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을 내놓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제출받았다. 사진=각 사 제공
최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을 내놓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제출받았다. 사진=각 사 제공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속이 타들어 간다. 쫓기듯 추진하는데 ‘반쪽짜리 합병’으로 가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자국산업을 보호하려는 경쟁당국이 두 항공사의 합병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탓에 무리수를 두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을 내놓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제출받았다. 유럽 경쟁당국 승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판단이었을 테다. 그나마 국내 항공사가 가져가면 국가 항공산업 측면에서 동반성장으로 볼 수도 있다.

화물사업을 분리 매각하려면 이달 말에 열리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찬성이 꼭 필요하다. 이사진의 입장이 찬성과 반대로 엇갈린 상황인데, KDB산업은행이 “합병 무산 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고 압박하니 영향을 받지 않을까.

화물사업 매각뿐일까. 앞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나항공 중국의 승인을 위해 49개에 이르는 수익 노선의 슬롯을 반납한 점도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이다. 알짜배기 사업을 외국에 넘기면서 무리한 합병을 하는 걸 지켜보고 있자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항공기를 비롯해 조종사도 티웨이항공에 이관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조종사를 파견한다는 건지, 소속사가 바뀌는 건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소속사가 변경될 수 있다는 고용불안에 조종사들 사이에서 “누굴 위한 합병”이냐는 원성이 터지는 게 당연하다.

산업은행이 그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글로벌 톱10 항공사가 탄생할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화물사업을 팔고, 운수권을 국외로 넘기고, 항공기와 조종사를 타 항공사로 이관하는 무리한 해법을 들이댄다.

이것저것 다 떼어내면 글로벌 10위권 항공사가 될 수 있을까. 반쪽짜리 통합을 우려하는 규탄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2017년 한진해운사태를 또다시 겪어서도 안 된다. 그러니 정부는 적극적인 외교로 지원하고, 대한항공도 합병 시너지 극대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박성필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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