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브릭스(BRICs)라는 용어는 2001년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Jim O’neil)이 최초로 사용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G7(주요 7개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반영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으로 구성된 G7은 오랫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선진적인 경제 블록으로 여겨져 왔다.

2001년 BRICs의 개념이 등장한 이후 2011년 10년 동안 BRICs 4개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은 당초 골드만삭스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성장세를 시현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회복 과정에서 BRICs의 성장세가 선진국의 더딘 회복세를 보완했다.

◆2011년, BRICs 10년 평가와 신 BRICS 등장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BRICs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8.3%에서 2010년 17.4%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당시 지난 10년간 세계 GDP 성장률의 36.3%(PPP, Purchasing Power Parity, 구매력평가기준) 수준을 기여했다. 세계 GDP의 4분의 1(PPP)이나 차지하며 골드만삭스의 2001년도 예측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다만 러시아의 2005년에서 2010년 경제성장률은 골드만삭스의 전망을 하회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BRICs 국가 중 러시아가 가장 심한 타격을 입었다.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러시아는 2010년 유가상승, 정부의 부양정책 효과 가시화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2001년 당시 골드만삭스는 GDP 총액이 G7을 추월하는 시점을 2039년으로 보았는데 이는 훨씬 앞당겨질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2010년 ‘Dreaming with BRICs: The Path to 2050’ 보고서를 내고는 BRICs가 앞으로 10년간 더 큰 성장세를 시현할 것으로 내다봤다.

BRICs의 성장률이 향후 10년간 G3 성장률을 두 배 이상 능가하고 2020년에는 세계경제성장률의 49%(PPP) 수준을 기여하는 한편, 세계 GDP의 3분의 1(PPP)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증가와 이에 따른 미국채 등 보유 증가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국의 영향력이 크게 증대돼 왔다.

2010년 기준을 보면 외환보유액의 41% 이상을 BRICs 국가가 보유했고 미국채의 중국(세계 1위), 브라질, 러시아 보유 비율도 높은 수준이었다. 제3차 BRICs 정상회의(2011년 4월)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참여함으로써  신(新) 브릭스 5개국이 4개 대륙 간 개발도상국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우리나라 총교역에서 BRICS 5개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15.0%에서 2010년 31.2%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당시 중국, 인도와의 교역에서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이 우리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BRICS는 달러화 중심의 세계 기축통화 체제를 비판하는 한편,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대안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국제금융체제를 모색했다.

◆2023년, BRICS의 질주는 계속돼

브릭스 내 무역은 2022년 1620억달러에 달하는 듯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가운데 PPP 기준으로 브릭스 5개국이 세계 GDP에서 G7의 점유율을 넘어섰다. 골드만삭스는 브릭스 4개국의 세계 GDP에서 G7의 점유율을 넘는 시점을 당초 2039년으로 예상했다

세계 GDP에서 브릭스와 G7의 비중. 자료=IMF, 구매력 평가기준(%)
세계 GDP에서 브릭스와 G7의 비중. 자료=IMF, 구매력 평가기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기초할 경우 올해 브릭스(32.1%) 회원국의 세계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G7(29.9%)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브릭스 국가들과 G7의 기여도는 동일했다.

2028년까지 세계 경제에 대한 G7의 기여도는 27.8%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브릭스는 3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브릭스는 2030년까지 세계 GDP의 50% 이상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세상은 브릭스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올해 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알제리, 아르헨티나, 바레인,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이란, 이집트, 멕시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수단, 시리아,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 베네수엘라 등 12개국 이상이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방글라데시는 브릭스의 자금 지원 기관인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의 지분을 취득했다.

이 가운데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의 움직임이 새롭다. 멕시코 정부는 4월 말 브릭스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한다고 주장을 발표했다. 의학,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브릭스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 외무장관 마르셀로 에브라드(Marcelo Ebrard)는 “브릭스는 멕시코의 전략적 파트너”라며 “우리는 그들과 함께 세계의 다양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멕시코 간 갈등은 전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고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며 중앙아메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요구했다. 두 나라는 이민, 국경 보안, 무역 및 인권 같은 문제에서 갈등이 곪을 대로 곪았다.

미국은 접종률이 낮은 멕시코에서 불법적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재확산의 위험을 높인다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 문제에서도 미국과 멕시코는 대립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남미 정상회담에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를 초청하지 않자 멕시코가 회담에 불참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브릭스에 가입하려는 멕시코의 시도가 성공할까. 브릭스는 멕시코를 새로운 회원으로 받아들이려면 전체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미국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멕시코의 브릭스 가입을 지역 헤게모니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반대 여론몰이를 할 수 있다.

미국의 우려에도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주도하는 브라질 정부가 중국, 러시아 등과 연이은 회담을 가졌다. 전통적인 다자주의를 추구하며 실용노선을 취하는 브라질은 미국과 멀어질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룰라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중국과 브라질 사이 첫 위안화 결제가 이뤄진 것은 러시아, 중동 지역에 이은 탈 달러 추세에 탄력이 붙을 전망을 예고하는 사건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달러 중심의 금융 질서에 도전하는 ‘브릭스판 세계은행’의 항로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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