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금리·주가·환율 같은 금융가격지표는 성장·물가·고용·국제수지 등 거시경제 현상을 반영하면서 공동변화(co-movement)한다. 효율적 시장에서는 금융가격지표와 거시경제지표가 불가분의 상관관계를 가지며 유기적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금리·주가·환율의 공동변화를 무시하는 투자는 대부분 실패하기 쉽다. 만약 금리·주가·환율이 공동변화(共同變化)하지 못하고 제각각 따로 움직인다면 경제적 불균형 현상이 빚어져 경제순환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자금이 수익이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원활히 이동하지 못해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시장의 신호다. 

올해 8월 아르헨티나는 기준금리를 21%포인트나 올려 무려 118%로 정했다. 수익률이 높은 아르헨티나 국채를 매수할 경로가 없다며 투자자들이 안타까워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동 국채를 매입하면 원리금을 달러가 아닌 페소로 지급하기 때문에 페소화의 대외가치가 그대로 보존돼야 기대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다.

이자 100%를 받아도 만약 페소화 환율이 50% 평가절하되면 원금 정도 가까스로 챙길 수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지만 페소화의 대 달러 환율은 연간 100% 내외로 하락하는 경우가 빈번한 데다 2023년 현재, 물가는 무려 19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높게 형성되면 지불불능위험(risk premium)이 없더라도 금리를 결정하는 기본 요소인 경제성장률 아니면 물가상승률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높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화폐의 대외가치가 그만큼 하락하기 마련이다. 또 잠재성장률에 비해 실질성장률이 크게 높으면 머지않아 성장률 하락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의 실질성장률은 거의 바닥에 가까우니 물가상승률은 국고채금리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을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페소화의 환율(대외가치)은 앞으로 높은 금리보다 더 크게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전설적 가치투자자’들은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균형과 불균형 현상과 변화 과정을 관찰하고 시장가치에 비해 본질가치가 높거나 높아질 상품을 선택한다. 살 때와 팔 때를 신중히 가늠하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매매한다.

워런 버핏은 내재가치가 높아질 상품을 골라 기다리다 시장가치가 높아지면 수익을 실현한다. 조지 소로소는 각 시장을 비교 관찰하다 본질가치와 시장가치 괴리가 비정상적으로 커진 시장에 개입했다. 시장가치가 내재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서 매수했다가 높은 곳에서 매도해 수익을 실현한다.

남다른 투자정보를 갖고도 투자에서 실패하는 까닭은 금리·주가·환율의 공동변화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소로스가 누군가의 손실을 바탕으로 남다른 이익을 실현했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시장조성을 통해 시장이 무너지는 사태를 예방한 셈이다. 버핏과 소로스는 단기로는 몰라도 중장기로는 금리·주가·환율은 성장·물가·고용·국제수지를 반영하며 서로 유기적 관계로 공동변화 과정을 냉철하게 꿰뚫고 있었다.

먼저 비이성적 탐욕을 버리고 남다른 통찰력과 인내심을 가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