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1부, 경주 여행하면서 영감 얻어
안수현 PD, 최고의 파트너이자 진정한 부부
1부 어디서 끊을지 고민, 본능적으로 와닿아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영화 아카데미를 함께 다녔던 오랜 친구와 함께 경주로 여행을 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상한 도시라 생각했다. 3일간 경주를 돌아다니며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낮은 건물, 오래된 삶의 흔적, 몇천 년의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상상했다. 너무 생소한 느낌 때문이었을까. 외계인은 최적인 소재였다. 자원, 도움, 관찰 등 외계인이 지구에 왔을 법한 열댓 개의 변수를 생각했다. 어쩌면 '인간의 이상 증상이 외계인의 개입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상상. 그의 상상은 영화가 됐고 현실감 있는 영화 속의 캐릭터들은 관객들에게 손을 내민다. '외계+인' 1부 연출자 최동훈 감독의 이야기다.

영화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사진=케이퍼필름 제공
영화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사진=케이퍼필름 제공

"'외계인'이라는 존재가 나타났을 때 인간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이 기묘한 세계에 도사를 끼워 넣는다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 생각했어요. 이전 작품에서 시나리오를 쓸 땐 초고를 먼저 집필한 후 수정을 해나가며 완성고를 만들었어요. 이번에는 이야기를 써보고, 또 다른 이야기를 써보고, 다 폐기하고, 다시 써보고, 또 폐기하고 하면서. 완전 오리무중의 세계 속에 있었죠. 그것을 여덟 번 반복했어요. 그러니 제겐 아직 영화화하지 못한 이야기가 아직도 7개가 남아있는 거죠. 시나리오를 집필하기까지 2년 반의 시간이 걸렸어요. 후반 작업까지 같은 대사를 50번씩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외계+인' 1부 스틸. 사진=CJ ENM 제공
영화 '외계+인' 1부 스틸. 사진=CJ ENM 제공

이런 그의 엄청난 노력 뒤엔 안수현 프로듀서가 있다. 이번 ‘외계+인’의 공동 제작 및 기획자인 안수현 PD는 언제나 최동훈 감독 시나리오의 첫 번째 독자이다. 안수현 PD는 대본에서 매혹이 덜 느껴지거나 관심도가 멀어지는 기분이 드는 부분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최동훈 감독은 대사를 수정해 바꿀 수 있는지, 장면이 근본적인 문제를 달성하고 있지 못한지, 고민해 수정해서 보여주면 안수현 PD는 1시간이 되도록 되짚어보며 읽는다.

최동훈 감독이 안수현 PD에게 가장 도움을 많이 받는 부분은 그가 지닌 '감각'이다.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에서 '가드'(김우빈)와 늘 친구처럼 함께하면서도 청명한 목소리를 지닌 '썬더'를 떠올렸다. '썬더'에 어울릴만한 목소리를 찾아달라'는 최동훈 감독의 요청에 김대명 배우를 떠올린 것도 안수현 PD였다. 최동훈 감독은 ‘진정한 부부’이자 ‘영화 제작자로서는 최고의 파트너’인 안수현 PD를 ‘멋있는 사람’이라며 칭찬했다.

영화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사진=CJ ENM 제공
영화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사진=CJ ENM 제공

최동훈 감독이 데뷔 후 공개한 다섯 편의 작품 중 두 편('도둑들'(2012), '암살'(2015))이 천만 관객 작품이다. 그의 이름 석 자가 영화 애호가들에게 가져다주는 영향력도 크다. 그의 신작 '외계+인' 시리즈는 거대 규모의 제작비, 초호화 캐스팅, 최고의 제작진이 만난 여름 대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일 개봉된 1부는 그동안 최동훈 감독이 선보였던 범죄소탕 극에 익숙했던 이들에겐 신세계로 다가왔다.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관은 그 신선함에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도전적이고 실험적이었던 만큼 세계관에 대한 해석과 작품 구성에 대한 호불호는 상당했다.

"전작이 잘되었다고 해서 이번 작품이 반드시 잘되지 않는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고요. 전작이 잘 되었든 되지 않았든 흥행 감독에 대한 훈장이나 멍에 같은 건데. 당연히 예산이 많았던 작품이었던 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컸죠. 그런데 영화를 집필하고 촬영할 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아요. '영화 보는 즐거움을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러면 시각적인 즐거움과 캐릭터들을 매력 있게 만들어서 관객들이 느낄 수 있을지 집중하기 때문에 특별히 영화를 만들 땐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요.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으로써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두 번째인 것 같아요.“

영화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사진=케이퍼필름 제공
영화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사진=케이퍼필름 제공

"1, 2부 촬영을 모두 끝냈지만 2부도 긴 후반 작업을 거쳐야 하고요. 완성되기 직전 단계입니다. 처음 1, 2부로 나눈다고 했을 때 '1부를 어디서 끊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고요. 가장 중요한 건 1부만 보더라도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애썼고 1부 마무리가 2부 시작의 미스터리를 주는 장치로 구성하고 싶었어요. 1부가 끝날 때 마지막 컷 장면은 마치 시공간이 멈춘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2부를 연결하는 1부의 마무리는 여러 가지 버전의 장면이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여기서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외계+인' 1부는 개봉 후 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26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7일부터 메가박스 코엑스를 시작으로 CGV 영등포, CGV 용산에서 진행되는 서울 지역 무대인사를 확정했다. 이번 개봉 2주 차 무대인사는 최동훈 감독부터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조우진까지 '외계+인' 1부의 주역들이 참가한다. CGV 용산에서는 영화 저널리스트 이화정의 사회로 GV가 개최할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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