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금리 상승이란 긴축의 끝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일까. 7월 마지막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16개월간의 긴축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커진다. 미국 기준 금리는 5.25~5.50%가 됐다.

이는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와는 역대 최대인 2% 차이가 난다. 이에 맞서 향후 금리인하나 경기 침체가 올 것을 예상한 미국 국채 장기 투자가들이 늘어났으나 늘 그렇듯 예측은 무리다.

◆높은 기준 금리 상황과 미 신용등급 돌발 변수

12년 만의 신용등급 강등이 발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낮췄다. 2011년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될 당시 미 국채 금리는 변동폭이 심했다. 종가 기준 금리 변동폭이 일평균 0.1410%포인트에 달해 그해 평균치 0.0553%포인트의 두 배를 넘었다.

그때와 지금의 경제 상황은 달랐나 보다. 채권시장이 10년물은 소폭 올랐고 1년 단기물은 오히려 내렸다. 주가는 내렸으나 단기적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참에 적정 기준 금리는 어떻게 산출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본다. 현재까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공식은 ‘테일러 준칙’이다. 이는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1993년 제안한 통화정책 기준이다. 공식은 ‘적정 기준금리=균형 실질이자율+물가상승률+0.5×(인플레이션 갭)+0.5×(국내총생산 갭)’이다.

테일러준칙은 결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할 때 적정 인플레이션율과 잠재 경제성장률을 고려해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균형실질 이자율은 대출이나 채권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할 때의 이자율을 뜻한다.

인플레이션 갭은 실제 물가상승률에서 중앙은행의 목표 물가상승률을 뺀 것이다. 국내총생산 갭은 실제 국내총생산(GDP)과 잠재적 GDP의 격차를 말한다.

어느 나라가 GDP를 15조달러까지 늘릴 수 있지만 경기 침체로 실제 GDP가 이를 하회한다면 그 갭이 +여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반대의 경우라면 긴축정책을 실시하는 게 타당하다. 테일러는 이 공식에서 균형 실질이자율을 2%로 잡았다.

미국의 1분기 GDP 증가율이 연율 2.0%로 집계됐다.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와 달리 상향 조정됐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예상하는 미국의 올 4분기 실질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전망치는 기존 0.4%(3월 전망치)에서 1.0%로 올라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양한 경제지표를 반영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려고 한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저 효과로 둔화됐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7월 CPI는 6월보다 올라갈 것이 확실시 된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 2%는 아직도 4%대인 근원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아직은 멀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테일러 준칙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의 평가는 어떨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다양한 긴축 정책을 실시했으나 완전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며 연준피봇(금리인하) 시점 전망은 내년이나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현재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을 확률을 70% 이상으로 봤다. 현재의 경제와 고용 호조를 근거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5.5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아직은 소수설이다.

다만 예상보다 오랫동안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높은 기준 금리보다 낮게 움직인 시장금리에서 변동성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시장은 의외로 변동성이 적었다.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본 미국 경제 전망의 실패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채 수익률은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 금리보다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는 것이 경기 침체의 전조 신호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이번에는 경기 침체가 오지 않을 것 같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고 경기 침체가 반드시 온 것은 아니다. 경기 침체 이외에 단기물과 장기물에 대한 각각의 채권 수급,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라 장단기 금리 역전도 발생할 수 있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현상 확대가 경기 침체를 알리는 조기경보 신호임을 인정하더라도 논쟁은 있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기 침체 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단기채 금리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대로 장기채의 금리 인상 속도는 경기 전망에 따르기에 그리 빠르지 않다. 나아가 현재 단기채 금리와 장기채 금리차가 지나치게 큰 것도 아니어서 이를 두고 경기 침체가 곧 올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최근 얼마간 10년물도 4%대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결국 금리인상에 따른 리세션 베팅은 현 시점에서 실패했다고 말하겠다. 지난해 투자은행들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결국 경기 침체를 촉발할 만큼 경기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일부 최고 전략가들은 기업 실적이 남은 기간 내내 하락하고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미국 실적이 가이던스를 충족하고 있어나 과거와 비교해 이윤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기준 금리에 민감한 단기채 금리는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도 ▲6월보다 높은 7월의 물가상승률 예상 ▲최근 일본은행의 장기 금리 상승폭 범위 조정에 따른 시장 금리 인상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미국 국채 발행 증가 ▲견조한 고용지표 등의 변수가 있다.

