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대본 접했을 때 다들 매력있어 '나만 잘하면 된다' 생각
캐릭터 구축 힘들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당으로 그려져 다행
이보영 얼굴에 차마 종이 못던져 바닥에 던지는걸로 설정 바꿔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연출 이창민/극본 송수한/제공 SLL/제작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의 전작 ‘재벌집 막내 아들’이 재벌가의 ‘왕자의 난’을 다뤘다면, '대행사'는 더 높은 자리로 올라 성공하려는 욕망을 가진 대기업 임원들의 살벌한 사내 전쟁을 그렸다. 예측 불가한 파격 전략과 극과 극 관계성으로 주말 안방극장을 시원한 카타르시스로 채운 '대행사'는 매회 시청률을 경신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극중 홍보 대행사인 VC기획에서 각종 핸디캡을 뚫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최초로 여성 임원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고아인'(이보영)과 달리 '최창수'(조성하)는 최고의 대학 등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며, 소위 ‘라인’을 중시하고 윗사람이 원하는 걸 귀신같이 읽어내는 뛰어난 사내 정치력으로 아무런 실패 없이 승승장구 해온 인물이다. 서로는 높은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적대적 관계이자 불편한 관계로 치열한 수 싸움을 보여준다.

배우 조성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조성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성하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아인'이 지닌 매력을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고, '은정'(전혜진)도 워킹맘으로 그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고, '한나'(손나은)도 재벌 3세인 철부지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자기 것을 찾아내려는 설정이 다 충실히 깔려있어서 '창수만 잘하면 이 작품이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힘들었지만 잘 잡아서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당으로 잘 그려진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대 출신'이라는 설정도 있었고 '최창수'는 그 라인을 탔고, 그 라인끼리 뭉쳐서, 계속해 그 라인들이 후배들을 끌어올리고, 라인형성이 돼 있는 중에 정상적으로 잘 밟고 올라온 인물이라고 봤어요. 그렇지만 사실상 '창수'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비서실장 한 명 정도 있고요. 오른팔도 웃음을 자아내는 오른팔인데 능력치가 엄청난 '고아인'을 이기려고 하니 많이 힘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대행사' 준비 당시 각각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각 인물의 설정을 만들어져 있고 풀어놨으나 '최창수'는 연기하는 입장에선 힘이 나올 것 같다가도 안 나오는 느낌으로 전형적인 악당의 틀이 아니었다. 조성하는 촬영 현장에서 감독과 의견을 나누며 방향을 찾아가려 했고, 연기 톤도 평소 연기 톤과 다르게 아주 가볍고,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는 느낌을 만들었다. 톰과 제리처럼 더 깨지는 모습을 극대화하도록 외적인 모습도 세련되게 연출했다.

배우 조성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조성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성하는 '대행사' 제작발표회 당시 여성 배우에게 독한 말하고 종이 던지는 장면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간 참여했던 영화나 드라마에서 싸우는 상대가 대부분 남자였다. 주차장에서 카피한 종이를 던질 땐 감정상 얼굴에 던져야 하는데 차마 던지지 못했다. 결국 바닥에 던지는 것으로 설정을 바꿨다. 그런데 그렇게 바뀐 설정은 극을 좋은 방향으로 바꿨다. 모든 사람이 악역으로 인지하지만 그저 지질한 캐릭터의 모습이 두드러져 정교함이 살아났다.

"평소 화를 거의 안 내요.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빠른 시간 내 정화해서 좀 더 좋은 표현으로 얘기하려고 하죠. 화를 안 낸 지 너무 오래돼서 드라마에서도 화내는 게 낯설었어요. '최창수' 캐릭터로 지내면서 딸의 말로는 제가 많이 비아냥거려졌다고 하더라고요. 배우가 캐릭터 하나 만들 때 정말 힘든 편인데 '개인적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해냈다'라는 자긍심도 생겼어요. '조성하를 생각하면 몇 개의 캐릭터가 생각난다'라고 떠오르면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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