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데 이어 생산자물가 상승세도 낮아졌다. 미국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3%를 나타냈다.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소매 판매는 7050억달러로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월간 소매판매가 감소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2%)보다 감소폭이 작았다.

미국 노동부는 10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5만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였던 17만명 증가를 밑도는 수준이다. 시장은 현재 이러한 지표가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둔다.

◆둔화되는 미국 경기 조짐 속에서 주가 상승 지속

경기둔화 지표를 반기며 미국 주식시장은 크게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확신이 시장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된 가운데 연준 고위 관계자는 여전히 신중한 행보를 보인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 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12월 금리 인상 동결은 기정사실이다.

금융 시장에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내년에 연준의 금리 인하가 공격적으로 단행될 것이란 기대는 지나치다는 분석이지만 경기 둔화가 가속화한다는 입장에선 속속 제기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 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12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이제 0%로 하락했다. 나아가 시장은 내년 말까지 연준이 1%포인트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본다.

이는 연준이 통화 정책에서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감이 다소 지나친 것이다. 물가가 목표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될 위험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지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자료=CME FedWatch
자료=CME FedWatch

◆금리를 인하하면 오히려 주식시장에 악재일 수도

미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증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JP모건은 분석한다. 이 시기에는 인플레이션 안정화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경제 성장률 하락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연준 기준금리 인하는 증시에 악재가 되는 셈이다. 미국 증시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상승세를 보였으나 실제 금리를 내리면 경제 성장률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주요 상장사 수익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CNBC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르면 내년 7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JP모건은 이러한 시나리오가 미국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 상장기업 실적 전망치가 3분기 실적 발표 뒤부터 점차 낮아지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염두에 두고 주가와 금리 관계를 경기측면에서 분석해 보자. 통상적으로 말하는 ‘주가 하락=금리 상승’의 모습은 경기 정점을 지난 경기 후퇴기 초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으로 경기가 후퇴기 중반에 접어들면 주가와 금리는 동반 하락한다. 주가는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기 이전에 상승세로 전환하지만 금리는 경기회복이 상당히 진전될 때까지는 하락세를 이어간다.

역사적인 데이터로 양자 간의 실증적인 측면을 분석해 보자. 2000년 닷컴 버블 이후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같은 대표적인 약세장에서 주가와 금리는 함께 떨어졌다. 반대로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강세장에서 주가는 금리와 함께 뛰었다.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기였던 2009년부터 2021년까지의 역사상 가장 길었던 강세장의 경우엔 주가와 금리의 관계는 약했다. 하지만 2018년 4분기 금리인상이 고조됐을 때 주가가 떨어졌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10여년간 금리는 박스권에 갇혀 있었고 대신 경기와 기업이익이 좋았다.

보통 주가 거품이 심했던 경우나 통화긴축의 막바지 국면에서는 주가가 금리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후 금리가 안정되면서 주가가 돌아서는 패턴을 보였다. 기준 금리 인상이나 인하가능성이 높게 판단되면 주식시장은 이를 선반영한다. 주식시장에서 정보전달이 빨라 투자자들이 금리향방과 타이밍에 베팅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보다 경제 상황이 주가에 영향 미칠 구간

금리상승이 경기 호전의 신호로 인식되는 시기에서는 금리상승이 주식투자의 신호다. 금리 상승기라기보다는 금리 인하 국면이 마무리된 시기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 인상에도 저금리 현상이 지속된다면 주식시장은 경기회복과 유동성 풍부를 함께 누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식시장은 다른 자산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상승을 할 수 있다. 경기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 있다. 이 두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그간 금리와 주식시장 사례를 구분해 향후 있을 금리 인하와 주식과의 관계를 제대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주가가 금리 인하보다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2000년 이전까지는 ‘금리 인하=주가 상승’이 일반적이었지만 이후는 양상이 달랐다. 2001년과 2007년 모두 금리 인하를 전후한 시점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금리를 인하한 후까지 하락이 이어졌다.

금리를 작게 내리거나 인하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었다. 2001년은 첫 번째 인하 때에 금리를 1%포인트 내렸고 2007년도 0.5%포인트 인하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금리 인하보다 더 중요한 건 경제 상황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JP 모건의 견해는 새길 만하다.

내년 기준 금리 인하는 상반기에는 없다는 인식이 많다. 그렇다면 금리인하 기대가 높을 때 주가는 당분간 상승하지 않을까. 주식시장은 언제나 기대감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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