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의 이성민이 보여준 노역(老役)에 감탄
카메라 매체 특성상 시청자들에게 연기 속이기 쉽지 않아
데뷔 25년차 맞이해, 늘 응원해준 어머니와 아내에게 감사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배우 조한철이 연습생 시절 연기 지도를 했던 제자 박지현과 특별한 만남을 추억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동기‘(조한철)와 ’모현민‘(박지현)은 질부↔작은아버지 사이다. 촬영 현장에서의 만남도 반가웠지만 박지현의 비약적인 성장에 누구보다 흐뭇하고 뿌듯했던 옛 스승이었다.

특히 조한철은 박지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힘든 시절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신인 땐 누구나 다 힘들다. 일반 회사원 같이 '3년 하면 뭐가 될 거야' 라거나 승진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연기자는 갑자기 놀다가 잘되기도, 정말 사력을 다해 열심히 하지만 안되는 경우도 있다. 그 천운에 모든 게 정해지기에 막막하다.

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 제공
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 제공

“연기를 가르쳤다기보다 함께 공부했다는 표현을 하고 싶은데. 같이 연기 공부를 하면서 그런 부분을 보면 되게 미안해요. 영어나 수학 선생님처럼 '너네 이렇게 공부 열심히 하면' 하면서 확실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선생님'이 열심히 하라고만 하고 확답을 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그런 어려운 시기를 지나 어느 순간 자리 잡아서 ’탁‘ 나타났는데 그때 주고받은 시선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첫 화에 진도준(아역 김강훈, 송중기 분)의 가족이 정심재에 방문해 파티를 준비하는 장면이 작품의 첫 촬영이었다. 조한철은 섬세하게 구현된 세트와 미술작업을 보고 세련된 연출의 기대를 했다. 그러나 몇 살 차이 안 나는 형, 동생 배우들이 어떻게 노역(老役)을 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완벽하게 준비한 이성민을 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송)중기는 워낙 잘 아니까 걱정은 안 했는데. (이)성민이 형이 아버지인데 (윤)제문이형이 아들, 제가 아들이라니. 이게 될까 싶었죠. 그런데 첫 화의 첫 장면을 촬영할 땐 중기는 없었지만 너무 재미있었고요. 정말 인상적인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배우가 관록이 있기도 해서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죠.“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스틸. 사진=JTBC 제공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스틸. 사진=JTBC 제공

”젊은 사람이 노역할 수는 있겠지만 카메라 매체에서 노역한다는 건 정말 어려워요. 카메라는 매체의 특성상 관객분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성민이형 보면서 '대부'에서 40대 초반에 할아버지 역을 맡았던 말론 브랜도를 보는 느낌을 받았어요. 치매에 걸려 손녀 며느리와 아내를 착각해 지현이를 짠하게 눈빛으로 읽어내는 느낌이 좋았고요. 침 흘리면서 나이 듦을 연기하는 게 ’놀랍다‘는 생각을 했죠“

극중 진양철이 장자 승계원칙을 깨고 난 뒤 손꼽은 후계자는 가장 똑똑한 차남 진동기였다. 미래를 알았던 진도준은 심리전으로 진동기를 몰락시킨다. 그의 무능으로 벌어진 사건이 아니었으나 이로 인해 아버지의 눈 밖에 난 진동기는 서러움과 울분을 터트린다. 해당 장면은 늘 둘째로 살면서 아버지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했던 진동기를 대변하는 장면이자 조한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술에 취해서 집사에게 '비켜', 뭐라고 하는 형에겐 '가만있어', '끝장을 보자' 하는 건 애드리브죠. 그렇게 감정 고조를 시켜놓고 처음엔 아버지를 공격하려 했어요. 리허설을 하는데 성민이형이 확 튀어나오면서 소리를 버럭 지르는데 '이크'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려다 내려가게 되더라고요. (웃음) 그 느낌을 유지하면서 연기를 했더니 '날 좀 알아주라'는 한으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 제공
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 제공

”지난 25년간 꾸준히 연기를 해왔는데 저를 믿어준 두 여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한 명은 저희 어머니고 한 명은 아내인데 감사하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저는 사람을 만나요. 사람을 만나면 정말 기분이 좋은데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매년 따로 목표하는 건 없어요. 목표 자체가 스트레스니까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면서 배우로서도 어디에 크게 도드라지지 않고 늘 거기 있었던 사람처럼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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