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문제 해결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 타스=연합뉴스)
중국 경제의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문제 해결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 타스=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최근 '이상징후'를 보이면서 글로벌 시장과 언론, 학계에서 '차이나 위기론'이 분출하고 있다. 

중국이 고속성장에서 중속성장을 건너뛰고 곧바로 저속성장으로 내려꽂히면서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잃어버린 30년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전망부터 영원히 선진국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중진국 함정', '미국 추격 불가론'에 심지어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론까지 등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경제를 '시한폭탄'이라고 못박으면서 논쟁은 더욱 가열했다. 중국 위기론에는 합리적 근거 제시나 논리도 있지만 침소봉대나 근거가 박약한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 대한 오해나 불신, 질투, 증오가 곁들여지면 중국 경제의 몰락은 '주술적 필연성'을 띠게 된다. 

중국 경제가 병들고 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어 보인다. 7월 지표를 보면 생산 투자 소비가 모두 뒷걸음질했다. 중국 경제 위기론에 논리적 힘을 더한 것은 소비자물가 하락이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3%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감했던 지난 2021년 2월 이후 25개월만이다. 세계 주요국이 코로나19 위기극복 과정에서 풀린 엄청난 유동성이 물가를 밀어올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골몰하는 판에 중국만 물가가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공포를 몰고왔다.  

여기에 거대 부동산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와 헝다의 파산보호신청이 중국 경제의 오랜 고질병인 부동산 버블의 폭발로 인식되면서 위기론에 정점을 찍었다.  중국 도시 아파트 미분양이 최소 1억3천만채로 불어나면서 대부분의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사실상 부도 위기에 몰렸다. 이들 기업이나 아파트 구입자에게 막대한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까지 유동성 대란에 직면했다는 흉흉한 소식까지 들린다. 중국 GDP의 25~30%를 맡고있는 부동산 침체는 지방 정부의 과도한 부채, 인구감소와 함께 중국 경제의 3대 리스크로 꼽힌다. 

이들 위험을 드라마틱하게 포장한 방송이나 신문기사를 보면 중국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중국 경제를 나무가 아닌 숲 전체로 조망하면 '위기'라고 단정하기엔 매우 성급해 보인다. 우선 경제의 종합성적표인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보자. 미국의 대형은행그룹인 JP모건체이스는 최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4%에서 4.8%로, 바클레이즈는 4.9%에서 4.5%로 각각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전망에서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6%에서 5.4%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 목표치를 5%로 설정했다. 세계 주요 예측기관들의 전망치도 5% 안팎이다. 물론 이는 해마다 평균 10% 안팎이었던 지난 20년간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낮은 건 사실이지만 이를 두고 위기라고 할수는 없다.  경제의 성숙도가 높아질수록 성장률은 떨어지는 것이 역사적 추세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40년 고속성장을 추동했던 수출이 7월에 14.5% 감소한 것을 위기의 증거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7월 수출은 16.5% 줄었다. 사실 서방전문가들은 이미 2010년 이전부터 줄기차게 중국경제 위기론을 제기했지만 번번히 빗나갔다. 

그렇다면 중국 위기론의 실체는 뭘까. 결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으로 귀결된다. 중국 공산당 정권의 '진짜 실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의 안팎에 똬리를 튼 '암세포'들을 지금부터라도  잘 제거하고 관리해 나가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수도 있지만 실패할 경우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시진핑 정권이 갈수록 '똥볼'을 차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중국 경제를 악몽으로 몰아넣었던 시대착오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과 도시 봉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반(反) 간첩법 강화, 청년실업률 통계 은폐, 개방이나 혁신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중국식 사회주의 강화', 말은 그럴듯하지만 정권에 비협조적인 자산가나 기업가들에 대한 징벌로 흐르는 '부패척결'이나 '공동부유' 등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투자의욕을 갉아먹고 있다. 

정권 비판 한마디했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가의 간판이었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조리돌림하고 엄청난 세금폭탄에 기업 분할까지 강요한 행태, 외교부장(장관)인 친강을 아무런 배경설명 없이 하루아침에 면직한 돌발성은 시진핑 일인독재 체제가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폭주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가 되었다. 

아직 내공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몽'과 중화민족주의를 앞세운 '천하주의'를 내세우고, 대만 침공을 노골화함으로써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했다. 이로인해 때 이르게 패권경쟁에 말려들면서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안보비용은 물론 첨단산업 공급망 배제로 산업 굴기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 모든 일은 공산당 원리주의자인 시진핑 집권이후 벌어졌다., 그의 일인 철권 독재가 강화하면 할수록 시스템 리스크는 오히려 커지고 있고, 중국 경제의 역동성과 확장성은 저하되고 있다. 관료집단이 충성 경쟁에 내몰리고, 사회적 통제가 심화하면서 중국 부유층은 해외 이주로 눈을 돌리고 있고, 외국인 투자는 쪼그라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모순들은 더욱 뿌리가 깊어지면서 경제에 충격을 가하게 될 것이고 결국은 통치기반까지 흔들 수 있다. 시 주석은 입만 열면 평화를 노래하고, 개방과 포용, 협력, 호혜를 강조하지만 실제 내치나 외교를 보면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국 경제가 위기의 늪에 빠지느냐 아니냐는 시 주석이 '유체이탈'의 몽상에서 벗어나 현실과 얼마나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마오쩌둥의 후광을 잇는 신(神)적 지위인 '인민영수'가 아닌 대중과 호흡하는 현실 정치인으로  질척거리는 땅에 두 발을 디딜 때 경제 난맥의 해결책도 열릴 것이다.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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