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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는 1차 경제보복에 따른 2차 조치다.
 

일본 정부는 2일 오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주무 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공포 절차를 거쳐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 시행된다.

화이트리스트는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다. 2004년 지정된 한국은 이 리스트에서 빠지는 첫 국가로 기록됐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이같은 행보를 '경제보복'으로 규정,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전범기업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린 뒤 줄곧 징용 보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해결이 끝난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비춰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일본 내부 여론도 비판적이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달 4일 첫 보복 조치 이후 "일본이 중시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을 왜곡했다"(마이니치신문), "국제정치의 도구로 통상정책을 이용하려는 발상"(니혼게이자이신문), "자유무역의 원칙을 왜곡하는 조치"(아사히신문) 등 비판을 쏟아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사회지도층들은 수출 규제 철회 촉구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 서명 운동에는 이틀만에 시민 14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경제 보복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일단은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 측에 확전 자제 요청을 한 데다, 한국과의 전쟁이 결국 자국 기업과 관광업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한국인 광광객 급감으로 인한 지방 관광 경기 악화는 중의원 총선거를 앞둔 자민당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 고노 외무상과 회담 후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GSOMIA 파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한 국제 여론전에도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다. 지난주 WTO 일반이사회에 한국대표로 다녀온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한국이 편한 날짜에 (제소)할 것"이라며 "열심히 칼을 갈고 있다"고 경고장을 날린 상태다.
 

한편 정부는 오후 2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열어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생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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