일본은행이 기습적인 정책 수정에 나선 가운데 무제한 국채 매입 금리 수준을 기존 0.5%에서 1.0%로 높였다. 국채 금리 변동폭의 상단을 높여 금리정책의 유연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 때 일본은행이 초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의 수정 시그널을 던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기는 했으나 전문가들은 이것이 완화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대응 여력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해석했다.

상승한 시장 금리는 다시 하락으로 돌아섰으나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란 된서리를 맞았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0.63% 이상까지 높아져 9년4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아시아 국가의 채권 약세와 맞물려 시장참가자들의 고점 테스트가 진행됐다.

일본 국채금리 상승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미 국채금리 상승 ▲글로벌 주식시장 자금 이탈 가능성 ▲일본 부채부담 증가 ▲엔/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은행의 완화 의지가 커 이번 수익률 곡선제어조치(YCC)의 과거 대비 영향력은 제한적일 전망이어서 채권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도 이번 결정이 금융완화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하면서 긴축시그널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 금리 변동폭이 증가했다고 단기 자금의 일본 복귀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10년 물 금리 추이(8월2일 현지시각 기준). 자료=Trading Economics
미국 10년 물 금리 추이(8월2일 현지시각 기준). 자료=Trading Economics
1년 물 금리 추이(8월2일 현지시각 기준). 자료=investing.com
1년 물 금리 추이(8월2일 현지시각 기준). 자료=investing.com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증가

7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수출 감소폭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진 데 따른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다. 6월보다 수출 감소율이 심화됐다. 지난해 7월 수출이 역대 7월 기준 최고 실적(602억달러)을 기록한 데 따른 역 기저효과가 발생해 하락폭이 16.5%나 됐다.

무역수지가 7월에도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흑자 기조를 유지한 것은 다행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사안이 있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의 산업 여건이 양호할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수요 산업이 생각처럼 따라줘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기대대로 ‘상저하고’가 실현될 수 있다.

경기 회복의 키를 쥔 수출이 줄곧 역성장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니 불안하다. 이 시점에서 이런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물가상승률 하락 또는 물가하락을 예고하는 전조지표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물가상승률 하락=경기 침체라는 공식을 생각하게 됐다. 이번에는 경기 침체 위험보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금리 목표치 2%로 점차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면 지나친 낙관일까.

미국의 경우 기준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 금리가 플러스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나. 실질 금리가 플러스인 것은 경기 침체 위험보다는 연착륙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구글에서 ‘경기 침체’라는 단어를 검색한 횟수는 지난해 여름 급상승했다. 최근에는 지난 1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인들도 경기 침체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혹자는 미국 경제를 두고 경기 침체가 전개되는 대신 경제 확장에 빠져들고 있다고까지 생각한다. 미국 경제 지표가 좋은 와중에 경기선행지수가 먼저 반등했던 유럽과 중국의 경제가 오히려 좋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유로존이 ‘기술적 경기 침체’에 빠진 가운데 경기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유로존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상승세가 둔화해 전망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6월 유로존 서비스업 PMI는 52로, 최근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업은 유로존 경제활동의 약 70%를 차지한다.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는 예상을 밑돌았다. 중국의 2분기 경제지표는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중국 경제 위축과 반도체 한파를 우리가 제대로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단기 명운이 달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4.5%)에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5.2%)보다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세계 경제가 위축된다면 미국 경제 혼자 잘 나갈 수는 없다. IMF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2024년에 연준 중기 목표인 2%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 전망처럼 내년 말까지 연준 기준금리가 5.25~5.50% 수준으로 유지되고 긴축 통화 정책을 장기간 유지한다면 우리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미국 가계와 기업 부채의 상당 부분이 장기 고정금리로 계약돼 있다. 미국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과거보다 이자율에 덜 민감하다. 미국이 물가를 2%대로 되돌리기 위해 긴축을 오래 유지할 수 있지만 우리의 사정은 그러하지 못하다.

그래도 불확실한 세계 경제 속에서 지나친 비관은 하지 말자. 어차피 리세션 베팅은 실패했다. 단기 금리가 연간으로 볼 때 최고치라 변동성이 적은 단기채 구매 전략은 유효하다. 장기채의 경우 2~3년 안목에서 투자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주식시장의 모멘텀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이 미국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상황이고 2011년 금융시장에서 발생했던 경로와는 다르다. 빚으로 쌓았든지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하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부채 문제 해소를 더 어렵게 만드는 미국의 패권은 어디까지 가야 할까. 무소불이의 달러패권을 가진 국가이고 IMF의 공식적인 정책 조언도 없는 국가에 발생했던 일로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확대돼 보인다. 신용등급 강등에도 미 국채는 여전히 최고의 안전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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