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저자.
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저자.

푸른 오월이 되면 초등학교 운동장 담 옆에서 살 때, 어린이들이 재잘거리며 노는 모습이 떠오른다. 시끄럽다기보다 무엇인가 넘치는 생명력을 받는 느낌이었다. 어떠한 꾸밈새도 찾아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어린이들 모습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쁨과 함께 외경심이 묻어났다.

어린이는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지 않기에 거침없는 미래를 상상하고 펼쳐나갈 수 있다. 성경에서는 어린이를 지고지순의 존재로 여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니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고는 결단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시며 어린 아이들을 안고 그들 위에 안수하시고 축복하셨다.’ (마가복음 10:15~16)

어린이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하여 “네 눈망울에는 초롱초롱한 별들의 이야기가 있다. 네 눈망울에서는 새벽을 알리는 아득한 종소리가 들린다. 네 눈망울에서는 머언 먼 뒷날 만나야 할 뜨거운 손들이 보인다”고 신석정 시인은 노래했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로 무엇이든 극복해가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간다고 해서 ‘초롱초롱하고 아득하게’라고 표현하였을 게다. 또 어린이에게 미래를 그리라며 만나야 할 뜨거운 손들이 보인다고 기도하였나 보다.

“어린이와 서로 눈을 맞추면 어린이와 함께 어른도 뇌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뇌 과학자들도 있다. ‘어린이의 무한한 가능성’ 그 자체가 어른의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일까.

니체는 인간 의지의 전개 과정을 낙타, 사자, 어린이 3단계로 나누고, 삶의 최종목표는 생명력 넘치는 어린이 모습이라며 극복인(초인으로도 번역)으로 정의했다.

먼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무거운 짐을 지고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낙타처럼 주어진 환경을 수용하며 살아가는 피동적 단계다. 다음은 속박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개척하는 사자처럼 자신이 주인이 되어 자유롭게 행동하는 능동적 단계다.

그 다음은 순진무구한 어린이처럼 끝없는 호기심과 가능성을 가지는 초월적 존재인 극복인(Ubermench, overman)의 단계다. 어린이의 모습을 외형적, 세속적 가치를 벗어나 스스로 가치를 정립하고 인간성을 획득해가는 자세라고 하였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중에서 ‘세 변화에 대하여’를 간추림)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어른이 되면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완전한 자유를 누리기 어렵다. 어린이들이야말로 거리낄 게 없으니 자유를 마음껏 누릴 특권이 있다. 어린이들은 눈치코치 보는 일 없이 마음대로 생각하고 또 그 생각을 펼치기에 자유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50년 이상 춤만 췄다는 현대무용가 남정호는 “춤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이들이 저절로 추는 춤에서 무한한 자유를 느낀다”고 썼다. 생각건대, 이상국가로 나아가려면 어린이들이 꿈꾸는 곳을 향해 틀을 깨고 거침없이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태어난 어린이들이 몸과 마음을 티 없이 닦아 가야 보람찬 일을 하며 기쁨에 넘쳐날 수 있다. 반대로 서열을 메기며 경쟁심을 키워 서로 시기하고 하찮은 탐욕에 찌들게 하다 보면 자신의 삶을 흐지부지 망치고 세상까지도 어지럽힌다. 똑같이 가능성을 가진 어린이로 태어나도 어떤 누군가는 화음이 되어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 다른 누군가는 소음이 되어 시끄럽게 한다.

부모를 잘 만나고 사회 환경이 좋아야 할까. 아니면 본인이 최선을 다하여야 할까. 어린이가 자신 있게 꿈꾸고 미래를 향하도록 이끌 의무는 어른들 모두의 책임이다. 옛말에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였듯이 어른들이 신실하게 살수록 어린이의 가능성은 커간다.

“날라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꿈이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고 날아오르는 종달새처럼” 펼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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