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개막 첫 날 언론·배급 시사회
액션, 폭파 등 주요 장면서 관람객들 사이 폭소 터져나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나리오의 개연성과 설명 불충분해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헌트’가 초청되며 또 다른 의미로 세계의 관심을 받은 ‘감독’ 이정재. 지난달 초 국내 개봉한 ‘헌트’는 한 달 넘게 장기 흥행 열풍을 이어가며 개봉 25일 만에 관객 수 400만명을 기록했다. 아시아권 나라에서 속속 개봉하고 있고 흥행 순항 소식도 들려온다.

다만 아카데미 시상식을 제대로 겨냥한 듯, 북미에선 시기를 다소 늦춰 9월 8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TIFF)서 첫선을 보였다. 미국에선 12월 정식 개봉 예정이다. 북미에서 가장 큰 규모이자 가장 중요한 행사로 가장 많은 매체, 제작사, 배급사, 관계자들이 총출동하는 토론토국제영화제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기도 하다.

사진=Courtesy of TIFF 제공
사진=Courtesy of TIFF 제공

‘헌트’는 이번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오는 15일 밤 9시 로이 톰슨 홀 (Roy Thomson Hall)에서 레드카펫과 함께 북미 프리미어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 첫날인 8일, 작품의 언론/배급 (Press&Industry) 상영이 진행됐다. ‘오징어 게임’으로 가장 친숙하고도 빠르게 세계적인 인지도와 인기 얻은 배우의 이행. 일반 관객 반응 외에도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솔직한 반응을 직접 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다. TIFF 벨 라이트박스 (TIFF Bell Lightbox) 극장의 객석을 촘촘히 채운 관객들. 양옆에 자리한 두 관객은 북미의 두 다른 배급사 관계자였다.

‘손에 땀나는’, ‘긴장감 넘치는’, ‘역동적인’, ‘치열한’, ‘극강의 액션’ 등. 이정재 감독의 ‘헌트’는 이미 작품을 접한 국내외 매체와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토론토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접한 언론/배급 시사회 참여한 관객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제공된 자료를 검토하고 작품 상영을 선택했을 법한데 중간에 나가는 인원도 더러 있었다. 옆에 앉아서 작품 시작 전까지 20여분간 함께 대화를 나누던 배급사 관계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헌트’는 굉장히 훌륭했다.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스파이를 색출하는 첩보전을 그렸지만 뻔할 수 있는 진부한 표현이 없었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삼십년지기의 합으로 최고의 시너지를 냈다. 작품 상영 내내 진지하고 심각한 건 극장에서 나 혼자인 것처럼 느껴졌다. 관객들은 나와 다른 장르를 보는 듯했다.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를 모티브로 한 장면에서 건물이 폭파되자 ‘이러다가 두 주인공이 죽거나 다치는구나’ 긴장했지만, 관객들은 대폭소를 뿜었다.

사진=Courtesy of TIFF 제공
사진=Courtesy of TIFF 제공

깊은 몰입감을 위해선 1980년대 초반의 국내 정권, 북한과 관계, 갈등, 주요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적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아웅산 묘소 테러, 이웅평 월남, 전경환 사기 사건 등 실제 사건을 재해석한 부분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여타 외국인 관객들에겐 ‘오징어 게임’ 456번 ‘성기훈’, 숱하게 부르고 들어봤을 ‘정재 리’의 차기작이자 감독 데뷔작이었을 ‘헌트’. 이정재는 작품을 통해 '우리의 신념이 옳은지 질문을 던지면서, '이념 갈등을 멈추고 대립하자'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극중 주인공이 고문받는 장면에서 나온 관객들의 웃음, 아웅 산 묘소 폭파가 일어났을 때 함께 터진 폭소. 먼지 뒤집어쓴 두 배우의 모습이 보이자 나온 더 큰 웃음. 이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진 웃음기 가득했던 대화. 마지막 장면이 나오자 냉정하게 일어나 나가버린 관객들.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는 똑같았다. 이정재가 형성하고자 한 ‘신념’의 공감 부재는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은 시나리오 구성에서 볼 수 있다. 첫 장면부터 데모하는 이유를 아는 관객은 몇이나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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