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방어진 슬도 일출 [서울와이어 DB]
울산 방어진 슬도 일출 [서울와이어 DB]

설렘과 기대 속에 새해를 맞았다. 대한민국의 나날이 평온한 적은 없지만 온 국민이 따뜻하고 근심없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새해에도 나라 안팎엔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질서의 퇴행 속에 경제, 안보 등 국가의 토대가 전례없는 위기를 마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격화,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로 신냉전이 현실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는 미국 중심의 서방과 중·러 중심의 반(反) 서구 진영으로 확실하게 갈라지고 있다.

소련연방 해체이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속에서 30여년간 글로벌 번영을 추동했던 국제분업시스템이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으로 붕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자유주의적 통상질서가 바뀐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으로 빨려들고 있다. 투자와 소비, 수출 부진으로 올해 성장률은 1.6%(정부 전망치)로 예상된다. 작년 80만명이었던 신규취업자는 10만명에도 못미친다고 한다. 제조업의 등뼈인 반도체가 올해 2분기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고도 있다. 급속한 고령화는 생산력 저하와 사회적 비용을 키우고 있다. 여전한 고금리, 고물가는 민생의 목을 죄고 있다.

자산시장도 악전고투가 예상된다. 코로나 팬데믹 3년간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엄청난 돈을 찍어냈고 국가와 기업, 가계는 전대미문의 빚더미에 올랐다. 홍수가 된 유동성은 부동산과 주식, 코인시장을 밀어올렸지만 인플레이션 폭발이 강력한 긴축을 부르면서 자산시장이 무너졌다. 새해에도 상황이 그다지 호전될 것 같지는 않다.

안보환경도 태산이다. 중국이 대만 침공을 노골화하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사실상 완성하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다시 이 지역의 '경찰'이 되겠다고 나섰고, 일본은 재무장을 선언하며 충격적인 국방비 증액을 공식화했다. 북한의 일상화한 미사일 도발과 윤석열 정부의 '강대강' 대응이 충돌하면서 대화는 설 자리를 잃었다.    

국가가 '사면초가'인데 정치판은 국민 염장만 지르고 있다. 여야는 국민이 아닌 지지층만 바라보는 '내로남불' 정치에 골몰하며 서로 증오만 키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소통과 국정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169석의 거야는 국정보다는 '검찰과의 전쟁'에 힘을 탕진하는 모습이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시원한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 현대사에서 탄탄대로나 꽃길이 있었던가. 늘 가슴 졸이는 위기였고 험한 가시밭길이었다. 해방이후 대한민국은 길 없는 곳에 길을 만든 역사였다. 산이 버티면 터널을 뚫었고, 강에 막히면 다리를 놓았다. 그런 돌파력으로 1인당 국민소득 45달러(1945년) 최빈국에서 3만달러대 선진국에 올라섰다. 국민의 피와  땀, 눈물이  이룬 기적이었다.  

전진과  퇴보의  분수령에 선 오늘, 대한민국은 다시 국가적  분투를 요구한다. 나라가 부도에 몰렸던 1998년 외화위기는 '금모으기'가 상징하는 국민적 단합으로 극복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가공할 성장을 구가하던 중국에 수출 빨대를 꼽고 넘길 수 있었다. 

그렇다면 구조적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 수출 절벽, 국론분열에 직면한 오늘의 위기는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정부와 기업이 각성한 1970년대와 80년대는 고도성장을 이뤘고, 국민이  각성한 1980년대와 1990년대는 민주화를 성취했다.  온 국민과 기업, 정부가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힘 모아 뛰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을까.      

우리에겐 위기 극복의 DNA가 있다. 도전을 즐기는 담대함으로 숱한 장벽을 돌파했다. 그렇게 제조업 강국, IT 강국, 문화강국이 됐다. 임진왜란 이후 '넘사벽'이었던 일본과 1인당 소득이 대등한 어엿한 선진국이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믿을 수 없는 열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환경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할 국가를 만들기 위한 제2의 건국에 나서야 한다. 다시 출발선이다. 패배와 절망이 아닌 희망, 절벽이  아닌  기회의 새해가 되길  기대한다.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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