 '쉽게'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것이 누군가에겐 엄청난 피해와 피폐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보이길 바란다.
데뷔 17년 차인 전세현은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전세홍'이란 예명으로 데뷔한 그는 활발하게 활동할 당시 소속사의 권유로 현재의 예명으로 바꿨고 3년을 쉬었다. '전세현'을 비슷한 이름의 배우 '진세연'으로 착각해 기사화된 적도 수두룩하다. 영화 'B컷'은 2020년 새 소속사로 이적한 이후 촬영한 첫 작품이다. 그 사이 나이 앞 숫자도 바뀌었다. 누군가는 활발하게 보냈을 30대를 슬럼프로 겪어 보내며 아쉬움도 많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40대가 된 그는 이제야 삶에 찬란한 꽃이 피길. 또 다른 바람이 있다면 이번 영화를 계기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이 많을 때 오는 스트레스와 일이 없을 때 오는 스트레스는 천지 차이인 것 같아요. 친구들을 만나도 공감이 안 되니 힘들고요.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 저 자신을 바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어요. 가만히 있으면 우울해지니까요. 그동안 집 밖을 나가지 않으면서 강아지 간식도 만들고, 네일아트도 하고, 뜨개질도 하고, 오디오북도 만들고, 미니어쳐도 만들고, 해외 드라마 섭렵하며 바쁘게 보냈어요. 다만 한동안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못 봤어요. 하고 싶을까 봐서요. 주변에서 '버텨라, 네가 걸어온 길이 아깝지 않냐', '버티면 할 수 있다'는 말이 응원이 되었어요. 또 버틸 수 있었던 건 제 꿈도 있지만 가족의 힘이 컸던 것 같아요. 그들이 저의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오펀 블랙' 시청 후 1인 다역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우리나라 작품에서는 근래에 '나의 아저씨'를 봤는데 오나라 선배님이 연기한 '정희' 역할을 보며 '만약 내가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며 상상했어요. '정희'는 웃고 있어도 어느 장면에 나오기만 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그런 느낌을 나게 하는 오나라 배우님도 대단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런 역할들이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영화 'B컷'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는 '민영'의 서사를 그린 작품입니다. '민영'을 응원하는 게 결국 전세현을 응원하는 거라 생각해요.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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