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중구 NH농협금융본사에서 열린 천만고객 돌파 기념 NH올원뱅크 미래 비전 선포식에서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
지난 14일 서울 중구 NH농협금융본사에서 열린 천만고객 돌파 기념 NH올원뱅크 미래 비전 선포식에서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

최근 금융계에서는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탕평 인사가 화제다. 취임 1년을 맞는 이 회장이 연말 임원인사를 시작하며 '변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는데 여기서 지역을 골고루 배려하는 인사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금융권에서는 인사철만 되면 온갖 잡음이 떠돌았다. 금융 관료를 지내면서 이러한 모습을 지켜봤던 이 회장에게도 이번 인사는 취임 후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인 까닭은 회장 혼자 모든 일을 다 잘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농협의 이번 인사를 들여다보면 효율성과 성과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하되 ‘탕평’이라는 이 회장의 고민이 엿보인다. 탕평이란 특정 당파를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이를 등용하는 것으로 조선시대 사색당파로 나뉘어 자리를 독식하면서 빚어졌던 폐해를 막기 위해 정조 때 취한 조치였다.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건 오늘날에도 유효한 보편적 가치이다.

이번 농협금융지주의 승진자 인사는 예년의 인사 폭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인사를 통해 금융지주 내 부사장 수는 두 명에서 세 명으로 늘어났다. 부사장 인사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이기 때문에 눈여겨볼 대목이다. 새로 지주 부사장에 오른 두 명은 1967생에 경북과 전남 출신이다.

농협은행은 9명의 부행장과 1명의 부행장보가 새로 선임됐는데 부행장보를 제외하고 모두 1967년생들로 채워졌다. 기존 1965년생 부행장들이 퇴진하고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피로 부행장단의 절반을 물갈이했다.

9명의 신임 부행장들은 출신 지역을 고려해 적절한 지역 안배가 이뤄진 모습이다. 강원 1명, 경남 1명, 경북 2명, 인천 1명, 경기 1명, 전남 1명, 전북 1명, 충남 1명 등으로 골고루 선임됐다.

어느 지역이건 그 지역 출신 농협 직원들은 애향심과 연결돼 중앙 본사와 가교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특히 농협의 경우, 지역민들에게 그 지역 출신 고위 임원은 중앙 무대에서 지역 현안을 인식시키고 비빌 언덕이 된다. 그런 인사가 특정 지역에만 편중되고 다른 지역은 배제된다면 균형적인 지역 농업의 발전은 물 건너가게 된다.

농협금융이 "이번 인사는 전문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함께하는 100년 농협을 만들어 나갈 인재’를 등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인적 쇄신도 단행했다. 농협생명 신임 부사장 3명의 경우 대부분 금융과 보험업에서 다수 경력을 보유한 인물로 꾸려졌다. 과거 농협중앙회 출신의 보은 인사 자리로 여겨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농협 안팎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성 인재의 발탁도 눈에 띈다. 이번 농협은행 인사에서는 여성 부행장 1명의 승진과 함께 농협은행 최초 여성 경기영업본부장이 탄생했다. 보수적인 조직 이미지에서 탈피해 효율성과 성과주의를 강조한 이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엿보인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이 회장의 탕평책이 조직 발전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주목된다.

서영백 금융담당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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