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캐나다인 앤소니 심 감독, 초연 후 5분 동안 기립박수
토론토영화제 플랫폼 심사위원상 수상, .심사위위원 만장일치
캐나다판 '미나리'… 캐나다 이민 직후 겪은 자전적 서사 담아
내달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돼 국내에 선보일 예정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지난 8일부터 18일부터 개최된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마지막 날 진행된 수상식에서 캐나다계 한국인인 앤소니 심(한국이름 심명보) 감독의 ‘라이스 보이 슬립스’(Riceboy Sleeps)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플랫폼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이민을 통해 닥친 인종차별, 특히 캐나다 버전을 인종차별, 신성한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표현했다. 작품은 작가와 감독, 본인만이 겪어야만 나올 수 있는 깊음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또한 사회적 현실을 시각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웃음을 안겨준다.

특히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한국인이 캐나다에서 ‘한국계 캐나다인’(Korean-Canadian)으로 구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독신 엄마와 아들이 캐나다에 정착해 캐나다인화 되는 과정. 어린 시절 ‘애국’이라는 개념에 대해 알기도 전에 나라를 떠나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당하며 원망하는 모습. 다양한 인종과 융화되며 캐나다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절대 캐나다인이 될 수 없는 한국인. 모국인 한국에서는 이방인으로 받아들여지는 캐나다인.

결국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이방인인 이민자의 모습. 여러 역경을 거친 후 다시 한국 땅을 밟는 두 모자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이민자로 이뤄진 캐나다인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심 감독의 작품 속 이민 자녀는 그가 그러했듯 나의 고향이 캐나다인지, 내 부모님의 고향이 곧 나의 고향인지 헷갈리는 딜레마를 갖고 살아간다.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Riceboy Sleeps) 연출자 앤소니 심 감독. 사진=Farrah Aviva 제공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Riceboy Sleeps) 연출자 앤소니 심 감독. 사진=Farrah Aviva 제공

미취학 시절 캐나다에 이민와 밴쿠버에서 자란 심 감독은 “한국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홀어머니와 아들이 여러 역경을 걸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내용으로 집필하다가 나 역시 영화에서 본 듯한 내용이라 뭔가 바꿔야 한다는 걸 알았다. 때마침 ‘기생충’이 오스카 다관왕을 수상했고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에서 스콜세지 감독이 한 말을 인용해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 나를 표현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걸 보고 나만이 쓸 수 있는 내 삶의 이야기를 쓰기로 방향을 바꿨다”며 작품의 제작 계기를 밝혔다.

“나의 경험과 상황들을 기억해내며 작품은 풍부해졌어요. 물론 제작비 규모도 더 커지기 시작했죠. (웃음) 진짜 영화인지 그냥 자서전적인 영화인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기에 주위의 피드백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민자들의 삶을 더 이해하기 위해 책을 많이 읽었고 한국인 2세나 한국계 입양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많이 봤어요. 한국계뿐 아니라 이민자 가정에 속해있는 다양한 북미 사람들에 대해서도요. 만약 내가 이 이민자 가정이 겪는 삶에 대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더라면 아마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필요를 못 느꼈을 거예요. 혹시 이 이야기가 한국 사람만 이해하는 정서일지 많이 걱정했어요. 대본 집필을 마친 뒤 주변인들을 통해 ‘내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구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이야기구나’ 알게 됐습니다."

사진=Courtesy of TIFF 제공
사진=Courtesy of TIFF 제공

주연 배우인 최승윤, 에단 황, 도현 (노엘) 황. 그리고 직접 작품에 연기자로 참여한 심 감독까지. 그들의 강력한 연기는 관객에게 감동을 안긴다. 캐나다에선 끝까지 ‘손님’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삶이 어렵지만 개척자로서 당당하게 일어나는 모습은 ‘의지의 한국인’을 표현한다.

작품은 지금 당장 각자 자리에서 오늘날 인구가 맞서고 있는 기후변화, 전쟁, 거대한 인구 이동 등 큰 숙제들 사이에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개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다른 문화를 합칠 수 있는지, 어떻게 깨진 가정에 있는 개인이 온전히 자랄 수 있으며, 사회의 특권을 가진 자들한테서 오는 눈으로도 볼 수 있는 당연한 인종차별과 표면 밑에 깔린 인종차별로부터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플랫폼 심사위원상’ 수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심 감독은 ”영화에 몸담은 지 20년이 됐는데 처음으로 상을 받습니다. 상이나 주목받는 것을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라며 말했다. “언제나 영화를 만드는 건 대부분 절망적이고 기운이 빠집니다. 그러나 영화제 동안의 시간이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또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의미있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고자 하는 용기를 주셨습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주연 배우 두 명은 이 작품 전까지 아예 연기한 적이 없었어요. 아무도 눈치 못챘죠?”라며 연기자들의 열연에 찬사를 보냈다.

앤소니 심 감독의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다음 달 5일에서 14일까지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플래시 포워드 섹션작으로 선정 및 초청돼 국내에 처음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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