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당시 친박계 의원 배신에 "사람의 신뢰와 인간에 대해 많이 생각"
"개인적 실패는 받아들이지만 '실패한 정부'라는 데는 동의 못해"
"남은 생엔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 하려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작년 말 사면복권 이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서 재임 시의 공과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6일 게재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먼저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서 맡겨주신 직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사건의 발단인 최서원씨와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사적인 심부름을 할 사람이 없었다. 제가 여성이니까 (남성) 비서관들한테 시키기 어려운 것들이 있지 않겠나. 그래서 최 원장(최씨가 과거 유치원 원장을 지내 박 전 대통령은 이렇게 호칭)이 청와대에 드나들면서 심부름하게 된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최 원장이 한 번도 저를 이용해 사적인 잇속을 챙긴다거나, 이권에 개입하거나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심 없이 저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면서 "검찰 조사를 받으며 들으니까 최 원장이 재단 실무진의 면접도 보고 운영도 관여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미르나 K스포츠재단에 롯데와 SK그룹이 낸 출연금을 법원이 '제3자 뇌물죄'로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이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 죄는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인데 롯데나 SK가 저한테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 표결 당시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서는 "소위 ‘친박’이라는 의원 중에 탄핵에 찬성한 의원도 있었고, 저의 오랜 수감 기간 동안 한 번도 안부를 물은 적이 없는 의원이 대부분"이라면서 "동생(박지만 EG 회장)의 친구인 의원도, 원내대표였던 의원도 탄핵에 찬성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사람의 신뢰와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회를 토로했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발표에 대해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당시 24년간 한·일 간의 과거사 핵심 현안이었다. 미래 세대까지 계속 이렇게 가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합의서를 만들 때 당사자분들의 의견을 들어서 합의서를 만든 것이다. 우리가 일본에 요구한 3대 핵심 요구사항도 바로 피해자분들의 요구였다. 물론 한·일 양국이 많은 노력과 협의를 했지만, 미국과 국제사회의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경주한 결과로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한일 외교적 난제였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체결 강행에 대해서는 “북한이 2016년에 두 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하고 24차례나 탄도미사일 발사로 도발했다. 정말 엄중한 안보 상황이었다"면서 "그래서 국회에서 탄핵을 논의 중이었지만 ‘대통령으로서 안보를 위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만 해야만 할 일’이란 생각으로 추진했다. 그게 되지 않고 감옥에 갔다면 얼마나 마음이 괴로웠을까란 생각을 하면 다행스럽고 위로도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사드 배치와 관련 “사드는 급증하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도의 자위적 방어 조치였다. 중국이 반대했지만 국민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어디 있겠냐는 인식으로 원칙을 지켜나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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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드 부지를 결정하는 데 여러 반대가 있었는데 롯데가 중국 사업의 손실을 감수하고 골프장 부지를 제공했다. 롯데그룹의 애국심에 고마움을 표시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는 “제가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제가 받아들인다"면서 "그러나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다’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통진당 해산’이라든가 ‘공무원 연금개혁’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은 국운이 달린 문제라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 혁신센터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면서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정책이라고 했다.

국정농단 사건 특검의 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 교체를 이룬 것에 대해서는 “우선은 좌파 정권이 연장되지 않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됐다는 데 안도했다"면서 "지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4개월 정도 됐는데, 정부의 방향ㆍ정책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좀 성급한 감이 있다"고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개인적인 삶보다는 공적인 삶을 살아온 것 같은데 그것도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치 일선은 떠났지만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고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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