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원자재가격 상승분 부담 어려워"
가격인상 불가피 vs 톤당 가격 너무 올라
두 업계간 극명한 입장차, 합의 난항 예고

철강업계와 조선기업들 간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이 올해도 장기화될 조짐이다. 원자재가격 상승세 등으로 양측에 입장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사진=포스코, 한국조선해양 제공
철강업계와 조선기업들 간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이 올해도 장기화될 조짐이다. 원자재가격 상승세 등으로 양측에 입장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사진=포스코, 한국조선해양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조선, 철강업계가 상반기 조선용 후판값 협상을 두고 시작부터 팽팽한 입장 차를 보이면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원자재가격 추이 등으로 양측의 표정이 극명히 엇갈리면서다.  

중국 리오프닝 영향까지 겹치며 조선사들에 우려가 커졌다. 조선 기업들 입장에서 선박 건조에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흑자달성 목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높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한 철강·조선업계는 초입부터 장기전을 예고했다. 후판 가격 협상은 통상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일 년에 두 차례 진행된다. 두 업계는 그간 상생을 바탕으로 가격 수준을 정해왔다. 

서로 간의 업황 분위기에 따라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최근 글로벌 전반에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도 조선업계는 수주몰이에 한창이며, 철강사들도 중국시장 수요 확대 등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이에 장기간 부진에 이제 막 기지개를 켠 조선업계는 늘어나는 일감에 후판가격 안정화를 주장한다.

앞서 지난해의 경우는 후판가격이 상반기 톤(t)당 10만원 인상됐고, 같은 해 하반기엔 10만원 인하로 합의가 이뤄져  톤당 110만원선에 가격대가 형성됐다.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세를 겪는 시점 철강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했다. 태풍 영향과 노동조합의 게릴라성 파업, 철강재 수요 위축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관련 업계는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지 건설경기, 제조업 활성화 등으로 강재 수요가 대폭 증가할 수 있다는 게 기대를 키우는 대표적 요인이다. 다만 철광석 등의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사실상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리 높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지난해 영업이익 타격을 입었고, 원가 상승분의 부담을 안고 가기엔 무리가 있다. 이와 달리 조선사들은 올해 연초부터 대규모 수주 낭보 소식을 전해오는 등 연간 수주목표 조기 달성도 충분해 보인다는 게 철강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반기 후판가격 인상에 무게가 실린다. 후판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수익성이 악화하는 조선업계는 조심스럽다. 특히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여전히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경우 적자 늪에 갇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감의 지속적인 증가로 도크에서 건조되는 선박량이 늘었고, 후판가격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올해 실적이 좌우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실적 기반 마련을 위해서 적절한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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