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미사일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도심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미사일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도심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세력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전면 공격하면서 다시 중동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유대 안식일인 지난 7일(현지시간) 새벽 기습적으로 감행된 하마스의 공격으로 양측에서 엄청난 사상자가 났다.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을 선언하면서 이번 충돌은 이스라엘군과 하마스를 포함한 이슬람 무장세력간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이 전쟁이 간단치 않은 것은 하마스 뒤에 이스라엘의 '원수'이자 미국 유럽과 적대관계인 이란이 있다는 점이다. 하마스는 이번 공격에서 수천발의 로켓 등을 동원했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마스가 세계가 깜짝 놀란 충격적인 기습 공격을 감행한 이유를 놓고 분석이 분분하지만 직접적으로 이스라엘에 지난해말 극우성향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들어서면서 유대인 정착촌을 팔레스타인 쪽으로 대폭 확대하고, 이슬람 3대 성지 가운데 한 곳인 알아크사 사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는 점이 거론된다.

좀 더 크게는 미국 주도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수교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하마스가 '극단선택'을 했을 수 있다. 중동의 최대 경제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게되면 하마스는 '고사'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아랍 국가의 지원이 끊기면 팔레스타인 해방과 독립의 꿈은 영영 물거품이 된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은 국제 안보와 경제에도 허리케인급 후폭풍을 몰고올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중동의 화약고 폭발은 글로벌 안보지형에 지진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서방의 관심이 분산되면 러시아는 힘을 얻게 되고, 이스라엘과 군사력이나 경제력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 하마스가 선전할 경우 이란과 북한 등 문제 국가들의 '모험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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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세계 경제가 걱정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원인 중동 정세를 불안하게 하고 이는 국제유가를 흔들 수 있다. 이미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가와 곡물가격 폭등으로 인플레이션 대란을 겪었는데 이번 사태로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 

이렇게되면 저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는 치명적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경제의 침체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심각한 가계부채로 휘청이는 판이다.

경제분석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식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고 진단하지만 이미 코로나19로 성장률(-0.7%)이 마이너스였던 지난 2020년을 장기침체의 원년으로 봐야 한다. 이후 2021년 4.0%, 2022년 2.6%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는 기저효과나 재정확대라는 마약주사 덕이었지 정상적인 경제체력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올해 경제의  '상저하고' 를 운운하며 위기의식이 없다. 세금이 안걷혀 재정에 엄청난 펑크가 났는데 부자들 세금 깎아주기에 여념이 없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헤게모니 싸움에 골몰한다. 국회는 산적한 민생입법을 내팽개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재판, 방탄, 대법원장 임명동의 부결,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와 임명강행,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딸들의 '수박 색출', 홍범도 장군 동상 철거·이전 등이 국정과 여론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사실상의 내전 상태인 진영대결 해소와 사회 통합, 국가 절멸의 급행열차를 탄 인구문제, 미래세대를 질식에서 구할 연금개혁, 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 혁파와 새로운 먹거리 창출, 한계에 다다른 수출 확대 등등. 이런 사안들이 정치와 국정의 중심에 서야 대한민국은 '정상국가'다. 왜 굳이 희망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퇴행의 절벽으로 동반 점프하려 하는가.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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