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8월 말 엔비디아 실적 발 훈풍이 불어왔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와 국외 모두 증권 시장은 조정의 국면에 있었다. 그 가운데서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이 중국 경제의 침체와 미국의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하지만 미국 장기금리 상승의 열쇠가 더 큰 의미를 가졌다고 하면 과언일까.

◆과거에 찾아본 중립금리의 교훈

국내 증시가 상당히 조정을 받았지만 금리 이슈로 대공황 이후 가장 어두운 분기로 조정을 받은 2018년 4분기를 생각하면 이건 약과다. 2016년 새해 벽두도 마찬가지다. 당시 중국 증시 하락은 사우디-이란 단교, 중국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1개월 내내 연일 폭락했다. 중국발 위기는 세계 증시를 폭락으로 몰아갔고 공포지수는 극에 달했다.

8월 현재 여전히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장기 10년물, 20년물, 30년물 금리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원래 국채 금리는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은 것이 정상이다. 그렇기에 올해 미국 경제가 고용과 소비지표를 앞세워 나쁘지 않다면 금리인하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고 장기 국채 금리의 급격한 인하도 지금으로서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중국 10년 만기 국채는 2.569%다. 반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198%다. 스프레드 차이는 약 1.700%포인트에 달해 양 국가의 경제 상황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 10년물 장기채는 8월 한때 4.399%까지 올랐고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10년 만기 미·중 국채 금리 스프레드 차이. 자료=블룸버그
10년 만기 미·중 국채 금리 스프레드 차이. 자료=블룸버그

물가가 상승하던 2018년 상당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멤버들은 중립금리(Neutral rate of interest) 수준을 3%로 제시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이다. 경제를 너무 뜨겁게도, 차갑게도 하지 않게 하는 금리 수준이라고 하겠다. 미 금리가 중립 수준에 도달하면 연준은 물가 급등이나 경기 둔화로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다.

2018년 10월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가 여전히 중립금리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발언해 앞으로 금리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각을 세웠고 미국 증시는 하락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증시 하락의 비난에 휩싸인 파월 의장은 자신의 견해를 바꾼다.

그는 그해 연말 역사적으로 “금리는 여전히 역사적 기준에 비해 낮으며 미국 경제에 중립적인 수준으로 여겨지는 넓은 범위 바로 밑에 있다”고 발언한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코앞에 있다고 해 증시 폭락은 일단락됐다.

◆최근 다시 불거진 중립금리 논쟁

실질 중립금리는 2019년 이후까지 변경되지 않았다. 금리에 덜 민감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부에서는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정책을 제약적 수준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더 높은 중립금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파월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지난해 5월 필요하다면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했고 그의 말은 크게 주목받았다.

연준은 올 6월에 중립금리를 2.5% 안팎으로 보았다.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2%)을 제외한 0.5%(r*값) 안팎을 실질중립금리라고 봤다. 기준금리(현재 5.25-5.50%)가 특정 시점의 물가 상승률(3%대)보다 0.5% 이상 높기에 현재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한다고 보면 되겠다. 실질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으면 경제를 부양하는 것이고 이는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하지만 연준 내부에서도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는 의견은 이어졌다. 리치몬드연방준비은행은 1분기 실질중립금리가 0.5%가 아니라 2.0%라고 봤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역시 7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 1분기 실질중립금리를 1.1%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여러 유명 경제계 인사가 물가와 금리 전망을 놓고 다른 의견을 보인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갈등, 고령화로 예전보다 더 높은 물가와 금리를 예상한다.

래리 서머스. 자료=블룸버그
래리 서머스. 자료=블룸버그

그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4.75%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말이 현실화된다면 장기채에 투자한 경우 채권 대학살이 일어나는 셈이다. 반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는 근거가 없다”고 보지만 설득력이 크게 없어 보인다. 중립금리를 둘러싼 이러한 논쟁을 r*를 따서 r스타 논쟁이라고 한다.

이 상황에서 만약 파월 의장이 중립금리 수준을 더 높이는 발언을 한다면 고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시장은 이미 파월 의장이 중립금리 인상을 위한 씨를 뿌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22년 만에 최고치로 인상했음에도 경제는 미국 경제는 놀랍게도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 연율 기준으로 1분기 2.0%, 2분기 2.4%에 이어 3분기 경제 성장률 추세치도 2.0%를 쉽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부 경제학자가 앞으로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0% 목표로 돌아오더라도 2020년 이전까지 우세했던 낮은 수준으로 금리가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유가 됐다. 그 한가운데 중립금리 이슈가 자리하고 있다.

◆중립금리를 좌우하는 요인들

어떤 요인들이 중립금리 수준에 영향을 미칠까. 우선 경제의 생산성 증가이다. 이는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때문에 중립금리를 상승시킬 수 있다. 고령화는 노인들이 저축 성향이 높고 투자 성향이 낮을 수 있기 때문에 중립금리를 낮출 수 있다. 고금리 위험에 경제가 무뎌진다면 더 많은 투자 기회가 존재할 수 있고 중립금리 수준도 증가한다.

우리는 상호 밀접하게 연결된 세계에 살고 있다. 글로벌 저축과 투자 패턴이 중립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몇 년 동안, 많은 경제학자가 다수의 선진국에서 중립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믿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고령화, 낮은 생산성 증가, (특히 신흥국에서의) 저축 증가, 높아진 경제 불확실성 등이다.

미국 경제는 혁신주도형경제이고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의 소비 여력이 상당하다. 다시 말해 가계 부문은 저축이 많고 고용시장이 좋기 때문에 투자를 위한 차입을 하지 않으므로 금리에 덜 민감하다. 실질중립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미국의 경제를 밀어 올리는 요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재정지출 증가, 에너지 전환 투자 증가, 은퇴자들의 투자 확대, 인공지능(AI) 등 생산성 향상 기술 발전 등을 꼽았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가 마이너스인 디플레이션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강달러 속에서 저렴한 중국산 물품을 소비하는 미국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나마 이게 물가하락과 금리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 

높은 금리 수준에도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개선됐고 미·중 패권 전쟁에서 미국이 승기를 잡았다는 의미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신이 바이든 시대에 더 빛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현재로서는 너무나 탄탄해 중립금리 상승을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파월 의장은 1년 전 금리인상이 소비자들에게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22년 만의 최고 높은 기준금리 상황에서도 골드만삭스는 지금 상황이 훨씬 더 안심할 수 있으며 “경제연착륙이 작년의 그 어느 시점보다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한다. 조급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보다는 미국 경제의 탄탄한 회복력과 중국 경제의 침체를 그냥 인정해 버리자. 미국 경기침체가 언제 오느냐에 베팅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미국과 중국의 상반된 경제 사이에서 우리 경제도 체질 개선에 여야를 비롯해 경제주체 모두가 합심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나 미국 경제의 현 상황은 매우 부러운 상황이다. 금리인하만 쳐다보는 우리 현실에서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게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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