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석유수출국협의체(OPEC+)의 기습적인 감산 발표에 유가가 상승했고, 인플레이션 지속가능성이 다시 글로벌 최고 리스크 요인으로 올랐다. 하지만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수요 감소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유가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월 상무부는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5.0% 상승해 1월(5.3%)보다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미래의 가격 상승을 더 잘 가늠할 수 있는 기준으로 여겨지는 핵심 인플레이션의 척도는 4.6%로 예상보다 다소 낮게 나타났었다. 그러나 2% 물가상승률 목표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4월 글로벌 리스크 요인 분석. 자료=국제금융센터

◆유가 감산과 통계상 견조한 고용시장

이런 가운데 미 노동부는 7일(현지시간) 3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23만6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3월 신규 고용은 2020년 12월 이후 가장 적게 늘어난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3만8000명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실업률은 3.5%로 전월보다 0.1% 낮아졌다. 1월과 2월 실업률이 통상 높은 것을 감안할 때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면 된다. 실업률은 겨울에 치솟았다가 여름에 실업률이 떨어지고 다시 겨울에 치솟는 경향이 있다. 3월 실업률은 시장 컨센서스보다 낮아서 고용이 굉장히 탄탄하다는 여지를 줄 수 있지만 전문가 의견은 갈린다.

미국 실업률 추이. 자료=미국 고용부(%)

민간고용 감소 추세, 비농업 부문 고용 감소 추세, 채용 공고 감소 추세, 임금 상승률 둔화를 감안할 때 미국의 경기 하강이 실제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전에 발표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3으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충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신용 증가에 영향을 미쳐 앞으로 수분기 사이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5~1.0% 위축시킬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하강을 유발할 것이란 전망이 대체로 일치하는 시나리오이다.

그럼에도 고용지표 발표 직후 미 국채는 아직 미 노동시장이 견조하다는 것을 확인 한 것으로 판단해 매도 압력을 보였고 시장 금리가 상승했다. 시장은 다음 달 3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최종 금리가 5.0-5.25%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도 같은 분석을 했다. 시장은 미 연준의 2023년 피봇(금리인하)을 기대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2024년까지 물가가 불안하다면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MMF로 몰리는 돈.
MMF로 몰리는 돈.

◆금융 불안 속 금융 우위 논리 통할까

지난 5일까지 4주 동안 약 3500억달러가 머니마켓펀드(MMF)로 유입됐다. 이로 인해 누적 자산은 5조2500억달러로 팬데믹 당시 사상 최고치였던 4조8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뮤추얼 펀드의 일종인 MMF는 일반적으로 만기가 짧은 곳에 투자해 언제나 인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MMF의 자산 구성을 보면 현금, 양도성 예금증서(CD), 미 재무부 단기 어음 등이다. 펀드는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의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감독당국은 MMF가 하루 만에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10%, 일주일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30% 이상 투자하도록 규제한다.

예금 보호 제도도 없는 MMF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매력은 수익률에 있다. FDIC의 3월 자료에 따르면 가장 큰 소매업체인 피델리티 자산운용의 MMF(SPAXX)로 4월5일 현재 4.49%의 수익률을 시현하고 있다. 은행 이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MMF는 은행보다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에 훨씬 민감하기에 높은 수익률을 안겨 줄 수 있고 자산 구성이 대체로 단기 안정적인 상품이라 단골고객을 호구로 여기는 은행보다 선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없을까. 뱅크런처럼 MMF에도 인출 사태 러시가 오면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증권사인 찰스 슈밥(Charles Schwab)은 보유채권 손실 우려가 부각된 3월 중순에 단 3거래일 동안 88억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은행의 예금인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연준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가계와 기업에 대출할 수 있는 규모도 줄어들고 미국 부동산 불황 가능성이 짙어짐에 따라 상업용 부동산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 의심은 가는데 언제가 문제일지에 대한 확증은 없다.

연체율이 오르거나 대출자산에 부도가 나서 은행 자산이 가시적으로 망가지는 신용 위기 상황이 올 것인가. 중앙은행이 금융 안정을 우려해 긴축을 망설이고 빠르게 완화한다는 생각인 ‘금융 우위(financial dominance)’는 이번 상황에서는 워낙 높은 물가수준을 감안할 때 발생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믿고 싶은 시장이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의 금융 불안 사태를 보면서도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며 강력한 자본력과 유동성으로 회복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에서 인플레이션과 금융 안정이라는 딜레마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음은 그래도 사실인 것 같다.

앞으로 베이비 스텝이 단행된다면 이는 2007년 6~9월(5.25%) 기간과 같아진다. 약 16년 만에 동일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파월 의장의 지난 발언을 곱씹어 본다. “금융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해 금리 인상 동결도 고려했지만 물가와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했다”며 3월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5월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논쟁을 지속하고, 주식시장은 이차전지 주에 대한 논란을 벌이며 머니게임을 이어갈 것 같다. 4월은 연준의 금리 결정도 없고 기저 효과에 의해 물가도 높게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차 전지 양극소재를 만드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주가가 증권가의 예상 목표가를 크게 넘어서며 폭등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은 이례적이라며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달리는 말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이 기름을 부은 격이다.

하지만 달도 차면 언젠가는 기운다. 언제가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 내려가듯 언제가 금리도 하락할 것이다. 다만 그 언젠가에 대한 판단을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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