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권 FMK에서 마세라티코리아로 이전
가격에 걸맞는 상품성 갖춰야 소비자호응

마세라티가 한국시장에서 수년간의 고전 끝에 마세라티코리아를 설립하며 운영권을 가져오는 강수를 뒀다. 사진=마세라티
마세라티가 한국시장에서 수년간의 고전 끝에 마세라티코리아를 설립하며 운영권을 가져오는 강수를 뒀다. 사진=마세라티

국내 수입차시장의 판매량은 매년 증가하며 확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브랜드마다 실적 명암은 극명하게 갈린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와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 마세라티, 재규어는 국내시장에서 호응을 받지 못하며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로터스도 2013년 실적 부진으로 철수 한 바 있다. 이 세 브랜드는 한국지사 설립, 전동화 전환, 브랜드 재론칭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한국시장에 다시 문을 두들길 예정이다. 이들이 그동안의 부진을 뒤로하고 극적인 반등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110년 전통의 이탈리아 고급차 브랜드 마세라티가 지난 몇년간 한국시장에서 극심한 부진의 늪에 빠지자 운영권을 FMK에서 마세라티코리아를 신설해 옮기기로 결정했다. 지난 5년간 판매량이 반토막난 마세라티는 본사에서 직접 한국시장을 관리하며 서비스 품질 향상과 입항물량 확보, 투자, 신차 투입 등에서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럭셔리차 판매 고공행진에도 급락

최근 5년 사이 마세라티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1억~2억원을 훌쩍 넘기는 고가의 차량에도 2019년까지 연 1000대를 넘게 팔았으나 2020년 932대를 시작으로 2021년 842대, 2022년 554대, 2023년 434대에 이르기까지 줄곧 내림세가 계속됐다.

시장상황을 탓할 수도 없다. 같은 기간 럭셔리차 경쟁사들은 판매량이 증가했다. 지난해 벤틀리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810대, 람보르기니는 434대(6.9% 증가)를 팔아 나란히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포르쉐는 무려 1만1355대(27% 증가)가 팔리며 ‘1만대 클럽’에 입성했다.

마세라티의 부진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신차의 부재와 다양한 옵션이 없다는 점이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마세라티는 2017년과 2023년에 각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르반떼’와 ‘그레칼레’를 내놓았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르반떼는 완전변경 시기가 도래했지만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그레칼레는 지난해 238대가 팔리며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 외엔 이렇다 할 상황 반전을 일으키지 못했다.

옵션 정책도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사인 포르쉐는 주문하는 차의 사양과 서스펜션까지 모든 옵션을 세세하게 선택가능한 비스포크(고객맞춤)식 판매를 한다. 반면 마세라티는 옵션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점이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전동화에 너무 늦은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마세라티는 고성능 차량을 지향하는 만큼 출력과 배기량을 크게 가져가는데, 연비가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최근 수입차업계는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을 내 놓으면서 잇따라 경제성을 강조하지만 마세라티는 이 지점에서 늦었다.

◆넘어야 할 벽 만만찮은 마세라티코리아

마세라티는 결국 지난해 결단을 내려 본사에서 직접 운영권을 가져오기로 했다. 마세라티코리아를 오는 7월1일 설립하고 기존 운영 담당업체인 FMK는 딜러로 전환된다. 

마세라티 이탈리아 모데나 본사. 사진=마세라티
마세라티 이탈리아 모데나 본사. 사진=마세라티

마세라티코리아가 설립되며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은 대내외 적으로 고무될 일이지만 마세라티가 넘어야 할 벽은 만만치 않다. 한국 소비자는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부 체질 개선보다 선행되야 할 점은 조속한 신차 출시다.

마세라티는 올 상반기 자사의 2도어 스포츠카 모델이자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차량인 ‘그란투리스모’의 신형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하반기로 밀렸다.

한국에서 인기가 좋은 세단 라인업인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는 각각 출시된지 10년, 11년이 지났다. 자동차업계의 불문율인 7년 주기 완전변경 시점을 한참 넘었다. 당장 올해 완전변경 신차를 출시해도 늦은 시점이지만, 아직 신차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일각에선 한국시장을 다시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마세라티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이 많은 한국 도로 사정에서 필수 옵션이나 다름없는 ‘오토홀드(브레이크를 떼도 차가 정지하는 옵션)’가 없는 차량을 선봬고 있다. 한국 시장을 제대로 못읽고 있다는 대표적인 예시”라며 “억대를 호가하는 차량인 만큼  한국 소비자는 필수 옵션의 장착과 더불어 옵션 선택을 다양화 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마세라티코리아에 대한 기대감도 공존한다. 마세라티 본사 차원에서 직접 한국시장 지원 사격에 나선 만큼 발빠른 대책과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입항물량 확보가 용이해지고 서비스센터 확충 등의 투자를 이어나갈 여지도 있다.  또 한국시장의 ‘매운맛’을 느낀 본사 직원이 더 적극적으로 본사에 개선점을 요청할 가능성도 높다.

수입차 딜러업계 관계자는 “마세라티는 충분히 좋은 차를 만들면서도 한국시장에서 외면받은 이유는 편의사양이 다양하지 못하고 모델들이 노후화됐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라며 “다만 국내 럭셔리카시장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마세라티가 변화된 모습만 보인다면 충분히 극적 반등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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