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로그램 개막작
시리아 내전 피해 탈출한 마르디니 자매 실화 그려
실존 자매 이야기에 자매 배우가 각각 역할 맡아 화제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영화 ‘더 스위머즈’(The Swimmers)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갈라 프로그램을 여는 개막작이다. '더 스위머즈'는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찾고 올림픽 출전할 기회를 얻기 위해 전쟁을 피해 고향 다마스쿠스를 탈출한 유스라와 사라 마르디니 자매의 놀라운 실화를 그렸다. 영화 '마이 브라더 더 데빌'(My Brother the Devil)로 잘 알려진 셀리 엘 호세이니(Sally El Hosaini)가 연출을 맡았으며 영화 '에어로너츠'(The Aeronauts)의 각본가 잭 손 (Jack Thorne)이 공동집필을 했다.

국내외 자매가 각각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한 작품에서 실존 가족의 역할을 직접 맡아 연기한 경우는 드물다. 현실에서도 자매인 나탈리 이사(Nathalie Issa)와 마날 이사(Manal Issa)는 평생 각별하면서 함께해야 얻을 수 있는 열정, 자연스러운 친밀감을 '유스라', '사라' 역에 각각 녹여냈다. 절박하면서 호소력 있는 그들의 연기는 앨 호세이니 감독의 강력한 스토리텔링에 힘을 보탠다.

사진=Courtesy of TIFF 제공
사진=Courtesy of TIFF 제공

14세의 나이에 2012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시리아 대표 선수로 출전했을 만큼 촉망받는 선수였던 유스라. 경기 도중 수영장 천장이 무너져 내리고 포탄이 수영장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시리아 내전이 일반 시민의 삶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새로운 삶과 올림픽의 꿈을 안고 독일행을 감행하는 두 소녀.

조난당했지만 누구도 구조하지 않는 모습, 결국 모든 짐을 바다에 던진 채 밤새 수영하는 그들. 국경 넘게 해주겠다는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하고, 동반했던 다른 난민들과 헤어지게 되고, 목숨 걸고 국경을 넘었지만 정착까지 모든 게 험난했던 그들의 탈출기. 시리아 대표로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얼마나 갈망하는 일이었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난민 대표’ 유스라는 험준한 과정을 거쳐 올림픽이라는 기적의 자리에 선다.

극중 일행이 탄 고무보트가 조난 당하고 밤새 에게호를 헤엄쳐 지나는 장면은 어둠과 빛남을 적절히 이용해 그들의 운명을 직감하게 한다. 아침이 돼서야 해변에 도달했을 때 유스라 자매와 사촌은 다마스쿠스에 있는 부모에게 연락을 취하자며 휴대전화를 건넨다. 영상으로 서로가 생사 확인을 하는 동안 ‘SAMSUNG’ 로고는 또렷이 잡힌다. 그리고 모두의 목숨이 위태로웠던 바다에서도 그 오랜 시간 안전했던 휴대전화의 기능에 대단함과 고마움이 느껴진다.

'더 스위머즈'는 형언할 수 없는 역경을 이겨낸 인내의 고백이다. 영화의 중심엔 삶과 서로를 향한 사랑을 치열하게 붙들고 있는 두 자매의 관계가 있다. 지금도 팔레스타인, 시리아, 레바논 등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전쟁, 기근, 폭행 때문에 탈출을 감행한다. 그들이 원하는 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식량과 안전이다.

2022년에 사람들에게 '난민을 향한 시각이 바꾸길 바란다'라고 말하는 건 매우 안타깝게 다가온다. 영화 '더 스위머즈'가 '난민이 올림픽에 출전한 위대한 영웅담'으로 남는 게 아니라 '난민이 없는 세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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