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에너지 대세는 LNG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세계적 탈석탄 추세에 맞춰 저탄소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가 석탄의 공백을 빠르게 메워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석탄 화력발전소보다 탄소 배출이 60%나 적은 천연가스로 가동되는 가스터빈으로 석탄 발전소를 대체하려고 한다.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정에서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모든 에너지를 무탄소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2021년 재생에너지 강국 유럽에서도 이미 나타났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는 자국산 천연가스를 무기로 서방에 맞섰다.

제조업 강국 독일이 에너지 문제로 휘청거렸다. 러시아산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Pipe-line Natural Gas)를 대체할 수 있는 LNG 구매를 늘리기로 했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PNG에 비해 LNG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이나 환경측면에서 여러 장점이 있다. 이런 환경을 감안해 원전, 천연가스가 녹색산업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됐다. 특정 기술이나 산업활동이 친환경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국제 기준이다. 유럽연합(EU)은 재생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이 되는 미래에 원전, LNG가 과도기적 역할을 한다는 판단을 덧붙였다.

◆LNG의 장점

지난 7월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LNG 수출 터미널 중 하나인 ‘코브 포인트(Cove Point)’ 지분 50%를 33억달러에 인수했다. 전 세계 에너지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 워런 버핏의 과감한 행동이다. 코브 포인트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LNG 수출입 저장시설로 미국 6대 LNG 수출 터미널 중 하나다.

친환경 넷제로(Net-Zero) 시대에서도 천연가스 수요가 늘 것이라고 봤으며 관련 기업들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했다. 버핏의 생각은 올바를까. LNG와 관련한 이런저런 문제를 생각해 본다.

우선 무탄소에너지로 대별되는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가, 원자력에너지는 경직성(충분하지 못한 유연성) 문제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시스템은 해가 있거나 바람이 불 때만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우리는 햇빛의 양과 풍속을 통제할 수 없다. 날씨의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상하는 게 어렵다.

원전은 가동과 정지, 출력 조절에 긴 시간이 걸린다. 논란이 있지만 기존 원전의 10분의 1 규모 소형 원전과 수 메가와트급 초소형 원자로를 여러 곳에 지어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원전은 전력계통 안전 유지 목적의 출력 조절이 어렵다.

이에 반해 분당 출력 조절 속도가 LNG(16.7%), 수력(41.0%), 양수(37.5%) 같은 유연성 전원처럼 기민한 출력 조절이 가능하다. 한국은 수력과 양수발전의 환경적 제약이 크기 때문에 백업전원은 LNG 발전의 출력 조절이 당분간 유력한 대안이다.  발전 공기업과 가스공사, 지자체가 백업전원의 역할과 가격에 협력해 대안을 강구하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에너지원이라도 단독으로는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백업전원이 필요하고 유연성전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탈탄소 가스발전 기술의 진전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이 개발돼야 하며 LNG 발전이 한 축이어야 한다. 발전 부문에서의 천연가스 비중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인데, 국제에너지기구는 2040년 세계 천연가스 발전량이 발전설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둘째, LNG는 블루수소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산업계가 국제적인 규제로 하루 빨리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블루수소가 대안 연료로 각광 받는다. 특히 한국 기업 SK E&S와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미국 기업들과 협력해 블루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남 보령에 LNG 터미널은 해외에서 들여온 LNG를 저장했다가 발전소에 공급한다. 바로 옆에 세계 최대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 기지가 2026년 들어설 예정이다. 

자료=SK E&S
자료=SK E&S

액화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고온 고압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이를 포집해 제거한 연료를 블루수소라고 부른다. 가까운 거리의 LNG를 활용해 연간 25만톤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통상 우리가 만드는 그레이 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4)을 고압, 고온으로 가열하여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분리한다. 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면 수소 1톤을 생산하는데 CO₂ 10톤이 발생한다. 

결국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비슷한 공정을 거치지만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을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이다.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을 전략적으로 조합하여 단기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이라는 목적지로 가는 길의 기초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다.

LNG 발전에서는 수소 같은 저탄소 및 제로탄소 연료를 사용하여 발전하면서 탄소배출을 삭감하고, 탄소포집 활용 및 저장(CCUS) 기술을 통해 탈탄소 미래를 실현해야 한다. 관건은 가격이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블루 수소를 구매하는 비용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250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경제성이 없다며 블루수소 수출에 발을 빼고 LNG 수출에 몰두하기로 했다. 

셋째,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강화에 따라 앞으로 청정 연료인 LNG를 사용하는 선박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NG 추진 선박 운용 관련 산업이 유망 신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젤연료를 대체해 현재 사용되는 LNG가 오랜 기간 사용되고 나서 탄소중립연료 순서로 가는 것이 대세다.

LNG는 안정적이고, LNG연료 추진 선박이 많아지고 있으며, 487개소에서 벙커링도 가능하다. 연료공급의 안정성과 이미 발주된 LNG 선박이 많아 장기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LNG 추진 선박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쉽고 안전하게 LNG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시설, 즉 LNG 벙커링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K가스는 이미 울산 북신항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의 LNG 벙커링 전용부두를 조성 중으로, 내년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다. 2030년 국내의 LNG 벙커링 수요는 140만톤, 전 세계 수요가 3000만톤에 이를 전망이어서 울산항이 친환경 선박 벙커링 시장의 핵심 허브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대비해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LNG 잉여물량에 대한 유럽 공급을 요청한 것을 회고해 본다. 일본은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한국은 요청에 응하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은 똑같이 해외에서 100% LNG를 수입하고 있다. 무슨 차이일까. 일본은 시장개방으로 높은 운영 효율성을 보이는 반면 한국은 공기업과 민간 직수입자의 독점 수입체제로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일본은 전력과 가스의 완전 시장개방으로 40여개의 도시가스사가 10배인 430여개로 늘었으며 이들은 발전사 및 상사 등과 함께 국제 시장에 맞춰 자유롭게 LNG를 수입하고 있다. 일본은 발전연료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이 강화됨에 따라 LNG를 대규모로 도입하게 됐으며 현재 중국과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을 겨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공급원 다변화, 공급안정성 강화를 위해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LNG를 도입하고 있다. 자원의 단기적 비축을 넘어서 도입선 다변화 등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핵심 자원의 대체 물질을 개발하는 등 자원 산업측면의 발전방안 모색도 필요한 시점이다.

LNG 비축의무 및 제3자 판매 조항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귀추가 주목된다. 여하튼 LNG는 앞으로 수십년 동안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탈탄소 달성을 돕는 안정적이고 유연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글로벌 LNG 수요는 2021년 대비 90% 성장해 2040년까지 연간 7억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 지역이 이런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요 성장 요인으로 지역 내 가스 생산량 감소, 지역 경제 성장과 함께 대기오염 개선과 탄소배출 목표 달성을 위해 고배출 에너지원을 LNG로 대체하는 움직임 등이 꼽혔다.

자료=2023 Shell LNG Outlook
자료=2023 Shell LNG Out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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