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앵커’서 ‘정세라’ 역 맡아
김민정 아나운서 도움받아 메인 앵커로 완벽 변신
작품마다 ‘미약하게나마 성장하길’ 바라며 임해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앵커’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YBC 메인 뉴스 간판 앵커 ‘세라’가 생방송 5분 전 '자신의 죽음을 보도해 달라'는 제보 전화를 받으며 시작된다. 영화는 평소 '언제 메인 앵커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닌 '세라'가 직접 취재한 특종을 포기할 수 없어 사건의 진상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을 그렸다.

극중 '세라' 역을 맡은 배우 천우희는 '세라'가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며 진실을 마주하기까지 서서히 변화해 가는 심리와 그가 느끼는 의심, 공포, 긴장감, 불길함 등 다채로운 감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천우희는 "극 후반부에 해리성 인격장애가 다뤄지는데 장면에서 충분히 표현되기에 장치적으로 연기하지는 않았다"며 심리적 묘사에 중점을 주었던 장면을 소개했다.

영화 '앵커'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앵커'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해리성 인격장애는 장치적 요소를 지니고 연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하려면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섬세하거나 밀도 있는 연기가 아닌 '작위적인 명확도가 뚜렷하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그렇게 해야지만 극이 지닌 긴장감과 인물에 대한 몰입도도 충분히 표현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연기하며 어려웠던 점은 매 장면 감정의 고도가 높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컸어요. 다만 촬영 일정에서 시간적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게 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극중 9년 차 앵커를 맡았던 천우희는 '정말 뉴스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내며 많은 이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그는 메인 앵커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었던 비결로 오로지 '연습'을 꼽았다. 평소에도 완벽주의자인 그는 전문직을 연기하며 직업군에 대한 고증 오류를 피하고자 방송사마다 아나운서, 앵커의 특성과 장단점을 자세히 관찰했다. 또한 KBS 출신 김민정 아나운서의 도움을 받아 6개월 과정의 교육을 30일간 속성으로 하루에 3~4시간씩 매일 매일 연습했다.

그는 메인 앵커로서 뉴스 진행, 현장에서 취재 보도, 초대석 인터뷰 등 같은 앵커이지만 상황에 따라 미묘한 차이점까지 표현해냈다. 김민정 아나운서는 상황에 따라 톤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 조언을 하며 도움을 줬다. 천우희는 앵커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그동안 길렀던 머리도 짧게 잘랐다. 단발머리로 작품을 했던 건 처음이라 그도 신선했지만 무엇보다 '어려 보인다'라는 등 주변인들의 반응도 좋았다. 더불어 아나운서와 비슷한 결을 내기 위해 의상, 메이크업 등 외적으로 신경을 썼다.

영화 '앵커' 티저포스터.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앵커' 티저포스터.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김민정 아나운서님과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연을 맺게 되었어요. 연기자와 같이 열정이 많으신 분이라 매일매일 촬영 현장에 오셨습니다. 제가 아무리 꼼꼼하다고 해도 제가 하는 모니터링과 아나운서님이 해주시는 모니터링은 다르잖아요. 아나운서님은 현장에 상주하며 제가 뉴스 장면을 촬영할 때 화면에 나오는 장면, 시선, 발성 톤 등을 일일이 모니터 해주시며 하나하나 짚어주셨어요."

지난 12일 SBS '나이트라인'에 출연한 천우희는 배재학 앵커와 다시 만났다. 영화 '한공주'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하며 출연한 지 근 8여 년 만이다. 극중 앵커를 연기했던 그가 배재학 앵커를 직접 만난다는 것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현장에 들어설 때부터 다시 연기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천우희. 영화 '앵커'를 촬영하며 전문직 도전에 또 다른 자극을 받은 그는 다음엔 유니폼이나 제복을 입은 배역에 도전하고픈 의사를 내비쳤다.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작품마다, 캐릭터마다 연기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미약하게나마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해요. 영화 '앵커'는 촬영을 끝낸 지 꽤 오랜만에 개봉이 되는 영화이고 그만큼 저도 앵커 연기를 마치고 나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제 과거의 모습을 본다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아요. 예전 모습을 목도하고 있으면 괴롭거든요. 그래도 시각적으로 발전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앵커' 촬영 당시를 돌아보면 시간적인 압박감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성장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천우희가 출연한 영화 ‘앵커’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각각 지난 20일, 27일 연달아 개봉했으며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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