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지난해 초 신용평가사 피치가 120개국을 대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중앙정부+지방·교육 지자체 부채+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 비율을 추정했다. 인플레이션 영향에 세계적으로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감소한다는 게 골자였다.

신흥국시장(EM)보다는 선진국시장(DM)이 그러하다는 기조였다. 성장은 하는데 외화표시 누적 부채 규모는 그대로거나, 빚이 GDP 증가 수준으로 늘지 않거나, 자국 통화 절하로 국내 일반정부 부채의 외화표시 금액이 줄어들거나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일반 정부부채 GDP 대비 비율. 자료=피치
일반 정부부채 GDP 대비 비율. 자료=피치

◆2023년 성장 둔화로 글로벌 부채 비율 증가해

피치는 옳았을까. 신용등급 강등을 한 미국의 정부부채 비율만 보면 이 주장은 맞지 않아 보인다. 2023년의 가계, 기업, 정부를 포괄하는 글로벌 부채를 제대로 분석해 보자.

고금리로 은행의 신용을 억제했음에도 미국과 일본 주도로 전 세계 부채가 올 2분기에 크게 상승했다. 국제금융연구소(IIF, 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에 따르면 2분기까지 글로벌 총부채는 사상 최대인 307조달러(약 40경8310조원)를 기록했다.

글로벌 총부채 추이. 자료=IIF
글로벌 총부채 추이. 자료=IIF

2023년 상반기에 10조달러가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총부채는 전 세계 기업, 정부, 개인들이 진 빚의 총액이다. 지난 10년 동안 100조달러가 늘었으니 그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그 결과 글로벌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분기 연속 상승해 336%가 됐다. 전 세계 인구 1명당 GDP는 1만2000 달러 수준이다. 1명당 짊어진 빚은 이보다 3배 이상 많다고 보면 된다. 기업 부채가 53%, 정부 부채가 28%, 가계가 19% 수준이다.

◆글로벌 부채의 지나친 규모 증가는 위기 요인

글로벌 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만 해도 GDP 대비 비율이 278%였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2023년 이전만 해도 부채 비율은 7분기에 걸쳐 감소했다. 이런 결과를 나은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해와 달리 물가상승률이 낮아졌음에도 성장 둔화가 걸림돌이 돼 부채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세계 부채의 급증은 부분적으로 인플레이션율과 이자율의 상승에 기인한다. 물가의 전반적인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감소하는 중요한 요인일 수 있지만, 이게 항상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금리 인상은 부채의 빠른 증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금리가 더 높아지기 전에 개인과 기업들이 자금을 확보하려고 하기에 더 높아질 금리는 차입을 유발할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2023년 이전 2년간에 걸쳐 부채 비율이 하락한 배경에는 피치의 예상처럼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한 게 자리했다. IIF는 올해 정부, 가계, 기업 모두를 포함하는 글로벌 GDP 대비 부채 비율이 337%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달러당 3.37달러의 부채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국가별로 보면 최근 부채 증가의 80% 이상이 선진국에서 발생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치솟는 이자는 선진국 시장에서 공공 재정과 국가 신용등급에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흥 시장에서는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인 중국, 인도, 브라질 등에서 부채 상승 폭이 컸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 세계 정부, 기업, 가계가 모두 빠르게 빚을 늘려가면서 2030년엔 세계 부채 규모가 GDP 대비 391%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각국 정부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정책들로 빚을 늘리고 있다. 고금리 특수를 누리는 은행은 대출 확대에 혈안이 돼 기업 생산성을 해치는 나쁜 빚을 계속 늘려왔다. 이는 자칫 부채 위기라는 지옥으로 세상을 몰고 갈 수 있다고 S&P는 경고한다.

여하간 전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빚을 증식한 양대 산맥은 정부와 기업이다. 주요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업의 채무 확대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란 어려운 시기에 다시 한 번 살펴볼 과제이다.

◆고공하는 미국채 금리를 보며

올해 9월 말 헤지펀드 매니저로 유명한 빌 애크만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에 접근하고, 3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당시 미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4.5%와 4.7%였다.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현재 10년물 금리는 5%에 도달했으며, 30년물 금리도 5.1%를 넘어섰다.

그런 그가 지난 24일 국채 선물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한다고 하자 10년물 국채 금리가 4.85%대로 주저앉았으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10월25일(현지시간) 10년물 국채 금리는 4.954%를 기록했고 나스닥은 폭락했다. 금리상단은 여전히 열린 듯하다.

높은 미국채 금리가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악순환을 유발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과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에 기인한 것이다. 미 국채가 아무리 안전자산이라고는 하나 채권 수요보다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게 문제이다. 채권 가격이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는 적자국채 발행 증가로 귀결한다. 미국의 의회예산처(CBO)는 올해 회계연도(10월 시작)의 재정적자가 GDP의 6%를 상회하는 1조6900억달러로 전년 대비 22.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033년까지 연평균 6.3% 증가해 명목 경제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올해 98%에서 2033년에는 11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도 미국의 적자국채 발행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미국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기 위해 가장 자주 보는 지표를 보자.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이자를 중요한 지표로 보는데 이 숫자가 현재 약 1%대다. CBO는 2053년까지 미국 정부의 순이자 지급액이 GDP의 6.7%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부채 이자 지급액은 2051년 이내에 사회보장제도를 제치고 최대 연방정부 지출항목이 된다.

CBO는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29년 약 107%로 증가해 1946년 최고치인 106%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53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8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정부부채를 줄일 수 있을까

또 다른 지표(CEIC Data)는 미국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23년 6월 121.6%라고 한다. 이 자료는 이 비율이 2021년 3월에 130.6%라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고 본다. 이에 따르면 1974년 9월에 31.8%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하간 이 자료에 따른 미국 정부 부채 비율 증가는 아래 그림처럼 무섭게 느껴진다.

높은 기준금리와 방만하고 무리한 미국의 재정정책 운용으로 세상이 어지럽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 정치권 갈등에 따른 거버넌스 악화를 이유로 지난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AAA→AA+)했다.

피치, S&P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9월 경고가 떠오른다. 무디스는 미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 즉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다음 달 17일까지 이행할 45일간의 임시예산안 이후의 정국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나섰던 공화당 출신의 하원의장 케빈 매카시가 의장직에서 축출됐다. 그것도 자신과 같은 당의 동료가 해임건의안을 내고 투표로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서 사상 최초의 하원의장 해임이 이뤄졌다. 하원의장은 지금 공석이다.

무디스는 앞으로 미국 신용평가에 어떤 결말을 도출할까. 임시예산 이후 남은 본예산은 제대로 통과할까. 예산전쟁과 함께 미국의 정치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빨리 이 모든 불확실성이 걷히길 바란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2022년 말 기준). 자료=IMF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2022년 말 기준). 자료=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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