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얼굴이 보고 싶다’서 가해자 부모 ‘강호창’ 역
문소리와 천우희 연기 이입해 관람하며 분노 느껴
캐릭터의 꼼꼼한 분석보다 흐르는 상황에 맞춰 연기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가해자의 시선이라는 차별화된 시도로 그려내며 언론과 관객, 현직 교사들의 극찬 을 끌어낸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촬영이 끝난 지 무려 5년이 지난 후에야 빛을 보게 된 이 영화는 지난달 27일 개봉했다. 작품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고 공감대를 나누며 개봉 2일 만에 수많은 외화를 물리치고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설경구는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야차'의 굳은 신념을 지닌 첩보원 '지강인'에서 괴물이 된 자식을 지키려 악마가 되어가는 ‘강호창’으로 완벽하게 변신하며 폭발적인 열연을 선보였다.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극중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강한결’의 아버지이자 변호사로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 부모들과 공모하며 치밀하게 사건을 은폐하는 이기적이고 냉정한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숨 쉴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강호창'이란 캐릭터는 대단한 변호사도 아니고 능력 없는 변호사이기에 오히려 한 학생의 아버지로 평범하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작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황이 '강호창'이란 인물을 많이 흔들었지만 기본은 평범함에서 변화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유지하려 했어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문소리 씨나 천우희 씨의 연기에 이입이 되어 보게 되었어요. 속상하고, 화나고,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면서. 저도 모르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눈이 빨갛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비극적인 영화 '생일', '소원' 등에서 피해자 부모로서 느끼는 절절한 고통을 표현했던 설경구. 그가 이번 작품에서 가해 학생의 부모로서 다른 가해자 부모들과 공모,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이고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은 관람하는 많은 이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부모의 입장이기에 딜레마가 공존하는 모습이었지만 그의 연기는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저는 보는 이들에게 분노를 유발해야 하는 등 캐릭터에 충실해야 하니까 '억울함'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우리 아이의 억울함. 정말 비겁한 대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가나다 순도 아니고 우리 아이가 맨 뒤에 있지 않으냐'는 건데요. 그건 '용서해줄 여지도 있지 않은가'라는 의미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강호창'이 하는데 캐릭터로서 그가 움직이는 힘은 억울함 같아요. 영상에도 사실 찍혀 있지만 '우리 아이는 영상에 없다'는 이유로 주동자가 아니라며 사건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극중 가해자들의 부모는 하나같이 가해자들의 부모가 아니다. '나의 아들은 아니다'며 잡아떼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니라고 믿는다. 각자의 아들은 어느 순간 '피해자‘가 되어있다. 가해자는 억울하고, 진짜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었으며, 가해자 부모들은 아들을 감싼다. 괴물이 된 아이들에게 주는 삐뚤어진 믿음이고 그만큼 악마화 되어 가지만 부모이기에 가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저는 어떤 계획이 필요한 캐릭터가 있고, 제작진과 약속이 많은 캐릭터가 있고, 계산이 많이 들어가는 캐릭터가 있고, 계산이 필요한 캐릭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극중 '강호창'이 '난 피해자야'라며 어쭙잖은 감정을 인위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되려 캐릭터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기에 캐릭터에 대한 계획이나 설계도 없었고 상황에 맡기면서 표정 변화 없이 연기하려 노력했어요. 마지막 법정 장면 중 아이를 지키려는 장면에선 흐르는 대로 '강호창'을 연기한 것 같아요.“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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