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네이버]

 

[서울와이어] 19세기 음악이 문학과 결합하여 가곡, 피아노에서 고전시대 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다. 즉, 문학이 음악과 결합하였다는 것은 음악 외적인 소재가 음악의 재료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19세기 음악은 가곡, 피아노뿐만 아니라 관현악에서도 음악 외적인 사건을 도입하여 표제를 쓴 표제음악이 성행했다. 표제음악은 문학뿐 아니라 회화, 시, 소설, 역사적 사건, 자신의 경험 등을 소재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표제음악은 작곡가들이 곡의 제목, 작품 해설에서 표현하려는 것을 밝히고 선율, 화성, 리듬, 음색 등 의존하여 음악을 그려냈다.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 1803-1869)는 1830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표제 교향곡으로 작곡했다. 이 교향곡은 낭만시대의 표제음악 전형으로 음악사에서 중요한 시조가 된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부제로 《한 예술가의 생애》로 자신이 표제에 대한 내용을 설명한다.

 

작곡자인 베를리오즈는 1827년 ‘햄릿’연극에서 오필리아를 연기했던 10살 연상의 여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에게 반해버렸다. 그녀에게 적극적인 구애에도 무시를 당하자 더욱 집착을 느낀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5악장 형식으로 구성했다.

베를리오즈는 ‘고정악상’(idée fixe)을 이용했다. 《환상교향곡》에서 나오는 고정악상이란 예술가가 사랑한 연인을 상징하는 주선율로 매 악장마다 주선율이 똑같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주선율이 변형되어 등장하는 것이다. 

 

실연에 빠진 예술가가 아편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미수에 그치며 기이한 환상에 빠진다. 무서운 환상을 수반하여 깊은 잠 속으로 떨어진다. 그녀에 대한 상념은 끊이지 않고 언제나 따라다닌다. 그는 애인을 죽이고 사형을 선고받아 단두대로 연행된다. 자신을 매장하기 위해서 요괴들은 등장하고 그녀의 선율인 ‘고정악상’은 변형되어 나타난다. 그녀는 ‘발푸르기스의 밤(마녀들의 무도회장)’에서 춤을 춘다. 죽음에 대한 심판에 종소리와 중세 부속가 ‘분노의 날’(Dies Irae)의 선율 그리고 그녀의 ‘고정악상’선율이 결합한다.

 

 영화 ‘적과의 동침(Sleeping With The Enemy)’에서는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5악장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로라(줄리아 로버츠 분)는 완벽한 남자 마틴(패트릭 버긴 분)에게 반해 결혼한다. 마틴은 로라를 사랑하는 만큼 결벽증과 구타를 일삼는다. 하지만 때린 후에는 값비싼 선물로 그녀를 감싼다. 구타 후 잠자리 그리고 선물이 마틴의 사랑 방식인 것이다. 마틴이 그녀와 관계를 할 때 틀어놓는 음악은 《환상교향곡》의 5악장이다. 로라는 이런 변태적인 집착을 가진 마틴에게 벗어나고 싶다.  

 어느 날 둘은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로라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 배가 침몰하고 로라가 사라졌다. 하지만 로라는 이날을 기다렸다. 틈틈이 수영을 배우고 모든 사람이 로라를 찾는 와중 로라는 그동안 준비해온 여비 돈과 가발을 쓰고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반지를 화장실 변기에 버려버린다. 새로운 삶은 찾겠다는 의지의 로라.

로라는 사라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살아간다. 로라(사라)는 옆집에 대학 연극 교수 벤(케빈 앤더슨 분)과 새로운 사랑을 하며 지낸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상한 느낌이 든다. 수건과 통조림이 가지런하게 정리되어있다. 그리고 베를리오즈《환상교향곡》이 들린다. 로라(사라)에게 《환상교향곡》은 끔찍한 악마의 음악과도 같을 것이다. 1991년 조셉루펜 감독의 영화‘적과의 동침’은 영화의 내용과 음악이 더해져 강한 느낌을 준다. 

 

리스트는 파가니니에게 받은 비르투오소의 영향과 베를리오즈가 사용한 독특한 화음과 음형의 대담성, 관현악법의 색채 등이 접목되어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1833년 피아노곡으로 편곡했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5악장에서 나오는 종소리와 중세 부속가인 분노의 날 (Dies irae)의 조화 그리고 그녀를 상징했던 고정악상의 선율의 합류를 들어보면 베를리오즈의 관현악 기법에 놀라고 그 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리스트는 더욱 놀랍다.

《환상교향곡 5악장》에서 나오는 종소리와 부속가 ‘분노의 날’ 연이어 나오는 해리엇의 ‘고정악상’을 비교하여 들어보자.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5악장》 1:35 해리엇의 ‘고정악상’의 변형]

 

[리스트가 편곡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5악장》]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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