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 (자료사진, 연합뉴스 제공)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 (자료사진, 연합뉴스 제공)

최근 송영길 전 대표 등 일부 민주당 사람들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진흙탕 설전'은 한국 정치 수준의 저급함을 새삼 일깨웠다. 

송 전 대표는 최근 책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오는 검찰에 분노를 쏟아내며 한 장관을 겨냥해 "이런 건방진 놈...어린놈이...자기보다 인생 선배, 한참 검사 선배들을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나. 물병을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다"고 내뱉었다.

이를 받아 한 법무장관은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열심히 사는 다수 국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하며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년간 후지게 만들어왔다"고 반박했다

송 전 대표가 출판기념회라는 공적 자리에서 시정잡배처럼 한 나라의 법무장관을 육두문자로 깔아뭉갠 언사는 그가 변호사에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와 광역단체장을 지낸 5선 의원 출신이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한다.

졸지에 '건방진 어린놈'이 된 한 장관 역시 수십년 한국정치를 '후지다'거나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싸잡아 '생산적 기여도 별로 없는' 기생충 취급을 한 것은 너무 나갔다.  관료로서의 본분과는 거리가 먼 지나치게 원색적이고 정치적인 발언이었다.

한 사람은 대표적 야당 정객이고 다른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른팔로 내각의 핵심 장관이자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법'으로 출세한 두 사람의 싸움은 지금 여권과 제1야당의 적대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뼈에 사무친 증오가 생생하게 뭍어난다. 

주목할 것은 이번 설전에서 민주당의 취약성이 확연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한동훈 앞에만 서면 평정심을 잃고 흥분해 마구 내지르는 그 대책없는 비이성적 행태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민주당의 '한동훈병'이라고 부를수도 있는 이 분노조절장애는 치료가 어려울 정도로 중증이다.

검사시절 특수통 칼잡이였던 한 장관은 민주당의 염장을 제대로 지를 줄 아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를 찌르면 민주당이 과잉반응을 일으키는지 꿰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말린 민주당은 부지불식간에 한 장관을 여권의 '스타'로 만들어버렸다.  

양측과 무관한 관전자 입장에서 볼 때 지금까지의 '교전'에서 붙으면 깨지는 쪽은 거의 민주당이었다. 논리에서도 밀리고 힘에서도 눌리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 등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그 많은 '사법활극'의 중심이 한 장관 아닌가. 민주당 역시 집권 당시인 문재인 정부때부터 지금까지 한 장관을 탈탈 털었으나 결과는 신통치않았다. 그러는 사이 한 장관의 맷집은 강해졌고, 여권의 대표적 '싸움꾼'이 됐다.

급기야 여권에서는 한 장관의 내년 봄 총선 출마와 선대본부장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한 장관이 정치인으로 변신해 선대본부장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고 지역구에서도 당선되면 부동의 차기 대선 후보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한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 기류가 강한데 이는 아마도 한 장관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독사처럼 빳빳하게 머리를 세우고 사사건건 삿대질을 하는 한 장관이 눈엣가시요 밉상이겠지만 '증오'에 함몰되면 이성적 판단이 어려워 실수가 잦고 잔망스러워진다.

따라서 민주당이 대국을 주도하려면 한 장관이나 윤석열 정권으로 전선을 좁힐게  아니라 국민에게 시선을 맞춘 큰 정치를 해야한다. 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어려움에 처해있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말로만 민생을 외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법안이나 탄핵에 시간과 정력을 탕진하지 말고 국리민복에 진짜 도움이 되는 정책과 법안에 몰두해보라.   

민주당의 내년 총선은 여당과의 도토리 키재기식 지지율 30% 경쟁이 아니다. 국민의힘에도 민주당에도 넌더리를 내는 30%를 넘나드는 무당층을 누가 많이 끌어들이느냐가  대세를 결정할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200석 운운'한다는 황당한 얘기가 들리는데 턱도 없는 소리다. 지금같은 페이스라면 희망이 없다.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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