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롯데·한화… 대기업 '빅딜' 추진 잇따라
사업 경쟁력 강화·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서 이뤄져
순위 변화 주목돼… 과거 SK·두산그룹 사례 대표적

한화,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사진=픽사베이
한화,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롯데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눈앞에 뒀다. 한화는 인수를 통해 방산부문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삼았고, 롯데는 급성장하는 전기차 이차전지 소재사업 다각화가 목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경기침체 분위가 짙어지는 가운데도 대형 빅딜에 나섰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3건의 인수합병(M&A)를 진행했다. 투입 금액만 1조4655억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대표적인 M&A 큰 손이다. 정의선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로봇, 도심항공교통(UAM)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미래 모빌리티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한화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방산기업 도약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과거 2008년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6조원대 이상인 가격 부담과 금융위가 등으로 인수는 최종 무산됐다. 

현재는 2조원대 수준으로 낮아진 가격과 주축 계열사들의 성장이 한화의 인수 결단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롯데 역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공식화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동박 제조업체다. 동박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얇은 구리 박이다.

롯데는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 생산부문 경쟁력을 가진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할 계획이다.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 산하 솔루스첨단소재와 시너지가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또 다른 대형 인수 소식을 기대한다. 삼성전자가 ARM 인수를 저울질하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지난달 21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10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에 오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ARM은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이다. ARM이 보유한 기술력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칩 설계의 핵심이다. 주요 고객사로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퀄컴, 인텔 등 대형 글로벌 반도체기업을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면 이 부회장은 목표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그는 ‘2030 시스템 반도체 분야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과 손 회장 사이 인수 관련 내용이 오고 갈 것으로 전망했다. 

인수를 본격화하면 삼성전자는 5년 만에 대형 M&A에 나서는 것이다. 회사는 2017년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들여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했다. 사실상 중단된 대형 M&A가 재개될지 시장에 기대가 크다. 

SK하이닉스 등 다수 반도체기업도 ARM을 매력적인 매물로 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글로벌 최고 수준의 반도체 설계·생산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인수를 위한 실탄도 충분하다. 올 2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25조원대다.

ARM의 가격은 약 100조원로 인수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독과점 문제는 인수에 걸림돌이다. 사실상 단독 인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다수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활발해진 대기업집단의 M&A 움직임으로 재계 지각변동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실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자산총액은 92조원대로 증가해 재계 서열 6위 포스코그룹을 바짝 추격한다.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를 무사히 넘겼지만, 경기 불황이라는 최악의 위기와 다시 마주했다.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속 미래 먹거리 마련과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이 빅딜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M&A로 몸집을 키워 성장 가도를 달려온 기업이 꽤 있다. SK와 두산 등이 대표적”이라며 “HMM, 항공우주산업(KAI), 홈플러스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M&A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순위 변동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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