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영화 데뷔
미혼모 '소영' 연기…엄마와 친언니에 조언 구해
송강호, 강동원 등 선배들의 배려와 인성에 감동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많은 이의 인생 드라마로 손꼽히는 드라마이자 평단, 시청자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나의 아저씨’와 배우 이지은. 영화 ‘디스턴스’(2001),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어느 가족’(2018) 등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팬데믹 시기에 접한 이지은의 연기를 본 뒤 그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 ‘브로커’의 여주인공으로 발탁했다.
이지은이 데뷔 후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영화 ‘브로커’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분에 출품됐다. 고레에다 감독, 송강호, 강동원, 이주영 등 주연 배우진과 칸 국제영화제에 처음 참석한 이지은은 바쁜 일정 속 레드카펫, 영화 상영, 인터뷰, 시상식 등 다양한 행사를 소화했다. 작품은 남우주연상과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영화에게 수여되는 에큐메니컬상(Prize of the Ecumenical Jury)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이지은은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일정이 빠듯했기 때문에 제대로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칸 국제영화제에 작품이 출품돼 미리 선보이고 현지 관객과 평단의 반응도 보게 되니 국내 개봉 이전에 반은 이미 개봉한 느낌을 받았다"며 고 국제영화제 참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선보일 모든 영화에서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내 인생의 첫 영화 개봉이기 때문에 떨리는 기분은 숨기기 어렵다"며 영화 개봉에 대한 긴장감을 말했다.
"송강호, 강동원 선배님은 리딩 때 처음 뵀는데 아마 제가 가장 긴장했을 거예요. 송강호 선배님은 모든 촬영 현장에 가장 먼저 와 계세요. 리딩 때도 마찬가지였었는데 처음 인사드리고 강동원 선배님, 배두나 선배님, 이주영 언니, 고레에다 감독님, 촬영감독님 등 속속 도착하실 때마다 '내가 이곳에 속해 있는 게 맞는 걸까', '나만 잘하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소개됐지만 연기 외에도 선배와 후배로서 배려와 인격적인 부분을 보며 감동하였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극중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두고 떠났지만 이튿날 다시 돌아온 ‘소영’. ‘소영’은 미혼모, 성매매업소 여성 등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작품을 통해 ‘소영’ 역을 맡아 연기자로서 지평을 넓힌 이지은은 “경험해보지 못한 캐릭터 설정에 고민도 많았지만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은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모성애를 이해하기 위해 어머니와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친언니에게서 조언을 얻었다”며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겪었던 비화를 소개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지안'과 영화 '브로커' 속 '소영'의 공통점은 내면에 상처가 있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제작자의 시선에서 이지은이 지닌 성격과 감성을 장점들을 속속 골라 표현한 캐릭터인 만큼 그가 결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 보는 이들에겐 인물에 더 깊이 이입된다. 평상시에도 밖으로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속으로 한 번 더 생각하고 더 많이 고민하는 이지은도 결이 같은 캐릭터 연기를 강점으로 꼽는다.
아기를 찾기 위해 ‘브로커’와 특별한 여정을 함께 하며 여느 가족 못지않게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소영’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따뜻함을 안긴다. 그러나 이지은이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소영‘의 서사는 없다시피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소영‘이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그의 과거를 털어놨다는 전제로 작성한 일종의 인터뷰지를 건넸다. 인터뷰지를 받았을 때 이지은은 대본에서 표현과 설정이 함축된 인물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인터뷰지에서는 더 사실적으로 ’소영‘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표현이 돼 있었어요. 저의 실제 나이보다 어린 설정이었는데 짧은 삶 속에 많은 일을 겪은 인물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나의 아저씨’ 속 ’지안‘은 표현을 하지 않아요. 반면 ’소영‘은 자극을 받을 테면 바로 표출하죠. 저는 사람들이 살면서 자신이 연민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 연민을 느낄 시간이나 여유조차 없었던 ’소영‘의 삶이 보이는 대본의 순간순간에서 안쓰러움을 느꼈어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지만 저는 '소영'이가 희망적인 발걸음을 내디딘다는 의미에서 희망적인 결말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브로커’가 첫 작품임에도, 또 영화로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던 신인 배우인데, 너무나 큰 역할을 맡았고 그건 누군가가 저를 믿어줘서 가능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감동이 크게 남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감독님을 포함해서, 제작진, 배우 선배님들이 믿어주셨다는 것은 앞으로도 제가 '믿음에 보답하는 배우가 돼야 해'라며 자신을 채찍질하며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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