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본사 마련한 ‘다양성과 포용성’ 실천 일환
‘한국서 가장 포용력 있는 기업’ 목표 한다는 데
작년까지 “노조 때문 사업장 철수할 수 있다” 경고하다
180도 분위기 바뀌어, 영속기업 남기? 철수 위한 사전조치?

제너럴 모터스(GM)는 지난 26일 한국지엠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포함한 한국 사업장 내에 ‘다양성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왼쪽 두 번째부터)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로베르트 렘펠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사장 및 임직원이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디자인센터 대강당에서 진행된 다양성위원회 출범 기념 사내 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제공
제너럴 모터스(GM)는 지난 26일 한국지엠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포함한 한국 사업장 내에 ‘다양성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왼쪽 두 번째부터)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로베르트 렘펠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사장 및 임직원이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디자인센터 대강당에서 진행된 다양성위원회 출범 기념 사내 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한국지엠이 ‘다양성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 본사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기업 행동양식 실천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취지는 좋지만, 시기가 애매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국지엠이 내수 판매 급감에 따른 군산사업장 철수와 판매 차종 및 생산 축소, 캐딜락 브랜드 수입 마케팅에 집중 등으로 구조조정 등으로 노조의 반발에 맞불을 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GM 본사 차원에서 한국 사업장 철수 가능성까지 시사했던 것이 불과 최근이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인 앙금이 완전히 희석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측이 다양성을 인정하겠다고 먼저 손을 내민 것은 향후 있는 한국 철수를 위한 포석을 놓는 것인지, 아니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한국 사업장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우치고 화해를 위한 제스처인지가 분명치 않아 보인다.

◆자발직 직원 모임, 누구나 참여 가능

GM은 한국지엠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포함한 한국 사업장 내에 ‘다양성위원회 (Diversity Council)’를 공식 출범시켰다고 27일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26일 인천 부평에 위치한 한국사업장 본사에서는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로베르토 렘펠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사장 등 GM의 한국 사업장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양성위원회 공식 출범식과 관련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지엠은 다양성위원회 출범이 GM이 지난해부터 기업의 핵심 행동양식으로 삼은 다양성과 포용성의 기업 행동 양식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GM은 인종차별을 포함해 존재하는 성, 세대, 계층, 문화 등 불합리한 차별의 벽을 허물기 위해 기존 기업 가치였던 다양성에 더해 포용의 가치까지 확대해 ‘다양성과 포용(Diversity & Inclusion)’을 글로벌 임직원들의 핵심 행동 양식으로 정하고 이와 관련한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다양성위원회는 GM의 자발적 직원 모임의 하나로 한국에서는 부서, 직위, 세대 등에 관계없이 임직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된 조직을 표방한다. 성별의 다양성은 물론, 세대, 지역, 계층 등까지 확장된 개념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회사 내에 정착시켜 행동 양식에서의 기업 경쟁력을 확보, 종국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포용력있는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성위원회는 개인의 역량, 잠재력 향상과 더불어 회사 내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 확산을 위해 네트워크, 다양성 컨퍼런스, 사회공헌활동, 개인 능력 개발 세미나 등 적극적인 관련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다양성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윤명옥 한국지엠 홍보부문 전무는 “GM은 지난해부터 모든 글로벌 사업장, 공급망, 네트워크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종 차별과 불평등을 타파하고 세계에서 가장 포용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며, “다양성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내 사업장에도 포용적인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좋은 일터와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성 위원회 공동의장인 김진수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전무는 “성별 다양성 뿐만 아니라 직장 내 구성원들이 가진 다양한 세대, 배경, 경험, 취향, 관점 등을 아우르는 포용성을 갖춰 나가기 위해, 다양성 위원회 발족 원년인 올해에는 ‘경청을 통한 포용(Listen to Embrace)’이라는 테마를 정해, 이에 맞는 행사들을 기획하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장에 대한 시각 바뀌었나?

‘경총을 통한 포용’이라는 테마를 실천하겠다고 하지만, 새로운 문화가 한국사업장 내에서 회사측이 예상하는 기간 내에 정착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강성 노조에 대한 일반 직원들의 거부감도 적지 않지만, 이를 힘으로 누르려는 사측이 그동안 보여준 행동 또한 불안감을 증폭시켜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1937년 신진자동차와 손잡고 처음 한국에 진출한 GM은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태동에 많은 기여를 한 반면, 한국을 영원히 자동차 생산기지로만 남겨두려는 전략 때문에 국내 기업, 특히 대우와도 많은 면에서 갈등을 빚어왔고 결국 결별한 적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직후 GM이 대우자동차를 사실상 헐값이 인수한 뒤에는 추가 투자 없이 대우가 남긴 유산으로 수익만 거뒀고, 매출 감소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에는 철저한 재무적인 시각에서 미국식 방법을 적용해 노조의 끝없는 반발을 사왔다.

물론, 지금은 시대와 상황이 변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GM은 한국 사업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국가들에서 운영하고 있던 자동차 생산 공장들이 연이어 생산을 중단하는 과정에서도 한국지엠 사업장은 높은 가동률을 보이며, GM의 차량 판매에 기여했다. 최근에는 한국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가 올해 1분기 미국 시장에서 동급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GM으로선 한국 사업장이 버려야 할 카드라는 시각에서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다양성위원회가 GM이 한국사업장에 대한 믿음을 던져준 신호가 될지, 아니면 철수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인지는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 앞으로 GM 사측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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